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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 한국시리즈 김자인 시구에 아쉬움 남는 이유
입력 2013-10-24 18:31 
[매경닷컴 MK스포츠(대구) 김원익 기자] 뜻 깊은 한국시리즈 1차전 시구자는 좀 더 의미있는 인사가 나설수는 없었을까.
‘암벽 여제 김자인(24)은 24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1차전에 앞서 시구자로 나섰다. 김자인은 깔끔한 시구로 대구구장에 모인 관중들로부터 박수갈채를 받았다. 하지만 동시에 의아하다는 반응도 있었다.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지명도 때문이기도 했지만 야구와 전혀 관련이 없어보이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랬다.
김자인은 스포츠클라이밍 부문 리드 세계 1위에 올라 ‘암벽여제라는 찬사를 얻고 있는 여자 스포츠인이다. 한국시리즈가 아닌 다른 장소와 시간이었다면 전혀 무리가 없었을 시구자다. 하지만 프로야구의 한 해 가장 큰 축제 한국시리즈의 1차전 시구자로는 어울리지 않았다. 야구, 대구, 삼성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야구와 특별한 관련이 없는 김자인의 한국시리즈 1차전 시구는 아쉬움이 남는다. 사진(대구)=김재현 기자
사실 매년 포스트시즌마다 반복되는 논란이다. 앞서 올해도 포스트시즌을 치르는 팀들은 대다수의 시구로 연예인을 선정했다. 각 팀의 오랜 팬이었던 연예인을 초대한 구단도 있었으나 큰 틀에서는 자리를 빛낼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가 걷어 찬 셈이었다.

메이저리그는 포스트시즌 각 팀의 레전드나 사회적 약자, 혹은 오랜 팬들을 시구자로 선정하는 관례가 있다. 한국 역시 마찬가지다. 팬과 팀의 역사를 존중하고,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많은 시구 문화를 만들고 있는 구단들이 다수다. 이날 애국가는 청각장애를 갖고 있는 충주성심야구단원 13명이 나섰다. 이들의 수화와 대구구장 관객들이 어우러진 하모니는 잔잔한 감동을 선사했다.
특정인물이어서 문제였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한국시리즈 1차전, 과거 삼성을 빛낸 영광의 레전드들이나 삼성과 더욱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인물이 나섰다면 더욱 의미 있는 시구가 됐을 것이다.
한국의 시구 문화는 연예인들을 전면에 내세운 흥미의 소재로 점점 변해가고 있다. 팬들 역시도 그다지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의미와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것은 야구장 밖에 있는 야구인들의 과제다. 야구 문화의 성장은 특별한 것이 아니다. 조금 더 많은 이들에게 더한 기쁨을 줄 수 있는 시구의 발견 대신 선택한 김자인의 시구가 아쉬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one@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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