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男 배구 `발목 조심!`…미끄러운 코트에 `부상 경계령`
입력 2013-09-30 11:10 
[매경닷컴 MK스포츠 김기윤 기자] 겉만 번지르르하지 제 구실을 못하고 있다. 제17회 아시아남자배구선수권대회가 열리고 있는 함단 스포츠콤플렉스 이야기다.
박기원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배구대표팀은 29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함단 스포츠콤플렉스에서 이라크와 조별리그 F조 1차전을 치렀다.
개막전에서 3-0(25-19 25-18 25-19) 완승을 거뒀지만 대표팀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코트 바닥이 미끄러워 아찔한 순간을 수차례 넘겼기 때문이다.
함단 스포츠콤플렉스의 외관과 내부 시설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복합 경기장인 이곳은 수영장을 기본으로 하고 있지만 상황에 따라 배구·테니스·유도 등 다양한 종목의 대회를 개최할 수 있다.

29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함단 스포츠콤플렉스에서 열린 한국과 이라크와의 제17회 아시아남자배구선수권대회 21강 조별리그 F조 1차전 경기 도중 한선수(대한항공)가 미끄러져 코트 바닥에 쓰러져 있다. 사진= 대한배구협회 제공
1만5000석 규모의 관중석과 경기장 천장에 설치된 초대형 스크린은 그야말로 위용을 뽐낸다. 특히 총 8개로 구성된 대형 스크린에서는 하이라이트 장면·점수·각 세트 결과·선수 개인 득점 등이 실시간으로 제공된다.
임금님 밥상을 차려놓고 설익은 밥을 내온 격이다. 주변 시설은 최고급으로 꾸몄는데 가장 중요한 코트는 기본에도 못 미치게 만들어 놨다.
이번 대회 배구 코트가 있는 곳은 원래 수영장이었다. 경기장을 개조하고 그 위에 배구 실내 코트 바닥재인 몬도플렉스를 깔았다.
물기가 있으면 잘 미끄러지는 몬도플렉스의 특성상 배구 코트 위에서는 땀 한 방울도 세심하게 처리한다. 선수들의 부상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이번 대회 조직위는 수영장 위에 배구 코트를 만들어 놓고도 이렇다 할 관리를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배구장 바로 옆에 붙어있는 수영장 문도 모두 열어 놓았다.
이날 경기를 뛴 오재성(성균관대)은 "이런 바닥은 처음이다. 코트가 너무 미끄럽다"며 "습기가 많은데다 몬도플렉스 두께도 얇다. 부상 위험이 굉장히 높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앞서 경기를 치른 다른 팀들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는 아무런 이유 없이 코트 위에 넘어지는 선수들의 모습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박 감독은 "지난 제너럴미팅 때 이미 이란 대표팀 감독이 코트 바닥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며 "당시 조직위가 미끄럼 방지를 위해 신속하게 처리를 하겠다고 했으나 이후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대로 남은 경기에 출전했다간 우리 선수들이 언제 부상을 당할지 모른다"며 "임시방편으로 송진가루라도 구해 선수들의 운동화 바닥에 묻혀야 할 판"이라고 전했다.
머나먼 두바이까지 날아와 느닷없이 '송진가루'를 찾게 된 대표팀은 울지 못해 웃었다.
[coolki@maekyung.com]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