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북에 둔 딸 63년 만에 만남 엿새 앞두고…
입력 2013-09-20 20:01  | 수정 2013-09-20 21:47
【 앵커멘트 】
북에 둔 딸을 63년 만에 만날 수 있는 이산가족 상봉을 엿새 앞두고 87세 할아버지가 눈을 감았습니다.
이산가족 상봉에 남북 간 장벽 말고도 세월이라는 벽이 높습니다.
노승환 기자가 보도합니다.


【 기자 】
87살 김영준 씨에게 실낱같은 빛이 비친 건 지난달 말.

이산가족 상봉 후보자 명단에 이름이 오른 겁니다.

평양이 고향인 김 씨는 인민군으로 한국전쟁에 참전했다 포로로 붙잡히면서 북에 두고 온 가족과 생이별했습니다.

이후 63년 만에 김 씨는 적십자를 통해 전 부인과 아들이 세상을 떠났지만, 환갑을 넘긴 딸이 살아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또, 누이와 남동생이 아직 북한에 살아있고 곧 만날 수 있다는 소식에 가슴이 부풀었습니다.

▶ 인터뷰 : 故 김영준 / 실향민 (9월17일)
- "(가족들과 다시) 만나게 된 게 한 70년 가까이 됐어요. 그러니까 아주 기쁘죠."

하지만, 부푼 기대도 잠시, 김 씨는 가족과 다시 만날 날을 불과 엿새 앞둔 어제(19일)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한 달 전 갑자기 찾아온 패혈증이 악화된 겁니다.

이산가족으로 등록된 상봉 신청자는 12만 9천 여명, 이 중 44% 가까운 5만 6천여 명이 지난달까지 사망했습니다.

이산가족이 서로 만나기에는 남북의 철조망보다 세월의 장벽이 더 높아 보입니다.

MBN뉴스 노승환입니다. [todif77@naver.com]

영상취재 : 김인성·조영민 기자
영상편집 : 이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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