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아시아 정복한 리피, K리그는 정복하지 못했다
입력 2013-11-10 06:04 
[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이탈리아 출신 명장 마르첼로 리피 감독이 광저우 에버그란데(중국)를 이끌고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그는 월드컵(2006년 이탈리아),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1995-96시즌 유벤투스), AFC 챔피언스리그를 모두 제패한 독특한 이력을 갖게 됐다.
리피 감독의 아시아 제패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지난해 5월 이장수 감독의 후임으로 취임한 지 1년 6개월 만에 이뤄낸 성과였다. 지난해 8강에서 알 이티하드(사우디아라비아)의 ‘모래바람에 당했지만 더 이상 실수는 없었다. 두 번의 도전 만에 정상을 밟았다.
마르첼로 리피 감독은 광저우 에버그란데를 맡은 지 1년 6개월 만에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그러나 그는 K리그를 정복하지 못했다. 사진=MK스포츠 DB
모래바람도 손쉽게 뚫었다. 올해 AFC 챔피언스리그 8강에서 레퀴야(카타르)를 만났는데, 원정 2차전에서 4-1로 대승을 거뒀다. 2011년 J리그 우승팀 가시와 레이솔(일본)도, 2012년 K리그 우승팀 FC 서울도 정상에 오르는 광저우를 저지하지 못했다.
세계적인 명장은 아시아 무대에서도 통했다. 2002년 한일월드컵 브라질 우승을 지도한 스콜라리 감독이 분요드코르(우즈베키스탄)를 맡아 도전했지만 실패한 걸 리피 감독은 이뤄냈다.

리피 감독의 AFC 챔피언스리그 성적도 ‘깡패 수준이다. 11승 4무 2패로 승률이 76.5%에 이르렀다. 41득점 16실점으로 막강 화력을 자랑했다.
하지만 리피 감독의 아시아 정복 이야기에는 ‘오점이 남아있다. 그는 아시아를 정복했지만 K리그를 정복하지는 못했다.
리피 감독의 광저우가 첫 상대한 K리그 팀은 전북 현대였다. F조에 함께 속했는데, 광저우는 전북과 연이어 비겼다. 3월 12일 원정에서 1-1 무승부를 했다. 경기 전날 핑계를 대며 기자회견에 불참했던 리피 감독의 오만방자함은 승리로 이어지지 못했다. 5월 1일 전북을 안방으로 불러들였지만 결과는 0-0 무승부였다.
광저우는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했지만 결승에서 서울을 이기진 못했다. 1,2차전 합계 3-3으로 비겼다. 원정 다득점에 의해 힘겹게 따돌리고 우승을 했다. 서울 원정길에서 2골을 넣은 게 우승 원동력이 됐다.
이쯤 되면 리피 감독의 K리그 무승 징크스라고 표현해도 될 법하다. 4번 겨뤘는데 단 한 번도 못 이겼다. 서울을 안방에서 크게 이기며 퍼펙트 우승을 차지하겠다던 꿈도 산산조각이 났다.
리피 감독은 광저우와 2년 6개월 계약을 맺었다. 재계약 협상이 진행될 가능성도 있지만, 적어도 내년 1번 더 AFC 챔피언스리그에 나선다. 수퍼리그는 조별리그에서 K리그, J리그와 반드시 만나게 되어있다. 리피 감독의 K리그 무승 징크스는 내년에도 이어질까.
[rok1954@maekyung.com]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