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노부부 자살에 프랑스 발칵…왜?
입력 2013-11-26 16:32  | 수정 2013-11-26 16:48
80대의 저명 작가이자 학자인 동갑 노부부가 안락사를 금지하는 현행법을 강력 비판하는 유서를 남긴 채 호텔방에서 동반 자살했습니다.

25일 80대 노인이 치매에 걸린 아내를 살해하는 과정을 그린 미카엘 하네케의 영화 ‘아무르를 연상케 하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프랑스 사회에서 안락사 또는 조력자살을 둘러싼 논란이 격화되고 있다고 르파리지앵은 보도했습니다.

두 사람은 파리 검찰 앞으로 보낸 편지 형식의 유서에서 평생토록 일하며 나라에 세금을 냈는데, 조용히 생을 떠나고자 하는 지금 왜 보다 부드러운 방법이 아니라 잔인한 방식으로 자살할 수밖에 없는가”라며 격한 불만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두 사람이 유서를 통해 자식들에게 국가를 상대로 안락사 허용을 촉구하는 소송을 제기할 권한을 부여했다고 매체는 전했습니다.


25일 프랑스 언론들은 86세 동갑인 베르나르 카제와 조르제트 카제 부부가 파리 중심가의 유서깊은 뤼테티아 호텔 방 안에서 지난 22일(이하 현지시간) 시신으로 발견됐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날 오전 아침 식사를 전하기 위해 룸에 들어간 호텔 직원은 노부부가 손을 잡고 침대 위에 나란히 누워 숨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고 경찰 조사에서 밝혔습니다.

두 사람 모두 플라스틱 봉지를 뒤집어쓰고 있어서 동반자살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경찰 관계자들은 전했습니다.

침대 옆 테이블에는 편지 한 장이 놓여 있었는데, 편지에서 두 사람은 보다 부드러운 죽음을 맞을 수 있게 하는 약을 먹을 권리를 법이 막고 있다”며 과연 누가 그런 권리를 막을 수 있는가”라고 주장했습니다.

숨막히는 공포와 고통이 수반되는 플라스틱 봉지를 자살도구로 쓸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위엄 있는 죽음을 금지하는 프랑스의 현행법 때문이란 것.

남편 베르나르 카제는 선물경제학의 권위자이자 철학자이며, 아내 조르제트는 작가이자 고전문학 교사로 활동해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주변 친지들은 아마도 상대방이 없는 삶은 의미가 없고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셨던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프랑스는 지난 2005년부터 말기 환자에 한해 본인의 의지에 따라 의료행위를 중단시킬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적극적인 의미에서 안락사 또는 조력자살은 불법. 하지만 노령화 사회가 가속화되면서 안락사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활발하게 진행 중입니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프랑스 국민의 92%가 말기 환자의 안락사를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