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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의 ‘200도루’ 미션과 좌절이 주는 의미
입력 2013-09-13 11:28 
[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시즌 전 호기롭게 사상 첫 200도루를 자신했던 KIA 타이거즈다. 그러나 대도들의 잇단 이탈로 불가능한 도전이 됐다.
시즌 전까지만 해도 KIA의 ‘뛰는 야구에 대한 기대치가 높았다. 지난해 도루왕 이용규에다 김주찬이 가세하면서 발 빠른 선수가 즐비했다. 지난해 도루 톱5 가운데 3명(이용규, 김주찬, 김선빈)이 버티고 있었다. 3명의 도루만 합쳐도 100개가 넘었다. 여기에 안치홍, 김원섭 같이 주루 센스가 뛰어난 자원도 많았다. 이들이 평소 하던대로 해준다면, 사상 첫 팀 200도루 달성도 가능해 보였다.
선동열 감독도 김주찬의 가세로 시너지 효과를 낳고 있다. 팀 200도루도 충분히 가능하다”라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하지만 이룰 수 없는 꿈이 됐다. 믿었던 대도들이 하나둘씩 떠났다. 부상 악령을 피하지 못했다.

김원섭, 김선빈, 김주찬에 이어 이용규(사진)도 시즌 아웃됐다. KIA의 팀 200도루 미션도 ‘실패로 함께 끝났다. 사진=MK스포츠 DB
김원섭, 김선빈, 김주찬에 이어 이용규도 아웃됐다. 왼쪽 어깨가 아팠던 이용규는 지난 12일 수술대에 올랐다. 좌측 어깨 회전근 봉합 수술 및 관절와순 정리술을 받았다. 치료 및 재활 운동을 거쳐 그라운드를 다시 밟는 데까지 8개월여가 걸릴 예정이다.
김주찬도 이날 왼 손목 핀 제거 수술을 했다. 지난달 햄스트링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한 김주찬은 수술과 함께 최종적으로 시즌 아웃됐다. 가벼운 수술이나 무리해서 남은 경기를 뛸 명분도 없다. 내년을 기약했다.
발 빠르고 재치있는 베이스러닝을 펼치는 김원섭과 김선빈도 일찌감치 빠졌다. 김원섭은 지난 6월 왼 발목 골절로 쓰러졌고, 김선빈도 지난달 늑골 미세골절로 시즌을 접었다.
하나같이 20도루 이상을 할 수 있는 대도들이었다. 그리고 200도루를 위해 꼭 많이 뛰어줘야 했다. 지난해 도루 106개를 합작했던 이용규, 김주찬, 김선빈은 올해 72개를 기록했다. 경기수를 고려하면 페이스가 아주 나쁘지 않았으나, 이제는 출전 기회조차 사라졌다. 마땅히 뛸 선수가 많지 않으니, 대기록 도전은 물거품이 됐다.
KIA는 13일 현재 126개의 도루를 성공했다. 최다 도루 3위지만, 1위 두산 베어스(155개)와는 29개 뒤져있다. 격차가 크다. 200도루에는 74개나 모자라다. 18경기가 남았으니 경기당 평균 4.1개를 해야, 200도루 달성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제는 뛰어줄 대도가 없다.
팀 내 남은 선수 가운데 가장 많이 베이스를 훔친 이는 신종길(23개)이다. 그 다음이 안치홍인데 11개에 불과하다. 이 두 선수를 제외하고는 모두 한 자릿수 도루다. 가장 달리기를 잘했던 토끼는 거북이로 변신했다. 올해 키워드였던 ‘뛰는 야구와는 거리가 먼 KIA의 현 주소다.
[rok1954@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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