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 NLL과 이어도, 바다 영토선과 하늘 영토선
입력 2013-11-25 11:45  | 수정 2013-11-25 17:28
한국과 북한, 중국, 일본.

지리적으로 붙어 있는 이 네 나라가 제각각 가장 멀게 느껴지는 이유는 바로 영토와 역사 문제 때문입니다.

최근에는 바다와 하늘을 둘러싼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습니다.

남북 간에는 NLL이, 한일간에는 독도 문제가, 중일 간에는 센카쿠 열도가 일촉즉발의 갈등을 낳고 있습니다.

동북아 공정으로 걸끄러운 한중간에도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싹트고 있습니다.

중국은 동중국해 상공에 설정한 방공식별구역에 우리 관할 해역인 이어도 상공까지 포함시켰다고 우리 측에 통보했습니다.

게다가 제주도 서남쪽 상공은 우리의 방공식별구역 커디즈와도 겹칩니다.


방공식별구역은 영공방위를 위해 임의로 선포하는 지역으로 영공과는 별개지만, 다른 나라 비행기가 그 지역에 들어갈때는 사전에 꼭 통보해야 합니다.

안그러면, 적기가 출현한 것으로 오인해 공격당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 군 당국은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통보에 유감을 나타냈습니다.

▶ 인터뷰 : 김민석 / 국방부 대변인
- "우리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의 제주도 서남방 일부 구역과 중첩된 것에 대해서 유감으로 생각하며, 중국의 이번 조치가 우리 국익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중국 측과 협의해 나갈 것입니다."

그런데, 유감 표명은 유감표명이고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우리의 해상과학기지가 있고, 우리의 관할 해역인 이어도가 중국의 방공식별구역에는 들어갔는데, 왜 우리의 방공식별구역에는 들어있지 않느냐 하는 점입니다.

군 당국의 설명은 옹색하기 그지 없습니다.

우리의 방공식별구역은 1951년 6.25 전쟁 중 미 공군에 의해 제주 남방을 기점으로 설정됐지만, 당시 이어도는 포함되지 않았다는 겁니다.

심지어 일본조차 1969년에 일본방공식별구역에 이어도를 포함시켰는데, 우리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못했습니다.

이 때문에는 우리 항공기가 이어도 상공을 지날 때는 일본에 통보하는 굴욕을 겪고 있습니다.

우리 영토인 이어도 상공을 우리 비행기가 지나가는데, 일본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니요?

이제는 중국의 허가도 받아야 할 처지가 됐습니다.

왜 이렇게 우리는 무기력할까요?

이어도는 과학적 가치와 지리적 가치에서 매우 중요한 곳입니다.

중국이 쑤옌지오라고 부르며 자신의 관할 구역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터라, 이번에 중국의 방공식별구역을 인정한다면 나중에 이어도 조차 자신들 구역이라 더 우길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도 우리 군 당국은 해군과 공군의 작전상 큰 문제가 없다며 뜨뜨미지근한 입장입니다.

미래의 잠재적 갈등 요인을 그대로 방치하겠다는 뜻일까요?

이런 군 당국이 서해 NLL과 관련해서는 초강경대응을 하는 것을 어떻게 이해 해야 할까요?

상대가 중국이 아니라 북한이어서 그런 것일까요?

NLL 문제는 2007년 남북 정상회담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발언과 회의록 내용 유출 문제로 지난해부터 계속 쟁점이 되어 왔습니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이 했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 노무현 전 대통령(2007년 11월1일)
- "NLL 건드리지말라는 말은 정확합니다. 할 수있는 일이든 아니든 간에 저는 갑갑합니다만, 말은 정확한 얘기입니다. 헌법 건드리지말아라 헌법 위배되는 합의는 하지말아라, 그건 아니거든요, 설사 NLL에 관해서 어떤 변경 합의를 한다 할지라도 헌법에 위배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지요, 왜냐하면 대한민국 헌법에 북한 땅도 우리영토로 되어있으니깐요. 그래서 NLL이 위로 올라가든 아래로 내려오든 그건 우리 영토하고는 아무관계 없는것이니깐 우리 헌법하곤 아무 관계가 없는 것이지요. 어떻든 NLL 안건드리고 왔습니다."

이 NLL을 둘러싼 논란은 연평도 포격 사건과 맞물려 누가 무슨 말만 하면 터지는 '핵폭탄' 같은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지난 주말에는 천주교 정의구현 사제단 전주교구의 한 원로신부가 이 말을 해 정국을 발칵 뒤집어놨습니다.

들어보시죠.

▶ 인터뷰 : 박창신 / 신부 (11월22일)
- "NLL은 UN군 사령관이 우리 쪽에서 북한으로 가지 못하게 잠시 그어 놓은 거에요. 북한하고는 아무 상관없고 휴전 협정에도 없는 거에요. 군사 분계선도 아니에요. 군사 분계선이 해상에는 없어요. "

아마도 박창신 신부는 NLL에 대해서 노무현 전 대통령과 비슷한 인식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NLL은 남북 간 현존하는 가장 큰 충돌 지역이자, 반대로 말하면 남북 간 평화의 가장 큰 척도이기도 합니다.

어떤 이는 NLL을 절대 양보할 수 없는 군사 영토선으로 보고, 어떤 이는 평화의 영토선으로 바꿔 보려 합니다.

군 당국은 확고한 우리의 영토선으로 인식해왔습니다.

그래서 북한이 이 NLL을 조금이라도 넘어서면 강력 응징하겠다는게 우리 군당국의 확고 부동한 방침입니다.

이런 확고부동함을 항공 영토선에도 보여주면 안될까요?

이번에 중국방공식별구역에 포함된 제주도 남쪽 마라도 상공과 이어도 상공에 대해서도 좀 더 자신있게 중국에 항의하면 안될까요?

미국까지 가세한 동북아의 군사적 긴장관계와 외교적 측면을 모르는 바 아니나, 우리 군 당국이 웬지 눈치를 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답답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합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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