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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V7] 류중일 감독의 믿음 리더십, 결국 응답했다
입력 2013-11-01 21:55  | 수정 2013-11-01 22:04
[매경닷컴 MK스포츠(대구) 김원익 기자] 류중일 삼성 라이온즈 감독의 믿음의 리더쉽은 결국 응답했다. 외국인 선수 1명의 공백과 주전 야수들의 부상 속에서 부진했던 기존 선수들은 꾸준한 출장을 바탕으로 가장 중요한 순간 선전했다. 고집스럽게 기존 선수들을 고집했던 류중일 감독의 선택은 그들의 활약으로 빛을 발했다.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가 4승3패로 극적인 우승을 달성했다. 예상치 못했던 초반 부진으로 시험대에 올랐던 류중일 감독은 결국 뚝심과 믿음의 기용으로 반전의 돌파구를 마련했다. 결국 삼성은 통합 7번째 우승이자, 사상 첫 3년 연속 통합 우승이라는 역사를 일궈냈다.
류중일 감독의 믿음의 리더십이 결국 삼성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어냈다. 사진(대구)=김영구 기자
▲ 류중일 감독이 꼽은 키플레이어 믿음에 응답했다
류중일 감독이 시리즈 전 키플레이어로 꼽았던 인물은 내야수 정병곤, 김태완과 좌완투수 차우찬이었다. 이들은 공수에서 나란히 맹활약을 펼쳐 팀의 우승을 이끌었다. 정병곤과 김태완 키스톤 콤비는 김상수 조동찬의 부상 공백을 완벽히 메우며 안정감 있는 내야수비를 선보였다. 공격에서도 시리즈 가장 중요한 순간, 쏠쏠한 안타를 때려냈다. 류중일 감독은 이들이 공격면에서 기여도가 떨어졌을 때도 꾸준히 주전으로 기용, 7경기 전원 선발 출장시켰다. 대안이 많았던 이유도 있었다. 하지만 애초에 엔트리에 포함시켰던 만큼 꾸준히 신뢰를 보이며 이들에게 힘을 실어줬고, 출전 기회를 보장했다. 류중일 감독의 믿음으로 LG에서 트레이드로 건너온 교체 선수에 그쳤던 이들은 유서깊은 삼성 내야진의 황금의 콤비로 재탄생했다.
차우찬의 역투는 그보다 더욱 더 놀랍다. 차우찬은 팀이 치른 7경기 중 5경기에 나서 13이닝 동안 1홀드 4피안타(1홈런) 3볼넷 8탈삼진 2실점의 호투를 펼쳐 팀 승리를 견인했다. 특히 지난 달 25일 2차전 22구, 27일 3차전 11구, 28일 4차전 100구, 31일 6차전 42구, 11월 27구를 던지며 철완을 과시했다.

시리즈 시작 전 류중일 감독은 시리즈 향방을 가를 키플레이어이자 마운드 운용의 핵심으로 차우찬을 꼽았다. 차우찬도 류 감독의 전폭적인 믿음에 전 경기에도 나갈 수 있다”며 각오를 불태웠다. 결국 차우찬은 28일 4차전서 선발 투수의 투구수나 다름없는 100구를 던지고 불과 이틀을 쉰 이후 31일 경기서 42구를 던지는 투혼을 발휘했다. 이어 1일 경기에 다시 등판해 구원투수로 불규칙한 등판 간격속에 무려 202구를 소화했다. 차우찬의 역투에는 투혼이 밑바탕이 됐다는 설명 외에는 다른 해석이 불가능하다.
시리즈 내내 부진했지만 끝내 믿음을 줬던 이승엽도 7차전 5회 2-2 동점을 만드는 귀중한 1타점 적시타를 날려 역전의 발판을 놨다. 기대치에는 한참 못 미치는 활약이었지만 가장 중요한 순간에는 끝내 제 몫을 해냈다.
▲ 질책 대신 격려, 선수단 투지를 깨웠다
1,2차전을 내리 패한 이후 류중일 감독은 선수들을 소집해서 짧은 이야기를 했다. 한국시리즈 1,2차전 승리 팀의 우승 확률은 무려 93.7%에 달했고, 삼성의 우승 확률은 6.25%밖에 되지 않았던 상황. 그만큼 절박한 순간. 팀의 수장은 충격요법과 질책 대신 선수들을 다독이며 일깨웠다. 류 감독은 당시 ‘후회없는 경기를 하자는 말을 했다”며 또 지고 나서 후회하는 것은 소용이 없다. 시리즈 탈락까지 2번을 더 패해야만 탈락이다”라는 말을 하면서 아직 반전의 기회가 많이 남았음을 강조했다.
이후 1승3패까지 몰렸던 삼성은 결국 내리 3경기를 승리로 가져가면서 반전했다. 애초에 지난 2년간 우승을 경험했던 선수들. 그리고 그보다 많은 우승경험을 갖고 있는 선수들이었다. 류 감독은 공식적인 자리에서도 연이은 패배의 원인으로 선수들을 질책하기보다 보다 나은 다음 경기에 대한 언급을 하며 신뢰를 보였다. 그것은 개별적인 선수단과의 접촉에서도 마찬가지였다. 4차전 패배 이후 삼성 선수단은 말을 아꼈다. 대신 눈빛에는 여유 대신 비장함이 배어나왔다. 연이은 부진에도 선수들의 라인업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선수들은 꾸준히 기회를 제공받았다.
부진에도 오히려 타순을 앞으로 당기며 믿음을 실어 준 채태인은 시리즈 후반 맹타를 휘두르며 히어로로 떠올랐다. 류중일 감독은 부상으로 제 타격감이 아니었던 박한이에게 전폭적인 믿음을 보이며 조기에 복귀시켰고, 이는 이를 악문 박한이의 분전으로 돌아왔다. 꾸준히 4번으로 기용하며 믿음을 보여준 최형우도 중요한 순간 쏠쏠한 활약을 했다.
언뜻 보면 이 모든 것은 선수들의 덕으로 보인다. 하지만 류 감독이 긴 부진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믿고 신뢰를 준 차우찬과 채태인은 정규시즌에 이어 한국시리즈에서도 우승의 주역으로 맹활약했다. 짧은 순간의 기용보다 선수들의 능력을 신뢰하는 류 감독의 뚝심이 결국 통했던 셈이다.
사상 초유의 3년 연속 정규시즌 우승을 이끈 류 감독의 공은 치하 받아 마땅하다. 거기에 결국 해태 타이거즈 이후 누구도 해내지 못했던 3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을 달성했다. 경쟁 팀에 비해서 별다른 전력 보강 없이 치른 시즌. 부상자가 속출하는 등의 어려움 속에서 얻은 값진 성과의 기반은 결국 사람을 신뢰하는 ‘덕장 류중일 감독의 리더십의 승리다.
[one@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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