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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 5차전] ‘용단 부족’ 삼성, 괜한 힘 더 썼다
입력 2013-10-29 22:34 
[매경닷컴 MK스포츠(잠실) 이상철 기자] 배수의 진을 친 삼성, 1승이 급했다. 그리고 총력전을 펼쳤다. 한국시리즈 6차전 선발투수로 내정된 릭 밴덴헐크까지 불펜으로 가용했다. 그만큼 다급했다. 작전은 성공했다. 삼성은 생명을 이틀 더 연장했다. 그들의 운명은 이제 대구에서 결정된다.
그러나 아쉬움은 남는 한판이었다. 온 힘을 쏟으려 했으나, 그래도 조금은 아낄 수 있었다. 두 판을 더 치러야 하는데, 적지 않은 영향이다. 결과적으로 첫 번째 투수 교체 타이밍이 늦었던 게 발목을 잡았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29일 한국시리즈 두산과 5차전을 앞두고 가진 인터뷰에서 모든 투수들을 내세우겠다고 밝혔다. 장원삼, 차우찬, 배영수를 제외하고는 전원 투입이었다. 이틀 뒤 선발 등판할 예정인 밴덴헐크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 경기를 놓치면 다음 경기는 없었다.
윤성환은 2회부터 불안했다. 3회 위기에 몰렸지만 삼성은 윤성환을 믿었다. 그러나 윤성환은 3점차 리드를 날렸고, 삼성은 괜한 힘을 더 쓰면서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사진(잠실)=김영구 기자
류중일 감독의 결의는 경기에서 잘 드러났다. 삼성은 선발 윤성환에 이어 안지만, 밴덴헐크, 오승환을 등판시켰다. 안지만과 밴덴헐크, 오승환은 매우 잘 던졌다.

안지만이 5회 5-4의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최준석에게 1점 홈런을 맞았지만, 3회 1사 2루의 위기는 잘 막았다. 그리고 최준석에게 홈런을 맞은 걸 제외하고는 단 1개의 안타도 허용하지 않았다.
불펜 투구 대신 실전 투구를 택한 밴덴헐크도 7회와 8회를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투구수는 28개로 효과적이었다. 9회 마운드에 오른 오승환도 안타 1개를 맞았으나 깔끔하게 경기를 끝냈다.
이쯤 되면 아주 훌륭한 계투였다. 그러나 이 훌륭한 계투를 조금이나마 아낄 수 있었다. 삼성은 번번이 두산에게 추격을 허용했다. 1회 3점을 뽑은데 이어 3회 최형우의 홈런으로 4-1로 앞섰다.
그러나 마운드는 매우 흔들렸다. 윤성환은 2회 최준석의 홈런으로 1점만 내줬지만, 이후 안타 2개를 맞으며 불안했다. 김재호의 깊숙한 땅볼 타구를 유격수 정병곤이 잘 잡아내면서 가까스로 추가 실점 위기를 막아냈다.
그런 윤성환을 한 번 더 믿었다. 그러나 오판이었다. 윤성환은 3회 1사 이후 정수빈을 사구로, 김현수를 안타로 내보냈다. 윤성환의 공은 더 이상 두산 타자들을 압도하지 못했다.
3점차 리드를 하고 있지만, 분명 교체할 타이밍이었다. 내일은 없는 삼성이었다. 하루 전날 4차전에서 배영수를 2회 과감히 빼는 용단을 보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이날은 달랐다. 윤성환을 그대로 뒀는데 결과는 최악이었다. 윤성환은 최준석에게 1타점 적시타를 맞은데 이어 오재일에게마저 2타점 2루타를 허용했다. 3점차 리드는 사라졌다. 삼성의 여유도 함께 사라졌다. 가급적 사용하기 싫었던 밴덴헐크 카드도 결국 꺼내야 했다.
긴장감 속에 경기를 치러야 했다. 8회 박한이의 2타점 적시타가 터지지 않았다면, 삼성의 반격도 힘들었을지 모른다. 한 번 주춤했다가 괜한 힘을 더 썼다.
[rok1954@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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