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클래식 최고의 히트상품인 수원과 서울, 서울과 수원의 시즌 세 번째 ‘슈퍼매치가 9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마침 23년 만에 공휴일로 부활한 한글날이었고, 태풍이 지나가면서 전형적인 화창한 가을 날씨를 보였으니 축구를 즐기기에 조건이 그만이었다.
덕분에 오랜만에 ‘구름관중이 경기장을 수놓았다. 홈팀 수원의 푸른 물결과 원정팀 서울의 붉은 물결이 합쳐진 3만6476명의 축구팬들이 K리그 최고의 라이벌전을 현장에서 즐겼다. 이날 골을 터뜨린 수원의 공격수 정대세가 솔직히 다른 K리그 경기는 팬들이 많지 않아 집중력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오늘처럼 많은 관중들이 응원해주면 없는 힘이 생긴다. 팬들에게 감동받았다”는 소감을 전했을 정도로 뜨거운 열기를 자랑했다.
흔치 않게도 지상파 방송에서 중계 카메라까지 찾아왔다. 공휴일을 맞아 TV 브라운관을 통해 K리그 경기를 지켜봤을 시청자들도 적잖았을 것이다. 이렇게 ‘보는 눈이 많았던 빅매치였기에 수원월드컵경기장 잔디의 도저히 믿기지 않은 모습은 시쳇말로 어이가 없었다.
경기장에 도착했을 때 눈을 의심했을 정도다. 누군가의 표현처럼, 경기장에 ‘고속도로가 생겨 있었다. 푸릇함을 유지해야할 잔디가 흉측하게 속살을 드러냈다. 보기 안 좋은 것도 그렇지만 그런 잔디 상태에서는 좋은 플레이가 나오지 못한다는 게 결정적인 문제다.
경기를 앞두고 서정원 수원 감독은 잔디는 경기력에 큰 영향을 준다.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너무 아쉽다”는 뜻을 전했고 서울의 최용수 감독도 아기자기한 패스플레이를 추구하는 수원의 홈구장이 이러면 되겠는가”라며 답답해했다. 실제 이날 경기에서는 공 대신 움푹 페인 땅을 때리던 실수 장면이 심심치 않게 발생했다.
잔디가 엉망이 된 이유에 대한 설명을 들으니 더욱 답답했다. 지난 9월28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대형 가수의 콘서트가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는데 필드를 가로지르는 무대장치를 세우는 과정에서 영광스러운(?) 상처를 얻었다는 것이다.
수원월드컵경기장의 관리는 수원월드컵경기장관리재단이 맡고 있다. 수익을 내야하는 재단의 입장을 생각할 때, 왜 축구장에서 콘서트를 얼었느냐고 비난하긴 어렵다. 다만, ‘관리에는 신경을 썼어야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은 충분히 가능하다. 엄연히 해당 가수 측으로부터 대관료를 받았을 것이다. ‘가왕이라 불리는 가수의 네임벨류와 콘서트 규모를 생각했을 때 금액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슈퍼매치가 열린 날은 콘서트 이후 열흘이 지났다. ‘의지가 있었다면 ‘논두렁 잔디로 방치하진 않았을 것이다.
수원 구단 측도 지적이 불가피하다. 물론 경기장 관리는 구단이 하는 것이 아니라며 난감해 했다. 재단 측에 보수를 계속 요구했으나 차일피일 미뤄지는 통해 어쩔 수 없었다며 볼멘소리를 전했다. 자신들도 대관료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주인처럼 요구하긴 힘들었다는 뜻이다. 이해는 가나, 그래도 정도가 심했다. 팬들의 시선 속에 수원월드컵경기장은 ‘수원삼성의 집으로 인식돼 있다. 비난이 향하는 곳은 수원삼성이다. 더 분주하게 요구했어야한다.
근래 월드컵 경기장의 잔디 문제가 지속적으로 구설수에 오르내리고 있다. 오늘 12일 세계 최강 브라질과의 A매치가 열리는 서울월드컵경기장의 잔디도 형편없는 수준으로 떨어졌다. 다행히 지난 8일 부랴부랴 보수했다. 여론이 따가웠던 탓이다. 홍명보 국가대표팀 감독이 세계적인 팀과의 경기를 치르는 장소인데, 심히 걱정이 된다”는 발언과 함께 축구팬들의 성토가 뜨거워지면서 구단 관리를 담당하는 서울시설관리공단이 ‘전시행정처럼 급히 움직였다.
다행히 직접적인 망신은 면하게 됐다. 하지만 이미 간접적인 망신은 당했다. 문득 네이마르와 오스카, 헐크와 단테 등 한국을 찾은 브라질의 스타들이 브라운관을 통해 ‘슈퍼매치를 보았을까 걱정이 됐다. 하루 24시간 내내 어떤 채널에서든 축구경기가 전파를 타는 브라질을 생각했을 때, 도통 축구경기를 볼 수 없는 한국에서 무료하기 짝이 없었을 브라질 선수들이 수원과 서울, 서울과 수원의 경기를 봤을 확률은 꽤 높다. 그들의 눈에 경기장의 선명한 ‘레일이 어떻게 보였을지 궁금하다.
투지 넘치던 양 팀 선수들의 플레이부터 이 정도 팬들의 규모와 열정이면 어떤 나라도 부럽지 않은 관중석의 모습까지, 지켜보는 이들이 브라질 선수들이라도 ‘슈퍼매치 쯤이면 당당했다. 그런데 중앙을 가로지르던 난데없는 잔디 상태에 미간도 함께 찌푸려졌다.
한 나라의 축구 수준은 그 나라 축구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들이 합쳐져서 결정된다. 감독의 지도력 수준부터 선수들의 플레이 수준, 팬들과 심판의 수준은 물론이요 경기장이나 훈련장 등 인프라 수준까지 모두 포함된 이야기다. 대한민국 최고를 지향하는 구단의 홈 경기장에서 리그 최고의 라이벌전이 열리는 날 잔디상태가 흉측했다.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MK스포츠 축구팀장 lastuncle@maekyung.com]
덕분에 오랜만에 ‘구름관중이 경기장을 수놓았다. 홈팀 수원의 푸른 물결과 원정팀 서울의 붉은 물결이 합쳐진 3만6476명의 축구팬들이 K리그 최고의 라이벌전을 현장에서 즐겼다. 이날 골을 터뜨린 수원의 공격수 정대세가 솔직히 다른 K리그 경기는 팬들이 많지 않아 집중력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오늘처럼 많은 관중들이 응원해주면 없는 힘이 생긴다. 팬들에게 감동받았다”는 소감을 전했을 정도로 뜨거운 열기를 자랑했다.
흔치 않게도 지상파 방송에서 중계 카메라까지 찾아왔다. 공휴일을 맞아 TV 브라운관을 통해 K리그 경기를 지켜봤을 시청자들도 적잖았을 것이다. 이렇게 ‘보는 눈이 많았던 빅매치였기에 수원월드컵경기장 잔디의 도저히 믿기지 않은 모습은 시쳇말로 어이가 없었다.
관중석 상단에 있는 기자석에서 바라본 수원월드컵경기장의 모습이다. 과연 ‘관리를 한 것인지 의심스러운 수준이다. |
경기를 앞두고 서정원 수원 감독은 잔디는 경기력에 큰 영향을 준다.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너무 아쉽다”는 뜻을 전했고 서울의 최용수 감독도 아기자기한 패스플레이를 추구하는 수원의 홈구장이 이러면 되겠는가”라며 답답해했다. 실제 이날 경기에서는 공 대신 움푹 페인 땅을 때리던 실수 장면이 심심치 않게 발생했다.
잔디가 엉망이 된 이유에 대한 설명을 들으니 더욱 답답했다. 지난 9월28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대형 가수의 콘서트가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는데 필드를 가로지르는 무대장치를 세우는 과정에서 영광스러운(?) 상처를 얻었다는 것이다.
수원월드컵경기장의 관리는 수원월드컵경기장관리재단이 맡고 있다. 수익을 내야하는 재단의 입장을 생각할 때, 왜 축구장에서 콘서트를 얼었느냐고 비난하긴 어렵다. 다만, ‘관리에는 신경을 썼어야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은 충분히 가능하다. 엄연히 해당 가수 측으로부터 대관료를 받았을 것이다. ‘가왕이라 불리는 가수의 네임벨류와 콘서트 규모를 생각했을 때 금액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슈퍼매치가 열린 날은 콘서트 이후 열흘이 지났다. ‘의지가 있었다면 ‘논두렁 잔디로 방치하진 않았을 것이다.
수원 구단 측도 지적이 불가피하다. 물론 경기장 관리는 구단이 하는 것이 아니라며 난감해 했다. 재단 측에 보수를 계속 요구했으나 차일피일 미뤄지는 통해 어쩔 수 없었다며 볼멘소리를 전했다. 자신들도 대관료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주인처럼 요구하긴 힘들었다는 뜻이다. 이해는 가나, 그래도 정도가 심했다. 팬들의 시선 속에 수원월드컵경기장은 ‘수원삼성의 집으로 인식돼 있다. 비난이 향하는 곳은 수원삼성이다. 더 분주하게 요구했어야한다.
근래 월드컵 경기장의 잔디 문제가 지속적으로 구설수에 오르내리고 있다. 오늘 12일 세계 최강 브라질과의 A매치가 열리는 서울월드컵경기장의 잔디도 형편없는 수준으로 떨어졌다. 다행히 지난 8일 부랴부랴 보수했다. 여론이 따가웠던 탓이다. 홍명보 국가대표팀 감독이 세계적인 팀과의 경기를 치르는 장소인데, 심히 걱정이 된다”는 발언과 함께 축구팬들의 성토가 뜨거워지면서 구단 관리를 담당하는 서울시설관리공단이 ‘전시행정처럼 급히 움직였다.
다행히 직접적인 망신은 면하게 됐다. 하지만 이미 간접적인 망신은 당했다. 문득 네이마르와 오스카, 헐크와 단테 등 한국을 찾은 브라질의 스타들이 브라운관을 통해 ‘슈퍼매치를 보았을까 걱정이 됐다. 하루 24시간 내내 어떤 채널에서든 축구경기가 전파를 타는 브라질을 생각했을 때, 도통 축구경기를 볼 수 없는 한국에서 무료하기 짝이 없었을 브라질 선수들이 수원과 서울, 서울과 수원의 경기를 봤을 확률은 꽤 높다. 그들의 눈에 경기장의 선명한 ‘레일이 어떻게 보였을지 궁금하다.
투지 넘치던 양 팀 선수들의 플레이부터 이 정도 팬들의 규모와 열정이면 어떤 나라도 부럽지 않은 관중석의 모습까지, 지켜보는 이들이 브라질 선수들이라도 ‘슈퍼매치 쯤이면 당당했다. 그런데 중앙을 가로지르던 난데없는 잔디 상태에 미간도 함께 찌푸려졌다.
한 나라의 축구 수준은 그 나라 축구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들이 합쳐져서 결정된다. 감독의 지도력 수준부터 선수들의 플레이 수준, 팬들과 심판의 수준은 물론이요 경기장이나 훈련장 등 인프라 수준까지 모두 포함된 이야기다. 대한민국 최고를 지향하는 구단의 홈 경기장에서 리그 최고의 라이벌전이 열리는 날 잔디상태가 흉측했다.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MK스포츠 축구팀장 lastuncle@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