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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적응중?”…‘미래의 제국’ 위한 행복한 밑그림
입력 2013-09-13 06:04 
[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지난 2월 진주 연암공대 2군 캠프. LG 트윈스 유니폼을 입은 투수 류제국(30)을 처음 만난 것은 고교 졸업 후 미국 진출과 한국 복귀의 긴 방황의 터널을 지나 비난의 중심에 서 있을 때다.
잔뜩 위축돼 있을 것 같았던 류제국은 위풍당당했다. 두둑한 배포로 한국야구에 도전장을 던졌다. LG와 협상 과정에서 오해를 풀며 실력으로 팬심을 잡겠다는 각오였다. 그의 목표는 LG의 기둥이 되고 싶다”는 것이었다.
이후 7개월이 지났다. 류제국은 LG에서 ‘승리의 제국으로 우뚝 섰다. 어느새 LG의 기둥으로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승리의 아이콘으로 불리며 팀의 승리 방정식을 만들었다. 류제국이 선발 등판한 17경기에서 팀은 14승3패(승률 0.824)를 기록했다. 기대하지 않았던 엄청난 시너지 효과다.
유광점퍼를 입은 LG 트윈스 투수 류제국이 낯설지 않다. 11년 만의 가을야구를 눈앞에 둔 LG의 승리 아이콘은 굴러온 복덩이다. 사진=MK스포츠 DB
류제국은 올 시즌 9승(2패)을 수확했다. 기대하지 않았던 10승 달성도 눈앞으로 다가왔다. 의미있는 기록도 갈아치웠다. 미국에 진출했던 해외파 선수 중 한국 프로야구 첫 해 최다승 투수 기록을 남겼다. 종전 최다승 기록은 2007년 봉중근(33, LG)과 2008년 김선우(36, 두산)의 6승이었다.

류제국이 시즌 개막전부터 등판했다면 어땠을까. 류제국은 팀 내 9승을 달성한 레다메스 리즈보다 등판 경기수가 11경기, 우규민보다 8경기가 적다. 류제국의 첫 등판은 지난 5월19일 잠실 KIA 타이거즈전이었다. 만약 3월 개막전부터 경기에 나섰다면 한국 프로야구 데뷔 첫 해 15승 이상 달성도 가능했을 페이스다.
류제국도 아쉬움으로 남은 순간으로 꼽은 것이 늦어진 LG 입단이었다. 그는 사이판 스프링캠프를 포함해 일본 오키나와 캠프도 합류하지 못했다. 대신 2군 캠프에서 몸을 만들었다. 그는 LG 입단 직후 어차피 이렇게 될 거였으면 빨리 계약을 할 걸 그랬다. 지금쯤 전지훈련에 있을 수도 있는데, 그게 아쉽다”고 했다.
그렇기 때문에 류제국이 10승을 달성할 경우 그 의미는 더 크다. 짧은 기간 두 자릿수 승수를 쌓으며 LG의 확실한 토종 에이스로 자리를 잡을 수 있다.
류제국은 아직 미완의 선수다. 선발 이닝이터로서의 아쉬움이 있다. 7이닝 이상 소화한 경기가 단 한 차례밖에 없다. 평균자책점도 3점대 후반인 3.98이다. 그러나 올해 이닝수와 평균자책점은 큰 의미를 두지 않아도 된다. 차명석 LG 투수코치가 일부러 무리한 등판을 감행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구속이나 구위도 최대치로 끌어올린 상태가 아니다.
차 코치는 류제국은 팔꿈치 부상에서 자유로운 투수가 아니다. 올해는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등판시키고 있다”며 내년을 위한 준비 과정이라고 보면 된다. 올해 이렇게 잘해 줄지 몰랐다. 내년에 더 좋아질 것”이라고 했다.
LG는 올해 류제국이라는 뜻밖의 대어를 수확했다. LG 입단 당시 쇄도했던 류제국을 향한 비난의 목소리도 사라졌다. 실력으로 마운드에서 입증한 결과다. 올해는 한국 무대 적응을 위한 시간일 뿐이라는 점에서 류제국이 만들어가는 LG의 ‘미래의 제국은 행복한 상상이다.
[min@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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