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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본 수원, 오늘이 급한 전북과 0-0
입력 2013-09-29 16:25 
[매경닷컴 MK스포츠(전주) 임성일 기자] 소문난 잔치는 싱겁게 끝났다. 29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과 수원의 경기는 30라운드 최고의 빅매치였다. 하지만 결과는 0-0으로 끝났다.
똑같이 승점 1점씩을 나눠가졌으나 만족감은 차이가 있었다. 수원이 소기의 성과를 거둔 결과다. 이겼다면 1위까지 점프할 수 있던 전북은, 홈경기라는 것까지 감안해 꼭 3점이 필요했다. 하지만 수원은 굳이 무리할 필요가 없었던 경기다. 서정원 감독의 복안도 그러했다.
라운드 빅매치로 여겨졌던 전북과 수원의 맞대결이 0-0 무승부로 끝났다. 전북은 아쉽고, 수원은 소기의 성과였다. 내일을 본 서정원 감독의 포석이 통했다. 사진= 전북현대 제공
경기를 앞두고 최강희 전북 감독과 서정원 수원 감독 모두 승리에 초점을 맞춘 경기를 펼치겠다는 뜻을 전했으나 속은 서로 달랐다. 이 경기를 잡으면 선두로 올라서는 홈팀 전북의 최강희 감독의 각오는 참이었으나 서정원 감독의 입장에서 전북전은, 내일을 위한 숨고르기로 여겼던 인상이 적잖다.
수원 입장에서는 때가 아니었다. 전북전을 앞두고 수원은 승점 45점으로 5위에 위치해 있었다. 4위 서울(50점)과는 5점차, 선두 포항(54점)과는 9점이나 떨어졌다. 하지만 표면적인 격차와 실 격차는 다소 차이가 있었다. 다른 팀들보다 1경기 덜 치른 28경기에서의 45점이니 다소 여유가 있었다.

더군다나 전북전만 마치면 중요한 옵션들이 가세한다. 염기훈이 28일 전역해서 팀에 합류한 상태이고 부상으로 오래도록 필드를 떠나 있었던 정대세도 오랜만에 스쿼드에 이름을 올렸다. 공히 다음 라운드부터는 필드에 나설 수 있는 상황이다. 서정원 감독 입장에서는 100% 전력이 아닌 상황에서 굳이 무리수를 둘 필요가 없던 경기다.
경기를 앞두고 만난 서정원 감독은 정대세는, 일단 스쿼드에 올렸으나 아직 100%는 아니다. 투입은 상황을 보고 결정할 것이다. 염기훈도 전주에 내려왔다. 빨리 적응하기 위해서다. 이들이 가세하면 분명 든든한 힘이 될 것이다”면서 아직 9경기나 남아 있고, 돌아올 선수들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충분히 자신 있다”는 말로 미래에 대한 전망을 전했다.
결국 내일을 기다리는 서정원 감독 입장에서는 부담스런 전북 원정을 박차를 가할 타이밍으로 잡을 필요 없었다는 것이다.
실제 수원은 안정적인 경기 운영에 힘썼다. 오장은과 이용래 등 수비형 미드필더들까지는 전체적으로 수비에 치중했다. 가뜩이나 비가 내리는 상황 속에서 전북이 케빈을 이용한 선 굵은 축구를 구사할 것이라 예상한 서정원 감독은 벽을 두껍게 쌓고 카운트 어택을 노리는 방향으로 그림을 그렸다. 전반전이 끝난 뒤 양 팀의 슈팅 숫자는 전북 7-수원 0이었다.
후반전의 양상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케빈을 이용하는 전북의 공격 빈도가 늘었고, 케빈을 집중 마크하는 수원의 빈도가 늘어났을 뿐이다. 함께 수비수를 분산시켜줬던 이동국, 2선에서 지원사격을 펼쳤던 이승기 등 파트너들이 없었던 케빈은 고군분투의 인상이 강했고 결국 위력은 반감됐다.
결국 전북도 수원도 골을 넣지 못했다. 만족스러운 것은 수원 쪽이다. 더군다나 서정원 감독은 후반 21분 산토스를 빼고 정대세를 투입해 워밍업까지 시켰다. 7월7일 울산 전에서 부상을 당한 이후 거의 석 달 만에 첫 출전이었다. 막바지로 갈수록 수비에 치중해 정대세의 모습은 눈에 띄지 않았으나, 세포를 깨웠다는 것으로 만족할 수 있었던 경기다. 내일을 내다본 서정원 감독의 포석이 오늘이 급했던 최강희 감독의 발목을 잡은 결과다.
[lastuncle@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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