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최용수가 직접 밝힌 ‘서울극장’이 잦은 이유
입력 2013-09-21 06:34 
[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수화기 너머 최용수 FC서울 감독의 목소리에는 홀가분함이 느껴졌다. 고비를 넘겼다는 후련함이었다. 하지만 흥분은 없었다. 침착했다. 리더가 흥분하면 일을 그르친다는 판단에서의 냉정함이었다. 그토록 원하던 아시아 정상에 한 걸음 더 다가갔으나, 오르기 전까지는 ‘과정임을 잊지 않고 있었다.
추석 연휴 첫날이던 지난 18일 알 아흘리를 1-0으로 꺾고 창단 처음으로 ACL 4강에 진출한 FC서울의 최용수 감독은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20일 MK스포츠와의 통화에서 에스테그랄이 만만치가 않은 팀이다”는 말부터 꺼냈다. 4강 진출에 대한 기쁨은 이미 달나라로 보냈다. 곧바로 그의 시선은 4강전 상대에게 맞춰져 있었다.
최용수 감독이 ‘서울극장이 잦은 이유를 설명했다. 경기 종료에 가까울수록 높아지는 선수들의 ‘냉정한 집중력 덕분이다. 그 힘으로 아시아 정상을 노린다. 사진= MK스포츠 DB
오는 25일 홈에서 열리는 에스테그랄과의 ACL 4강 1차전을 위해 명절도 반납한 채 선수들과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던 최용수 감독은 일정이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홈에서 먼저 경기를 하고 2차전을 원정으로 치르는 스케줄은 좋을 것 없다”는 의견부터 전했다.
솔직한 최용수 감독이다. 실상, 최용수 감독의 말마따나 2차전을 홈에서 치르는 게 낫다. 뒤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은 부담이 다르고, 뒤를 적진에 두느냐 안방에 두느냐도 큰 차이다. 홈&어웨이로 펼쳐지는 지금의 과정은 실상 180분 경기와 다름없다. 전반과도 같은 1차전 결과에 따라 2차전의 맞춤전략을 세워야하는데, 아무래도 홈에서 후반전을 치르는 게 유리하다. 최용수 감독도 알고 있다.

그러나 막상 판이 이렇게 짜이면 일부러라도 ‘1차전이 홈 경기여서 나은 이유를 설명하기 마련인데 최용수 감독 그냥 솔직담백하게 인정해버렸다. 그리고는 우리는 25일 경기를 단판 결승전처럼 싸울 것”이라는 각오를 전했다. 냉정한 현실인식이자 현명한 판단이다. 뒤가 없다는 생각으로 임하는 게 필요한 시점이다.
믿는 구석이 있기에 가능한 솔직담백이다. 무슨 특별한 ‘수가 있는 것은 아니다. 지금껏 늘 그랬듯, 선수들에 대한 믿음이 자신감의 기반이다. 최용수 감독은 경기를 치르면서 계속 드는 생각이다. 이렇게 좋은 선수들과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은 큰 영광이자 행운이다. 이런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다”는 말로 자신을 낮추며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냈다. 이어 선수들이 알아서 잘 하고 있는데 괜히 감독이 설레발 쳐서 득 될 것이 없다”는 말과 함께 껄껄 웃었다.
빛(선수)을 더 밝히는 소금(감독) 역할에 충실하겠다는 뜻이지만, 그렇다고 손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필요한 부분은 지독하게 반복해서 지시한다. 근래 ‘서울극장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며 유난히 종료 직전 골이 많이 터지는 현상의 이유기도 하다. ‘냉정한 집중력은 최용수 감독이 서울 선수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말이다.
최 감독은 종료 직전에는 모든 선수들의 냉정함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체력도 정신력도 떨어진다. 이겨야한다고 조바심을 낼 수도 있고, 이길 수도 있겠구나 흥분할 수도 있다. 이때 우리의 조바심은 제어하면서 상대의 흥분을 이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우리 선수들에게 지겹도록 강조하는 부분이 바로 이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부터 침착하고 냉정해지려고 노력한다”는 뜻을 전했다. ‘서울극장이 잦은 이유다.
‘안일함을 제거한 능력 있는 선수들과 함께 하기에 솔직담백하게 말할 수 있는 최용수 감독이다. 끝까지 정상에 오를 때까지는 경고망동 하지 않을 것”이라 했으나 최용수 감독의 말 속에는 자신감이 서려 있었다. 정식 감독 부임 첫해 K리그 정상을 정복했던 2년차 최용수 감독이 이제 아시아 정상을 바라보고 있다. 목표가 더 커지면서 최용수 감독의 냉정함도 더 차가워지고 있다.
[lastuncle@maekyung.com]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