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초롱이’ 이영표 공식은퇴 “감사하고 미안하다”
입력 2013-11-14 10:43 
[매경닷컴 MK스포츠(서울) 임성일 기자] ‘초롱이 이영표가 정들었던 녹색 필드를 떠난다. 이영표는 14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열고 공식적으로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이영표는 전해드리고 싶은 말을 몇 자 적어왔다. 외워서 하고 싶었으나 그럴 자신은 없었다. 이해해달라”는 웃음과 함께 준비한 고별사를 발표했다. 다음은 이영표가 대한민국 축구팬들,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선수로서 전하는 마지막 인사말의 요약이다.
‘초롱이 이영표가 27년간의 긴 경기를 마치고 공식 은퇴를 선언했다. 그는 감사하고 미안하다는 고별사를 전했다. 사진(서울)= 김재현 기자
은퇴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준 모든 분들에게 감사하다. 수많았던 승리의 기쁨과 패배의 아픔이 스쳐지나간다. 이제 마지막 인사를 한다고 생각하니 감사함과 함께 미안한 마음이 든다. 언젠가는 꼭 한번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2000년대 이후 대한민국 축구의 중요한 문제는 수비불안이었고 그 중심에 내가 있었다. 눈에 보이지는 않았겠으나 나 때문에 진경기가 한두 번이 아니다. 내 책임을 동료들이 지어야할 때도 있었다. 미안한 일이다. 정정당당하게 받아들였어야할 패배에 비겁한 변명을 한 적도 있고, 한국축구를 향해 싫은 소리를 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아직은 조금 부족하고, 조금은 더 바꿔야할 것들이 있는 한국 축구현실을 향한 한 선수의 책임감이라 생각해 달라. 치열한 그라운드를 달리느라 밖을 볼 수 없었는데 이제 27년간의 긴 경기를 마치고 밖에서 얼마나 수고하는 분들이 많은지 느끼게 된다. 또 늘 도움만 받았지 누구에게 도움을 주었을까 스스로에게 질문을 해본다. 나의 즐거움을 위해 시작된 축구였기에 1인칭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태극마크를 달고 오른쪽 손을 왼쪽가슴에 얹었을 때 느꼈던 뜨거움 속에서 내가 아닌 우리를 느꼈다. 이제 그 뜨거움을 다시 느낄 수 없다는 것이 마음 아프다. 마음이 무겁다. 지금껏 부족한 날 채워준 많은 스승들과 선후배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lastuncle@maekyung.com]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