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여섯 상대 여섯 스토리, FC서울만 끼면 ‘풍성’
입력 2013-09-13 06:52 
[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디펜딩 챔피언 FC서울의 저력이 무섭다. 최근 12경기에서 9승3무. 대나무가 쪼개지는 기세로 리그 3위까지 올랐다. 선두 포항(52점), 2위 울산(51점)에 이어 세 번째로 50점 고지를 밟은 FC서울은 이제 본격적인 선두 경쟁에 뛰어들었다.
놀라운 반전이다. 시즌 초중반만 해도 올해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한때 12위까지 떨어졌던 그들을 향해 사람들은 ‘우승 후유증이라는 표현과 함께 부정적인 미래를 점쳤다. 최용수 감독은 어느 순간, 우리의 힘이 발휘될 것”이라 장밋빛 청사진을 자신했으나 사람들은 곧이곧대로 들으려하지 않았다. 하지만 결국 최용수 감독의 말이 참이 되는 흐름이다.
상위리그에서 만나는 여섯 상대들과 여섯 스토리를 만들어내고 있는 FC서울이다. 그만큼 리그의 중심이 됐다는 방증이다. 사진= MK스포츠 DB
물론 아직은 모른다. 최강희 전북 감독의 상위리그에서는 모든 경기가 결승전 같을 것”이라는 말처럼, 황선홍 포항 감독의 어떤 팀도 연승을 달리거나 독주를 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처럼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혈전이 앞으로 10경기나 남았다. 매 경기가 6점 싸움이다. 누구든 잠시만 발을 헛디디면 급격히 추락하고, 어떤 팀이든 2경기만 연속 잡아도 반등이 가능하다.
요컨대 아직 섣불리 2연패를 논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하지만 분명 서울이 지난해 챔피언다운 힘을 보이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 됐다. 최용수 감독이 늘 입버릇처럼 말하는 챔피언다운 모습, 리그를 선도하는 팀다운 모습”은 어느 정도 되찾았다. 강호의 저력이다.

비단 성적만이 아니다. 그들의 ‘강호다움은 다른 팀들에 비해 풍성한 스토리에서도 찾을 수 있다. 상위리그 모든 팀들과 얽히고설켜 있는 FC서울이다. 그만큼 FC서울이 K리그의 중심에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일단, 수원과는 K리그가 자랑하는 ‘슈퍼매치로 엮인다. 지난 8월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슈퍼매치에는 4만3,681명의 구름관중이 입장해 올 시즌 최다관중 기록을 세웠다. 이 경기에서 서울은 2-1로 승리하면서 9경기 무패사슬을 끊어냈다. 덕분에 근래 일방적으로 수원에게 밀리면서 시들했던 라이벌전에 불을 다시 지폈다.
전북과의 맞대결은 이른바 ‘챔피언매치로 불린다. 지난 2009년 전북의 우승을 시작으로 2010년에 FC서울이, 2011년에는 다시 전북이 그리고 지난해 또 다시 FC서울이 정상을 차지하는 등 두 팀이 K리그를 양분하고 있는 추세다. 올 시즌 행보도 비슷하다. 초반에는 공히 갈지 자 걸음을 걸었으나 역시 저력을 발휘하면서 리그 판도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인천유나이티드와는 ‘경인더비라는 새로운 수식어가 나오고 있다. 근래 4번 붙었는데 무려 19골이 나왔다. 기량차가 현격해서 한쪽이 일방적으로 골 세례를 퍼부은 것도 아니다. 최근 3번은 펠레 스코어(3-2)가 나왔고 1번은 3-1로 승패가 갈렸다. 승패도 2승2패. 2년에 걸친 4번의 맞대결이 이쯤 박빙이라면 이제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화끈한 난타전이 나오는 서울과 인천의 만남은 이제 기대려지는 매치업이 됐다.
팀 간의 스토리에 더해 감독간의 인연도 넘친다. 울산 포항 부산과는 최용수 감독이 ‘문제다. 울산 김호곤 감독과 최용수 감독은 사제지간이다. 김호곤 감독이 연세대학교를 이끌 때 최용수 감독은 지도를 받았던 제자였다. 서울과 울산의 경기 때마다 ‘사제라는 단어가 나오는 이유다.
윤성효 감독과는 ‘악연이 키워드다. 윤성효 감독이 수원을 이끌 때, 번번이 최용수 감독의 서울을 울리면서 스토리는 만들어졌다. 그 아래서 나온 신조어가 바로 ‘성효부적이니 서울과 최용수 감독이 중요한 조연이 됐다. 황선홍 포항 감독과는 스타플레이어 출신 지도자의 맞대결에 초점이 맞춰진다. 시대를 풍미했던 골잡이들이 시간이 지나 사령탑으로 지략대결을 펼치는 모습은 팬들에게 또 다른 맛을 선사하기 충분하다.
상대도 여섯이고 그 속에 스토리도 여섯 개다. 누구를 만나도 화젯거리를 만들어내고 있는 FC서울이다. 그만큼 리그의 중심에 있다는 뜻이다. ‘공공의 적 느낌보다는, 외려 주인공인 느낌이 강하니 내심 자랑스럽고 뿌듯할 일이다.
[lastuncle@maekyung.com]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