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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성의 ‘1년 모래시계’…유재학 ‘호기심’이 뒤집는다
입력 2013-10-04 15:22  | 수정 2013-10-04 15:46
[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유재학 매직이 또 통할까.
유재학(50) 울산 모비스 감독은 프로농구에서 재활공장장으로 불린다. 일단 그의 지휘봉이 닿으면 감춰있던 잠재력이 폭발한다. 선수가 가진 장점을 극대화시키는 탁월한 지도력 때문이다. 올해 그의 시선에 꽂힌 선수는 ‘풍운아 이대성(23, 190cm)이다.
이대성은 지난달 30일 2013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프로의 꿈을 이뤘다. 그를 부른 것은 유 감독이었다. 이대성은 2라운드 1순위(전체 11순위)로 모비스 유니폼을 입었다. 미국 진출 도전을 접고 돌아온 이대성에게는 값진 기회였다.
유재학 울산 모비스 감독이 유망주 발굴에 나섰다. 신인 드래프트 2라운드 1순위로 모비스 유니폼을 입은 이대성이 주인공이다. 사진=MK스포츠 DB
이대성은 삼일상고 시절 유망주로 꼽혔다. 뛰어난 운동능력과 화려한 개인기가 돋보였다. 고교 3학년이던 지난 2008년 KBL-NBA캠프에 참가해 NBA 코치들로부터 재능을 인정 받아 최우수선수(MVP)를 수상했다. 그러나 개인 성향이 강한 스타일이 국내 농구에서는 단점으로 지적됐다. 중앙대 입학 이후 3년을 버티지 못하고 뛰쳐나왔다.

그가 향한 곳은 미국이었다. 독한 각오를 품고 국내에서 영어학원을 다니며 준비했다. 그러나 미국 도전은 쉽지 않았다. NBA 하부리그인 D리그 트라이아웃에 참가했으나 낙방했고, 우여곡절 끝에 미국 브리검영대에 편입했다. 브리검영대는 미국대학스포츠협회 디비전2(NCAA2) 소속이다. 이대성은 1년 동안 적응을 하며 재능을 키웠다. 그러나 발목 골절상을 당하는 부상이 그를 가로막으면서 국내로 유턴을 결심했다.
이대성의 최근 농구를 본 사람은 극히 드물다. 거의 없다. 드래프트에 앞서 진행된 트라이아웃은 그에게 중요했다. 하지만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펼치지 못했다. 낙담했다. 이대성은 잠도 거의 자지 못했을 정도로 긴장을 많이 했다. 뒷순위에 뽑히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사실 이대성은 유 감독이 미리 점 찍어둔 선수였다. 그의 가능성을 보고 뽑은 것. 유 감독은 혹시라도 앞에서 다른 구단이 먼저 지명을 할까봐 노심초사하기도 했다. 그만큼 이대성에 대한 욕심이 있었다.
유 감독은 난 이대성이 농구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고 털어놨다. 그런데 왜 이대성을 키우고 싶었을까. 남다른 인연이 있었다. 유 감독은 약 20년 전 연세대 코치 시절 6개월 간 미국 연수를 다녀온 경험이 있다. 그 당시 유 감독의 은사가 켄 와그너(60) 브리검영대 감독이었다. 와그너 감독은 대만 농구대표팀 어시스턴트 코치를 맡을 정도로 지도력을 인정받고 있는 지도자다.
유 감독은 그때 인연으로 지금까지 와그너 감독과 연락을 주고 받을 정도로 각별한 사이다. 유 감독은 직접 와그너 감독에게 이대성에 대한 평가를 들었다. 신뢰할 수 있는 조언이었다. 와그너 감독은 발전 가능성이 많은 선수다. 농구에 대한 열정과 의지가 강해 습득 속도도 빨랐다. 더 가르치고 싶었는데 부상을 당해 나도 아쉬웠다”고 말했다. 유 감독은 구단 프런트를 통해 드래프트 당일에도 다시 와그너 감독과 전화를 연결해 재차 확인할 정도로 정성을 쏟았다.
유 감독은 이대성에게 1년의 시간을 주기로 했다. 역시 와그너 감독의 조언이 뒤에 깔려 있었다. 유 감독은 와그너 감독이 1년을 두고 천천히 지도를 해보라고 하더라. 나도 급하게 할 생각이 없다. 농구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면 스스로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유 감독은 이대성과 비슷한 경향의 선수를 지도한 경험이 있다. 현재 전주 KCC에서 뛰고 있는 김효범(30)이다. 김효범은 미국 뱅가드대 출신으로 2005년 모비스에 입단했다. 유 감독은 3년의 시간을 투자해 김효범을 리그 최고의 슈터로 키워냈다.
이대성은 미국에 있는 동안 농구가 어떤 것인지 배웠다. 유재학 감독을 만나 정말 영광이다. 누구보다 배우고 싶은 열망이 정말 크다. 난 농구에 미쳤다”고 이를 악물었다.
유 감독은 이대성을 향한 강한 호기심과 기대감을 동시에 품고 있다. 1년 뒤 뒤집혀질 이대성의 모래시계가 흥미롭다.
2013 프로농구 신인 드래프트에서 울산 모비스 유니폼을 입은 이대성. 사진=KBL 제공
[min@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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