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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PO 2차전] 사사구와 실책, 승부를 지배하다
입력 2013-10-09 19:13  | 수정 2013-10-09 19:25
[매경닷컴 MK스포츠 김원익 기자] 사사구와 실책이 경기를 지배한 준플레이오프 2차전이었다.
넥센은 9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2013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2차전서 김지수의 끝내기 안타로 두산에 3-2 역전승을 거뒀다. 이로써 시리즈 2승째를 거둔 넥센은 창단 이후 첫 준플레이오프 진출에 이어 플레이오프 진출까지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 두산은 쓰라린 역전패를 당하면서 지난 2010년 1,2차전 패배 이후 리버스 스윕을 거뒀던 기적을 바랄 수밖에 없게 됐다.
여러모로 득점 상황서 팬들을 허탈하게 만든 경기였다. 이날 모든 득점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선두타자 사사구 허용이다. 그리고 9회 넥센의 재동점 점수를 제외한 모든 점수가 실책에 편승해서 나왔다. 8회 홍상삼의 3개의 폭투 역시 긴장한 탓에 나오는 실책성 플레이였다. 야구에서 금기로 여겨지는 선두타자 볼넷과 사구, 어이없는 실책이 얼마나 승리에 부정적인지, 경기 흐름을 치명적으로 바꿔 놓을 수 있는지를 증명한 한판이기도 했다.
사사구와 실책이 준플레이오프 2차전 승부의 향방을 요동치게 했다. 끝내기 승리 이후 환호하고 있는 넥센 선수단. 사진(목동)=옥영화 기자
두산 선발 유희관이 7⅓이닝 3피안타 3볼넷 2사구 5탈삼진 무실점, 넥센 선발 앤디 밴 헤켄이 7⅓이닝 4피안타 1볼넷 6탈삼진 1실점의 호투를 펼칠때까지만 경기는 명품투수전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이후 8회부터 경기의 흐름이 요동을 쳤다. 길었던 ‘0의 균형은 8회 깨졌다. 두산은 호투를 펼치고 있던 밴 헤켄에게 홍성흔이 8구 접전 끝에 선두타자 볼넷을 골라내 공격의 물꼬를 텄다. 이원석의 희생번트로 대주자 허경민을 2루로 보냈고, 바뀐 투수 강윤구를 상대로 오재원이 중견수 왼쪽 방면의 안타를 쳤다.
1사 1,3루가 되자 넥센 벤치는 곧바로 마무리 투수 손승락을 투입시키는 강수를 냈다. 대타 오재일의 타구는 유격수 방면으로 향했고, 1루 주자 오재원은 포스아웃됐으나 넥센 2루수 서건창이 송구 미스를 범하면서 오재일은 1루 베이스를 무사히 밟았다. 그 사이 허경민이 홈으로 들어오면서 두산은 1-0 리드를 잡았다. 두산은 후속 김재호가 삼진으로 물러나면서 추가점을 내지 못했다.
8회 넥센 역시 서건창의 선두타자 볼넷으로 찬스를 잡았다. 희생번트로 주자를 2루로 보낸 이후 이택근이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으나, 홍상삼이 박병호를 고의 4구로 거르던 중 어이없는 폭투를 범했다. 높은 공으로 아예 박병호를 거르려 했으나 공은 포수 양의지가 잡을 수 없는 곳으로 향했고, 서건창은 3루 베이스를 손쉽게 밟았다. 이어 승부에 들어간 홍상삼의 2구가 원바운드로 다시 폭투가 되면서 서건창이 홈을 밟아 동점을 만들었다.
9회 상황도 유사했다. 실책으로 점수를 뽑은 넥센은 9회 어이없는 실책을 범해 역전을 허용했다. 두산은 이종욱이 선두타자 볼넷으로 출루한 이후 도루로 2루까지 내달렸다. 이어 정수빈의 희생번트를 마무리 투수 손승락이 처리하던 와중에 1루 악송구를 범하면서 이종욱이 홈을 밟아 2-1로 경기를 역전시켰다. 선두타자 볼넷 이후 실책으로 점수를 내주는 경기의 패턴이 반복됐다.
9회 넥센의 재동점도 선두타자 김민성의 볼넷으로 시작됐다. 이어 장기영의 3루수 희생번트, 유한준의 우전안타로 1사 1,3루를 만들었다. 넥센은 이어진 상황서 유한준의 도루와 문우람의 볼넷으로 기어이 만루를 만든 이후 바뀐 투수 김선우에게 서건창이 밀어내기 볼넷을 얻어 2-2로 다시 경기를 원점으로 돌렸다. 하지만 후속 서동욱이 삼진, 이택근이 2루수 땅볼로 허무하게 물러나면서 경기를 끝낼 기회를 놓쳤다.
10회 방점은 김지수의 끝내기 안타였지만 과정은 볼넷으로 만들어졌다. 넥센은 선두타자 박병호가 몸에 맞는 볼로 출루한 이후, 강정호가 좌익수 뜬공으로 물러났으나, 박병호가 오현택의 견제구가 빠진 틈을 타 3루까지 내달렸다. 이어 김지수가 우중간 끝내기 안타를 날려 경기에 방점을 찍었다.
경기의 희비는 극명하게 갈렸지만, 경기를 지켜보는 팬들로서는 내내 마음을 졸여야 했던 씁쓸한 경기이기도 했다.
[one@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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