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 윤상현·김무성·안철수의 미래 대통령론
입력 2013-10-14 11:59  | 수정 2013-10-14 17:20
정치인들이 정치를 하는 이유는 뭘까요?

국민을 편안케 하고, 나라를 융성케하는게 그 목적일까요?

정치인마다 다르겠지만, 정치인이 최고 권력을 잡고자 하는 야망을 꿈꾸지 않는다고 하면 그것 또한 거짓말이겠죠.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한 지 7개월 남짓 지났는데, 벌써 '미래 대통령'을 얘기한다면 어떨까요?

벌써 박 대통령이 레임덕을 맞은 건 아닐텐데, 정치권에서는 농담 반, 진담 반 식으로 미래 대통령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친박계인 윤상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가 지난 주말에 구설수에 올랐습니다.

윤 의원은 일요일마다 다음주 국회 운영과 관련해서 기자 브리핑을 하는데, 어제는 좀 과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잠깐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윤상현 /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어제)
- "(공기업 인사는) 당에서 올라갔다 얘기 나오는데 신문 나온대로 또 공개 인사 늦어지다보니 청와대에 빨리 해달라 주문하느 상황이고 빠르면 조만간 시작되지 않겠나 생각한다."

그런데 윤 의원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보건복지부 장관에 안종범 새누리당 의원이 더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까지 했습니다.

또 북한이 지난 2002년 박근혜 대통령이 북한에 가 김정일 위원장을 만난 내용을 공개하겠다는 협박에 대해서도 '공개해도 별 문제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국정원 개혁안과 관련해 국가정보원은 국가안보와 관련 없는 기관에는 상시 출입하지 않을 것 같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공기업 인사 전망, 장관 지명, 국정원 개혁, 대통령의 과거 발언과 관련한 언급만 놓고 보면, 윤 의원이 흡사 청와대 홍보수석이라고 착각할 만합니다.

혹시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이 윤 의원의 발언을 놓고 마음이 상하지 않았나 모르겠습니다.

야당에게는 또 하나 '건수'를 준 셈입니다.

▶ 인터뷰 : 배재정 / 민주당 원내 대변인(어제)
- "이쯤 되면 여당이 차기 대통령으로 모실 분은 명확해진 것인지 궁금해진다. 박 대통령이 2002년 방북해서 무슨 말을 했는지 모두 알고 있는 듯하다. '깐다고 해도 내용이 없다'고 했다. 제2의 김무성 의원이다."

그런데 야당은 윤 의원의 말을 비판하면서 갑자기 김무성 의원을 왜 끌어들였을까요?

김무성 의원은 한때 친박계의 좌장 역할을 했습니다.

지금 윤상현 의원이 그 역할을 한다는 의미에서 야당이 그런 논평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김무성 의원으로서는 불쾌했을 법합니다.

친박계 좌장이었다가 박 대통령이 '친박에 좌장은 없다'고 말하면서 사이가 멀어졌던 김 의원은 지난 대선에서 총괄선대본부장을 맡으며 강력한 카리스마로 그 존재감을 드러냈습니다.

원내에 복귀한 김 의원의 목표는 '차기 당권'이라는 말이 들립니다.

그래서인지, 김 의원은 당 의원의 2/3가 참여한 역사 공부 모임을 주도하며 명실상부한 당의 실세임을 입증했습니다.

▶ 인터뷰 : 김무성 / 새누리당 의원 (9월4일)
- "자랑스러운 우리 역사를 못난 역사로 비하하면서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역사가 학생들에게 가르쳐질 때 국론이 분열되어서 나라가 어지러워지고 국민의 마음과 정신이 어지러워져 국가 미래가 어두워져서 역사가 퇴보하는 것을 이 자리에 있는 여러분이 막아주셔야 합니다."

그런데 하필 이 첫 모임이 박 대통령이 러시아 순방을 가는 날 아침이었습니다.

대통령이 떠나는 날, 새누리당 의원 120여명이 김무성 의원 주변에 앉아 있던 것을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그림이 썩 좋지는 않았다는 말도 들렸습니다.

박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서청원 전 대표가 공천을 받아 이번 재보선에 참여한 것도 청와대가 이렇게 커진 김무성 의원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말도 들립니다.

앞으로 서 전 대표와 김무성 전 의원, 그리고 청와대의 불꽃튀는 신경전이 펼쳐질까요?

야권에서는 약발이 떨어진 듯 보이는 안철수 의원의 '미래 대통령론'에 관심이 갑니다.

안철수 의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지역구에서 토크 콘서트를 열고 자신의 처지를 '우생마사'에 비유했습니다.

직접 들어보시죠

▶ 인터뷰 : 안철수 / 무소속 의원(10월12일)
- "말과 소를 물에 빠뜨리면 평소에는 말이 두 배로 빨리 헤엄쳐 먼저 뭍으로 나온다. 하지만 홍수가 났을 때 말은 제자리에서 힘을 쓰다가 죽고 소는 물에 떠내려가면서도 조금씩 헤엄쳐 어느새 강기슭으로 가서 걸어 나온다. (저는) 말처럼 하는 게 아니라 민심의 강물에 제 몸을 맡기고 한 걸음 뚜벅뚜벅 하다 보면 어느새 민심의 강물은 저를 강기슭으로 안전하게 옮겨주지 않을까 하는 믿음으로 열심히 하고 있다"

말처럼 빨리 달리지 않고, 소처럼 뚜벅뚜벅 걷겠다는 안철수 의원.

그런데 지금 야권은 방향을 잃고 헤메고 있습니다.

안 의원의 비유처럼, 홍수에 모든 게 다 떠내려가는 형국입니다.

이럴 때 혼자 살겠다고 묵묵히 헤엄치는 소의 모습은 어떨까요?

위기 속에 누가 누구를 도와줄 처지가 아닌 줄 알지만, 그래도 차기 지도자라면 자기 희생을 통해 야권을 구하고, 방향을 제시하는 모습을 야권 지지자들은 원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안 의원의 비유가 무슨 뜻인줄 알지만, 조금은 적절치 못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지금 미래 권력, 미래 대통령론을 왈가왈부하는 것은 시기 상조인 듯합니다.

그런데 정치권이 하도 하수상하니 이런 저런 얘기들도 나오나 봅니다.

이 가운데는 정말 미래 권력과 미래 대통령이 될 사람도 있을 것이고, 아니면 헛물만 켜다 그렇게 사람들 기억에서 사라질 사람들도 있을 겁니다.

지금 미래를 어찌 알겠습니까?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김희경 이민경 신민희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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