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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저스, ‘토끼의 낮잠’ 끝낼 때 됐다
입력 2013-09-18 06:04 
[매경닷컴 MK스포츠(美 애리조나 피닉스) 김재호 특파원] 토끼는 거북이와의 달리기 경주에서 한참을 앞서간다. 잠시 방심한 토끼는 나무 아래서 낮잠을 청하고, 거북이에게 역전을 허용한다. 지구 우승 확정을 앞둔 LA다저스도 낮잠을 끝낼 시간이 왔다.
다저스는 18일(한국시간) 현재 내셔널리그 서부 지구 우승 매직넘버 4를 남겨두고 있다. 사실상 포스트시즌 대비 모드에 들어갔다. 지구 2위 애리조나가 역전 우승할 가능성도 남아 있지만, 말 그대로 이것은 ‘산술적 확률에 불과하다.
그런데 최근 팀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17일 애리조나 원정에서 1-2로 패하며 4연패의 늪에 빠졌다. 결과보다 더 심각한 것은 내용이다. 13일 샌프란시스코와의 홈경기에서는 3-2로 이겼지만, 마무리 켄리 잰슨이 무너졌다. 14일 경기에서는 클레이튼 커쇼를 선발로 내고도 역전패했다. 15일 경기에서는 3-19 기록적인 패배를 당했다. 16일, 17일은 이틀 연속 한 점 차로 졌다.
LA다저스가 지구 우승 확정을 앞두고 침체기에 빠졌다. 사진= 한희재 특파원
3-19로 크게 졌을 때도 이런 경기도 있는 법”이라며 여유를 부렸던 돈 매팅리 감독도 표정이 달라졌다. 17일 경기를 패한 뒤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지난 패배는 되돌릴 수 없다.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를 보고 고쳐나갈 것”이라며 변화가 있을 것임을 암시했다.

지금 다저스의 모습은 연패를 거듭하던 5월의 모습과 흡사하다. 핸리 라미레즈, 칼 크로포드, 안드레 이디어 등 주전 선수들이 부상에 시달리고 있다. 맷 켐프도 선수단에 복귀했지만, 완벽한 몸 상태가 아니다. 경기 흐름도 매끄럽지 못하다. 주자를 내보내고도 득점을 내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불펜마저 흔들리는 모습이다.
같은 연패지만, 받는 충격은 덜하다. 아직 2위 애리조나와는 많은 격차가 남아 있다. 부상 선수들도 대부분 경미한 부상 혹은 보호 차원의 제외 조치다. 조만간 라인업에 복귀할 것으로 기대된다. 류현진도 부상 선수들 때문에 분위기가 처졌지만, 하루 이틀이면 다 돌아 올 선수들이다”라며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위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낮잠이 길어지면 더 길어지면 위험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다저스는 거짓말 같은 승률로 지구 1위로 올라섰다. 다시 거짓말 같은 일이 일어나지 말란 법은 없다.
17일(한국시간) 애리조나와의 원정 경기에서 8회초 1사 1루 중견수 플라이를 날린 다저스 아드리안 곤잘레스가 아쉬워하며 배트를 던지고 있다. 사진(美 애리조나 피닉스)= 한희재 특파원
예정대로 1위를 확정짓더라도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팀 분위가 처질 우려가 있다. 다저스의 디비전시리즈 상대가 유력한 중부지구는 마지막까지 치열한 1위 싸움이 전개 중이다. 시즌 막판 긴장이 풀어진 팀과 끝까지 긴장을 유지한 팀의 대결이라면 일방적인 승부가 될 수도 있다.
이제는 낮잠을 끝내고 다시 달려야 할 시간이다. 다저스는 18일 애리조나 원정 2차전에서 잭 그레인키를 투입, 연패 탈출에 나선다.
[greatnemo@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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