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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향해] 이명기 “근우형 빠진 톱타자 부담 없다”
입력 2013-11-22 06:04 
[매경닷컴 MK스포츠(인천) 이상철 기자]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의 2013년 발견은 누가 있을까. 백인식, 한동민 등이 떠오르겠지만 짧고도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 이가 있다. 뜻하지 않은 부상으로 일찍이 시즌을 접은 이명기(26)다.
비룡군단의 미래로 꼽히긴 했지만, 주어진 첫 기회를 완벽하게 살렸던 그다. 타율 3할4푼 출루율 3할9푼1리 11타점 21득점 6도루로 빼어난 성적을 거뒀다. 다만 지나치게 잘했던 그를 하늘이 시기한 것일까. 5월 8일 두산전에서 외야에 뜬 공을 처리하다가 발목을 크게 다치면서 시즌 아웃됐다. 그라운드에 뛰지 못하는 그는 자연스레 차츰 잊혀져갔다.
부상에 쓰러졌지만 좌절하지 않는다. 재활 운동이 한창인 이명기는 내년 1월 스프링캠프 합류를 목표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사진(인천)=이상철 기자
그가 다시 주목 받은 건 공교롭게도 자유계약선수(FA) 권리를 행사한 정근우가 한화 이글스로 이적했기 때문이다. 정근우가 빠지면서 비룡군단의 톱타자로 이명기에 대한 기대감이 다시 커져만 갔다.
스포트라이트에서 벗어난 이명기는 인천 문학구장에서 재활 운동이 한창이다. 21일 만난 이명기는 실내에만 있어서 그런지 (그 기대감을)잘 모르겠다”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당초 이명기는 6~8주 정도면 그라운드에 돌아올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그의 복귀는 차일피일 미뤄지더니, 결국 시즌 내 복귀하지 못했다. 이명기는 조급함 탓이라고 설명했다. 이명기는 1군에서 제대로 뒤는 건 올해가 처음이었다. (부상 부위가)괜찮은 것 같으면서도 아팠고, 그게 반복됐다. 빨리 야구를 하고 싶었는데 조바심을 낸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명기가 빠진 가운데 SK는 7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재활 운동에 열중한 이명기는 이렇다 할 힘도 보태지 못했고, 그저 TV를 통해 SK의 경기를 접할 따름이었다. 그럴수록 몸이 아픈 것보다 마음이 더 아팠다. 이명기는 재활 치료를 하는 동안 운동을 할 수 없다는 게 가장 힘들었다. 팀 경기를 그저 지켜볼 때마다 마음이 아팠다. 재활 기간이 길어지니 이러다 낫지 않는 게 아닌가라는 불안감까지 들더라”라고 토로했다.
그런 이명기에게 시간이 모두 해결해주니 조급해 하지 말고 참고 기다리라”라는 선배 엄정욱의 조언은 큰 도움이 됐다. 이명기는 이제 마음을 비웠다. 그가 바라보는 시계도 2013년이 아닌 2014년이다. 내년 1월 스포링캠프에 합류할 수 있도록 몸을 만드는 게 그의 첫 목표다. 배운 게 많기에 절대 무리는 하지 않는다.
이명기는 시즌이 끝나고 나니 오히려 마음이 편안하다. 이제 조급해 하지 않고 멀리 바라보며 재활을 하고 있다”라며 요즘 빨리 걷는 운동을 한다. 러닝을 해도 되지만 최대한 안정적으로 하려고 한다. 좀 늦더라도 무리하지 않고 완벽한 몸 상태를 만들려 한다. 재활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내년 스프링캠프에 참가하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했다.
이명기에게 2013년은 다사다난한 한 해였다. 최고와 최악을 모두 경험했다. 이명기는 기회만 주면 잘 할 수 있다는 자심감이 강했다. 그리고 그 기회가 왔다. 운이 좀 따르기도 했다. 그렇게 야구를 하면서 제대로 내 이름을 알릴 수 있었던 것 같다. 물론, 큰 부상이 있어 좋고 나쁜 일이 많았지만 야구를 하는데 값진 경험을 쌓았다. 그리고 처음으로 시즌 개막 이후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기에 무엇보다 뿌듯하다”라고 돌아봤다.
잘 했지만 더 잘 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이명기는 이를 악물고 있다. 내년 잡아야 할 토끼가 참 많다. 올해 못 이룬 것까지 만회해야 한다. 미친 듯이 해서 살아남겠다는 그의 의지는 1년 전보다 더욱 강하다.
이명기는 일단 외야수 경쟁에서 살아남는 게 먼저다.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에서 잘 해야 한다. 열심히 하면 분명 좋은 결과는 따를 것이다”라며 내가 가진 능력만 잘 발휘한다면 충분히 경쟁력을 갖추지 않을까 싶다”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이명기는 올해 정근우와 함께 테이블세터를 이뤘다. 1번(21타수 6안타·타율 2할8푼6리)보다 2번(79타수 28안타·타율 3할5푼4리)에 주로 기용됐다. 그런데 정근우가 떠나면서 그는 내년 비룡군단의 새 톱타자로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명기는 정근우의 빈자리를 메우기를 바라는 기대치가 높다는 것에 대해 크게 인식하지 않았다. 이명기는 타순은 그게 상관없다. 부담스럽지도 않다. 잘 할 수 있다”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이명기는 5월 8일 두산전 이전까지 최고의 나날을 보냈다. 그렇지만 운명의 그날, 이명기는 외야 타구를 잡으려다 펜스에 부딪혔고 왼쪽 발목 부상으로 시즌을 접었다. 사진=MK스포츠 DB
이명기의 내년 목표는 SK를 다시 포스트시즌으로 이끄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도 더불어 잘 했으면 싶다. 재활 치료를 하면서 무엇보다 야구선수는 야구를 잘 해야 한다는 절실하게 느꼈다는 이명기는 내년 목표는 간단하다. 시즌 내내 1군 엔트리에 남아있으면서 100경기 이상 뛰는 게 목표다. 그렇지만 아프지 않고 경기를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 번 아파보니 환자가 된다는 게 좋지 않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 내년에는 안 아팠으면 싶다”라고 바람을 전했다.
[rok1954@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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