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유용석 기자 |
해당 드라마는 1994년을 배경으로 했다. 농구대잔치, 서태지와아이들 등 당시 시대상이 반영된 이야깃거리와 소품이 곳곳에 잘 녹아 있다. 시대를 관통하는 ‘청춘에 대한 아련한 향수와 정서가 이 드라마의 인기 요인이다.
◆ 스포일러 유출? 반전 기대”
여주인공은 성나정(고아라 분)이다. 극 중 그녀를 둘러싼 해태(손호준 분), 칠봉이(유연석 분), 쓰레기(정우 분)의 삼각 로맨스가 시청자들의 최대 관심사다. 쉽게 말해 누가 성나정 미래의 남편이 되느냐는 얘기다.
2013년 현재 시점에서 등장하는 성나정은 결혼한 상태지만 그 상대가 누구인지는 베일에 가려져 있다. 지금까지 제시된 힌트는 성나정 남편의 이름이 ‘김재준이라는 사실이다. 또한 하숙생들 중 삼천포(김성균 분)는 이미 윤진(민도희 분)의 남편이 돼 후보 군에서 제외됐다는 점이다.
최근 매일경제 스타투데이와 만난 ‘해태 손호준은 이와 관련해 처음엔 개인적인 바람이었지만 점점 잘 생각해볼수록 이제는 정말 (성나정의 남편은) 나인 것 같다”고 밝혔다.
이유는 단순하다. 손호준은 이미 ‘김재준이란 남편 이름이 밝혀진 상황에서 여기에 쓰레기의 성이 ‘김 씨. 칠봉이의 이름 마지막 글자가 ‘준으로 끝나는 게 공개됐다. 그리고 빙그레(바로 분)는 해태가 성나정을 향한 발언 중 '니그들이 (빙그레와) 사촌은 사촌인 갑보다는 대사가 있다. 해태를 제외한 모든 캐릭터에 힌트가 나왔는데, 해태만 꼭꼭 숨겨놓은 상황이다. 내 입장에서 반전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며 웃었다.
실제로 지난 18일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쓰레기 형 결혼식이라는 제목의 ‘응답하라 1994 촬영 현장 사진이 나돌며 성나정 남편에 대한 스포일러가 아니냐는 의심을 받았다. 제작진과 손호진의 생각은 이와 다르다.
신원호 PD는 이날 만약 이 장면이 숨겨야 할 장면이고 극을 결정짓는 요소라면 화환에 이름을 버젓이 쓸 이유가 없다”고 귀띔했다. 손호준은 8화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합니다 속 한 장면도 미묘한 심리 묘사와 캐릭터에 대한 이해관계가 깔려 있다고 해석했다. 연세대학교 잔디밭에 모여 앉아 각자 사귀고 싶은 사람을 선택하는 장면에 대한 설명이다. 당시 ‘세상에 나정이와 윤진이 둘 밖에 없다면 누구를 선택할래?라는 질문에 해태는 윤진을 택했던 터다.
손호준은 해태는 굉장히 의리 있는 캐릭터다. 그 전에 친구들이 모두 성나정을 선택했기 때문에 해태는 본심과 달리 윤진이를 (배려해) 고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손호준은 ‘자유로운 영혼 해태와 실제 본인이 닮은 점이 많다고 했다. 시쳇말로 의리 빼면 시체다. 그래서 더 해태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단다.
사진= 유용석 기자 |
다만 손호준은 결론은 정말 배우들도 모른다. 감독님이 절대 가르쳐 주지 않는다”고 한 발 뺐다. 예를 들어 성나정이 ‘여보하고 소리치는 장면에선 그 자리에 있던 남자들 전부 ‘내가 남편인 것처럼 돌아본다는 지문이 있다. 배우들조차 진짜 누가 남편인지 모르기에 더욱 재미있게 촬영에 임한다고 그는 설명했다.
어찌 됐든 그는 상상만으로 즐겁다. 성나정의 남편이 자신(해태)일 것이란 기대감이 더욱 커져가고 있다. 만약 현실 속 손호준이라면 나정과 윤진 두 사람 중 그는 누구를 선택할까 궁금했다. 손호준은 둘 다 아니다”고 고개를 저었다. 친한 친구로 시작된 사이는 이성으로 보지 않는다”는 게 그의 주관이다.
만약 언젠가 그 친구와 헤어진다면 다른 친구들과 관계가 어색해질 것 같아서다. 나중을 위해서라도 그건 좋지 않다. 일부러 내 감정을 컨트롤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성으로서 그 친구의 매력을 찾지 않게 된다. 어느 정도의 감정 컨트롤은 연기를 하면서 연습이 많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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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준은 하늘에서 갑자기 떨어진 배우가 아니다. 그는 2003년 광주광역시에서 배우의 꿈을 안고 상경했다. 극단에서 연기를 하며 배고픔을 알게 됐다. 가난했고 서러운 적도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한 순간도 포기하지 않았다.
국내 대부분의 드라마 제작 환경이 어려운 점을 떠올리면 그의 과거 이력만큼이나 ‘응답하라 1994의 고단한 일정도 짐작됐다. 그는 초반과 달리 지금은 거의 생방송 수준”이라고 털어놓으면서도 힘들다고 이야기할 순 없다”고 말했다.
총 20부작 드라마치고는 꽤 빠른, 지난 7월 말부터 촬영이 시작됐는데 워낙 비가 오는 날이 많아 스태프들의 고생이 컸다는 전언이다. 그는 배우는 각 회마다 돌아가면서 부각되는 때가 있어서 1주일에 2, 3일 정도는 쉴 수도 있다. 그런데 감독님을 비롯한 스태프는 그 시간조차 쉴 틈이 없다. 그 앞에서 힘들다는 불만이 있을 순 없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내비쳤다.
인터뷰 내내 그에게선 설명하기 힘든 내공이 느껴졌다. 나이답지 않은 성숙한 마음가짐과 사람 됨됨이가 그의 잘 생긴 얼굴만큼이나 반듯하다.
그간 다수 작품에 출연해온 손호준이지만 ‘응답하라 1994는 대중에 얼굴을 알린 사실상 그의 첫 출세작. 그는 ‘응답하라 1994에 대해 애착이 가는 작품이라기보다 고맙고 소중한 작품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정말 운이 좋게 합류하게 됐는데 훌륭한 동료 배우들과 함께한 것 자체가 나에겐 행운이다. 작품이 사랑을 받으니 ‘해태도 그 관심을 나눠 받은 것일 뿐 난 아직 부족하다”고 겸손해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조우영 기자 / 사진 유용석 기자 fact@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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