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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산된 ‘코리안 더비’…잔칫상도, 주인공도 없었다
입력 2013-09-22 00:22 
[매경닷컴 MK스포츠(독일 마인츠) 이상철 기자]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 3번째 코리안 더비는 무산됐다. 판은 깔렸지만, 무대에 모두 오르진 않았다. 주인공도 없었다. 레버쿠젠가 마인츠에 완승을 거두면서 종료됐지만, 손흥민(레버쿠젠)도 박주호(마인츠)도 웃지는 못했다.
21일(현지시간) 2013-14시즌 분데스리가 6라운드 마인츠-레버쿠젠전이 열린 코파스 아레나. 독일 현지에서도 3위 레버쿠젠과 6위 마인츠의 상위권 경쟁팀의 맞대결로 관심이 뜨거웠다. 경기 시작 2시간 전부터 수많은 취재진이 현장을 찾았다.
마인츠의 박주호(왼쪽)는 21일 레버쿠젠전에 선발 출전해 풀타임을 뛰었다. 개막 이후 전 경기 풀타임 출전이다. 그러나 마인츠는 4실점을 하며 3연패를 했다. 사진(독일 마인츠)=김영구 기자
이들은 코리안 더비에 대해서도 큰 관심을 나타냈다. 한국에서 날아와 각각 레버쿠젠과 마인츠의 한 자리를 꿰찬 두 젊은 축구선수의 첫 대결에 흥미를 보였다.
그러면서 자신들과 전혀 다르게 생긴, 검은 머리와 검은 눈동자의 동양인에게 다가와 손흥민, 박주호에 대해 궁금증을 쏟아냈다. 한국에서 손흥민과 박주호 가운데 누가 더 인기가 많느냐를 비롯해 다양한 질문을 던졌다.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그러나 정작 한국인을 위한 잔칫상은 아니었다. 기대와 관심은 컸지만, 손흥민이나 박주호나 웃지 못했다.
1,2번째 코리안 더비에서는 선발 맞대결이 펼쳐졌으나, 3번째는 달랐다. 박주호가 변함없이 왼쪽 수비수로 선발 출전한 반면, 손흥민은 그라운드가 아닌 벤치에 있었다. 주 2회의 타이트한 경기 일정에다 A매치 때문에 장거리 이동을 한 피로 여파가 더해 휴식이 주어졌다.
히피아 감독은 손흥민의 체력 저하를 고려해 출전 시간을 제한적으로 둘 생각도 있었겠지만 경기가 레버쿠젠의 완승으로 흘러가면서 손흥민 카드를 아꼈다. 후반 29분 마지막 3번째 교체 카드를 쓰면서 끝내 손흥민을 부르지 않았다. 손흥민은 이날 터치 라인 밖에서 러닝으로 몸을 풀거나 벤치에 있다가 동료들이 골 폭죽에 박수쳐주며 기뻐한 게 다였다.
손흥민(왼쪽)이 21일 마인츠전 하프 타임 때 3골을 기록한 레버쿠젠 동료들에게 축하를 건네고 있다. 웃고는 있지만, 손흥민은 이날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다. 사진(독일 마인츠)=김영구 기자
4-0으로 크게 앞선 가운데 굳이 손흥민을 기용할 이유가 없었다. 앞으로 치러야 할 경기도 많다. 히피아 감독의 배려이긴 했으나, 코리안 더비와 손흥민의 골을 기대했던 축구팬으로선 퍽 아쉬울 따름이었다.
홀로 무대에 오른 박주호는 분전했다. 최근 상대의 측면 공격에 애를 먹으면서 부진했던 그는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무던히 뛰어 다녔다. 손흥민이 빠지면서 오른쪽 측면으로 쏠린 레버쿠젠의 공격을 차단했다.
허나 마인츠는 이날 4실점을 했다. 최근 3경기에서 9실점이다. 박주호가 결정적인 실책을 범하지는 않았지만,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전반 18분 첫 실점 상황에서 박주호가 공격에 가담했다가 볼이 끊겼는데, 곧 이은 빠른 역습에 마인츠는 당했다. 공격적으로 올라섰지만, 콱 막힌 마인츠 공격을 풀어주지는 못했다. 1-4로 진 팀은 3연승 후 3연패의 부진에 빠졌다. 6경기 연속 풀타임을 뛰었으나, 위안을 삼기에는 아쉬움이 컸다.
[rok1954@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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