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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수 “얘들아 고맙다”…‘왕고’ 모시기에 감동
입력 2013-09-12 17:52 
[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LG 트윈스 큰형님 최동수(42)가 후배들의 배려에 하루가 지날 때마다 잔잔한 감동의 연속이다. 최동수는 몸 둘 바를 모를 지경이다.
LG는 올해를 끝으로 20년 현역 선수 은퇴를 준비하고 있는 최동수를 위해 사소한 것부터 세심하게 챙기고 있다. 최동수는 1군에 합류했지만, 등록은 하지 않았다. 선수 생활의 마지막을 함께 하도록 한 김기태(44) LG 감독의 배려였다. 건의는 캡틴 이병규(39, 9번)가 했다. 최동수는 도우미로 나서고 있다.
LG 트윈스 최동수가 얼마 남지 않은 현역 선수 생활을 정리하며 후배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받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이병규는 최동수를 위해 라커도 비워뒀다. 김 감독은 12일 잠실 KIA 타이거즈전을 앞두고 라커룸에 왕고 자리를 마련했더라”며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이어 코치실에 자리를 넣으려고 했는데 최동수가 불편해 하는 것 같아 고민이 됐었는데…”라며 선수들이 알아서 직접 나선 것에 대해 기특해 했다.
최동수는 어느 라커를 쓸지 몰라 고민을 하고 있던 찰나였다. 그동안 써오던 라커는 이미 후배 양영동(30)에게 물려준 상태. 또 이병규가 나섰다. 최동수가 원래 쓰던 라커를 비워두도록 한 것. 양영동도 기꺼이 최동수가 합류하기 전 라커를 비우고 다른 라커로 옮겼다. 김 감독은 라커룸 밖에 있는 라커는 어린 선수들이 쓰고 있기 때문에 최동수가 쓰면 서로 부담이 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최동수는 애들이 잘 챙겨주네요. 고맙죠”라며 라커 쓸 자리가 없어서 어떻게 해야 하나 하고 있었는데, 10여년 동안 쓰던 그 자리를 비워놨더라”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최동수는 올 시즌 LG가 처음 1위를 차지할 때 1군에 없었다. 집에서 TV로 기쁨을 만끽해야 했다. 만감이 더 교차할 수밖에 없는 날이었다.
최동수는 넥센전에서 첫 1위를 하는 모습을 집에서 저녁에 봤다. 뭉클하더라. 내가 있을 때 했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지만, 후배들이 해준 것이 고맙고 대견했다 내가 1군에 있을 때 하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며 가슴이 짠하고 뜨거워졌었다”고 홀로 느낀 그날의 감격을 전했다. 이어 최동수는 2002년보다 올해가 투타가 모두 더 탄탄해 더 강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최동수는 요즘도 예전 습관 그대로 야구장에 출근한다. 남들보다 이른 오후 12시가 되면 어김없이 야구장에 들어서고 있다. 최동수는 습관대로 나오던 시간에 오고 있다. 한창 선수 때보다 웨이트도 더 많이 한다. 몸이 망가지는 게 싫다”고 했다.
최동수는 갑자기 말을 멈춰더니 발걸음을 돌렸다. 연습을 마친 선수들이 볼을 줍는 시간이다. 최동수는 남은 기간 멋진 추억 만들고 가야죠”라며 빙그시 웃은 뒤 저 이제 볼 줏으러 가야 해서…”라며 유유히 그라운드로 향했다.
[min@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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