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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를 '죄인'으로 만든 두산의 ‘프런트 야구’
입력 2013-11-29 16:37 
[매경닷컴 MK스포츠(인천공항) 서민교 기자] 일본 미야자키 마무리 캠프를 마친 두산 베어스가 29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세간의 시선이 두려웠을까, 선수들의 입단속이 필요했을까. 이날 두산의 입국 현장은 007작전을 방불케 했다.
두산은 프로야구 최대 이슈 메이커로 떠올랐다. 2013시즌 페넌트레이스 4위로 기적의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뤄내며 감동의 준우승을 만끽했다. 그러나 시즌 종료 직후 두산은 겨울 날씨보다 차가운 칼바람이 연일 끊이지 않고 있다.
2013시즌 마무리훈련을 위해 일본 미야자키로 떠났던 두산 베어스가 29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두산 노경은이 무거운 발걸음으로 입국게이트를 빠져나오고 있다. 사진(인천공항)=옥영화 기자
특히 마무리 캠프 기간 발칵 뒤집혔다. 두산은 자유계약선수(FA) 이종욱, 손시헌, 최준석 등이 팀을 떠났고, 임재철이 2차 드래프트, 김선우가 방출 당했다. 또 유망주 윤석민도 깜짝 트레이드 됐다. 결국 김진욱 전 감독마저 경질됐다. 두산의 ‘프런트 야구를 두고 엇갈린 시선이 교차하고 있다. 강력하고 신속한 팀 리빌딩의 긍정적 시선과 과정을 생략하고 시기를 고려하지 않는 안하무인식 정리라는 불편한 시선이 있다.
최근 두산을 향한 불편한 시선을 스스로 의식했을까. 두산은 이날 프런트가 대거 출동했다. 앞서 LG 트윈스와 넥센 히어로즈 등의 마무리 캠프 입국 분위기와는 완전히 달랐다.

마무리 캠프를 마친 선수들이 마치 죄인처럼 줄행랑을 치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졌다. 당초 선수단은 E 게이트로 나오기로 돼 있었다. 그러나 도착 이후 한참이 지나도 선수단이 나오지 않았다. E 게이트 앞에는 취재진이 몰려 있었기 때문. 결국 두산 선수단은 F 게이트로 비밀리에 변경해 재빨리 입국장을 빠져나갔다. 두 대의 구단 버스도 이미 F 게이트 밖 도로에 주차돼 있었다.
두산의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은 어두운 표정으로 고개를 숙인 채 버스를 향했고, 신속하게 움직였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아 챈 취재진은 구단 버스 앞에서 가까스로 유희관의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구단 관계자는 인터뷰 인원을 1명으로 제한했고, 해당 선수에게도 짧고 간단하게 한 마디만 하라고 언질했다.
두산 관계자는 갑작스럽게 입국 게이트가 변경된 것에 대해 우리도 왜 게이트가 변경됐는지 이유를 알 수 없다”고 돌려 말했고, 또 다른 관계자는 버스가 F 게이트 쪽에 서 있기 때문에 그 쪽으로 나온 것 같다”라는 변명을 늘어놓았다.
고된 훈련을 마치고 돌아온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을 졸지에 죄인으로 만들어버린 ‘프런트 야구의 나쁜 예였다.
[min@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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