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상암) 임성일 기자] 포항을 이끄는 황선홍 감독과 FC서울의 최용수 감독은 현역시절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스트라이커 출신의 스타 감독이다. 시대를 풍미했던 골잡이답게 공격적인 운영을 선호하나, 그렇다고 마냥 두드리는 것에만 능한 것은 아니다.
어느덧 감독 6년차를 맞이한 황선홍 감독은 시간이 흐를수록 이상과 현실은 다르다는 것을 점점 느낀다. 늘 이상적인 축구를 구사할 수는 없다”는 말로 경기 운영에 ‘묘가 필요함을 강조한다. 최용수 감독은 정식감독 데뷔시즌이었던 2012년 단숨에 리그 정상에 올랐을 정도로 젊은 지도자답지 않은 ‘꾀를 겸비했다. 이겨야할 경기와 승점을 따낼 경기에 대한 냉정한 판단을 내릴 줄 안다.
1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과 포항스틸러스의 상위 스플릿 두 번째 경기는 두 감독의 ‘침착한 인내를 느낄 수 있는 대결이었다. 경기 전에는 공히 상대를 제압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으나 결국은 ‘놓치지 않는 경기에 집중했던 흐름이다.
외국인 선수 단 1명도 없는 상황에서 27라운드까지 선두(승점 52)를 고수하고 있는 포항에게도, 시즌 초반 어려움을 극복하고 상위권으로 도약한 서울에게도 중요한 맞대결이었다. 지난 라운드에서 난적 전북을 적지에서 3-0으로 완파한 포항으로서는 서울까지 잡아내면 큰 고비를 넘기고 안정적인 행보가 가능한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선두 포항에 승점 5점 뒤진 4위 서울(승점 47)로서도 리그 2연패를 위해 박차를 가해야할 시점이다.
이 중요한 분수령에서 양 팀 감독은 어느 정도 몸을 사렸다. 이기는 경기보다는 지지 않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는 인상이 다분했다. 경기 전 황선홍 감독은 골이 어느 시점에 터지느냐에 따라 양상은 달라질 것이다. 빨리 골이 나오면 두 감독 성격상 끝장을 보자는 난타전이 될 수 있다”는 뜻을 전했다. 하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1골 승부를 원한다. 많은 골이 나오면 서울이 유리할 수 있다”는 말로 가급적 ‘성격이 나오지 않길 희망했다.
황 감독 의도대로 키는 포항이 쥐고 있었다. 주도권을 잡았다는 뜻이 아니다. 평소 포항보다 안정적으로 경기를 운영했다. 섣불리 앞으로 나오지 않고 카운트어택에 주력했다. 이에 대한 서울과 최용수 감독의 대응이 주목할 만했다. 지난 라운드에서 포항에게 0-3으로 패한 전북의 실수를 답습하지 않겠다는 듯 무리한 공격을 자제하면서 밸런스를 잃지 않기 위해 주력했다.
때문에 경기는 지루할 정도로 정적으로 흘렀다. 양 팀 모두 기본적으로 허리에 많은 숫자를 배치하면서 지배당하지 않는 것에 힘썼다. 승부는 결국 후반이었다. 카드는 황선홍 감독이 먼저 꺼냈다. 히든카드 이명주가 투입된 후반 8분부터 경기 템포는 서서히 빨라졌다. 이명주가 아껴둔 체력과 특유의 적극적으로 포항의 운영방식을 바꿔놓자 서울의 호흡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흥미롭게도 포항이 만든 변화가 포인트로 연결된 쪽은 FC서울이었다.
후반 23분, 박스 안쪽에서 공을 잡은 고요한이 데얀과의 원투 패스로 측면을 돌파한 뒤 올린 크로스를 반대편에서 몰리나가 밀어 넣으면서 선제골을 터뜨렸다. 지루한 0의 행진이 깨진 뒤 서울의 대처가 흥미롭다.
대부분의 경기에서 1골을 넣으면 2번째 골을 넣기 위해 노력한다”던 방침과는 다른 운영방식이 나왔다. 선제골이 나온 최용수 감독은 고요한을 빼고 수비행MF 한태유를 투입했다. 지키겠다는 의도가 다분한 교체였다. 이는 올 시즌 개막전을 의식한 포석이기도 했다.
지난 3월2일, 서울은 홈에서 열린 포항과의 시즌 개막전에서 2-2로 비겼다. 이기고 있던 경기가 무승부로 끝난 결과였다. 2-1로 앞서고 있는 상황에서도 공격 앞으로를 외쳤던 서울은 결국 포항 이명주의 중거리포를 얻어맞고 승점 1점에 그쳤다. 비기고도 진 것 같은 결과였고, 이후 서울은 크게 흔들렸다.
당시 경기를 복기하며 최용수 감독은 내 실수”라는 뜻을 전한 바 있다. 크게 이기기 위한 욕심이 화를 불렀다는 자책이었다. 그것을 생각해서일까. 승기를 잡은 최용수 감독은 이번에는 끝까지 ‘성격을 숨기고 인내했다. 그 선택이 개막전과는 다른 결과를 만들었다.
상대의 조급함을 끌어내던 서울은 결국 종료 2분을 남겨두고 고명진이 쐐기골을 터뜨려 2-0으로 완승을 거뒀다. 앞서고 있는 상황에서도 끝까지 평정심을 잃지 않았던 최용수 감독의 ‘성격을 버린 인내가 달콤한 승리를 선물했다.
[lastuncle@maekyung.com]
어느덧 감독 6년차를 맞이한 황선홍 감독은 시간이 흐를수록 이상과 현실은 다르다는 것을 점점 느낀다. 늘 이상적인 축구를 구사할 수는 없다”는 말로 경기 운영에 ‘묘가 필요함을 강조한다. 최용수 감독은 정식감독 데뷔시즌이었던 2012년 단숨에 리그 정상에 올랐을 정도로 젊은 지도자답지 않은 ‘꾀를 겸비했다. 이겨야할 경기와 승점을 따낼 경기에 대한 냉정한 판단을 내릴 줄 안다.
황선홍 감독도 최용수 감독도 침착하게 경기를 운영했다. 결국 승자는 후배 최용수 감독이었다. 성격을 버린 침착한 ‘인내가 승리를 가져왔다. 사진= MK스포츠 DB |
외국인 선수 단 1명도 없는 상황에서 27라운드까지 선두(승점 52)를 고수하고 있는 포항에게도, 시즌 초반 어려움을 극복하고 상위권으로 도약한 서울에게도 중요한 맞대결이었다. 지난 라운드에서 난적 전북을 적지에서 3-0으로 완파한 포항으로서는 서울까지 잡아내면 큰 고비를 넘기고 안정적인 행보가 가능한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선두 포항에 승점 5점 뒤진 4위 서울(승점 47)로서도 리그 2연패를 위해 박차를 가해야할 시점이다.
이 중요한 분수령에서 양 팀 감독은 어느 정도 몸을 사렸다. 이기는 경기보다는 지지 않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는 인상이 다분했다. 경기 전 황선홍 감독은 골이 어느 시점에 터지느냐에 따라 양상은 달라질 것이다. 빨리 골이 나오면 두 감독 성격상 끝장을 보자는 난타전이 될 수 있다”는 뜻을 전했다. 하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1골 승부를 원한다. 많은 골이 나오면 서울이 유리할 수 있다”는 말로 가급적 ‘성격이 나오지 않길 희망했다.
황 감독 의도대로 키는 포항이 쥐고 있었다. 주도권을 잡았다는 뜻이 아니다. 평소 포항보다 안정적으로 경기를 운영했다. 섣불리 앞으로 나오지 않고 카운트어택에 주력했다. 이에 대한 서울과 최용수 감독의 대응이 주목할 만했다. 지난 라운드에서 포항에게 0-3으로 패한 전북의 실수를 답습하지 않겠다는 듯 무리한 공격을 자제하면서 밸런스를 잃지 않기 위해 주력했다.
때문에 경기는 지루할 정도로 정적으로 흘렀다. 양 팀 모두 기본적으로 허리에 많은 숫자를 배치하면서 지배당하지 않는 것에 힘썼다. 승부는 결국 후반이었다. 카드는 황선홍 감독이 먼저 꺼냈다. 히든카드 이명주가 투입된 후반 8분부터 경기 템포는 서서히 빨라졌다. 이명주가 아껴둔 체력과 특유의 적극적으로 포항의 운영방식을 바꿔놓자 서울의 호흡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흥미롭게도 포항이 만든 변화가 포인트로 연결된 쪽은 FC서울이었다.
후반 23분, 박스 안쪽에서 공을 잡은 고요한이 데얀과의 원투 패스로 측면을 돌파한 뒤 올린 크로스를 반대편에서 몰리나가 밀어 넣으면서 선제골을 터뜨렸다. 지루한 0의 행진이 깨진 뒤 서울의 대처가 흥미롭다.
대부분의 경기에서 1골을 넣으면 2번째 골을 넣기 위해 노력한다”던 방침과는 다른 운영방식이 나왔다. 선제골이 나온 최용수 감독은 고요한을 빼고 수비행MF 한태유를 투입했다. 지키겠다는 의도가 다분한 교체였다. 이는 올 시즌 개막전을 의식한 포석이기도 했다.
지난 3월2일, 서울은 홈에서 열린 포항과의 시즌 개막전에서 2-2로 비겼다. 이기고 있던 경기가 무승부로 끝난 결과였다. 2-1로 앞서고 있는 상황에서도 공격 앞으로를 외쳤던 서울은 결국 포항 이명주의 중거리포를 얻어맞고 승점 1점에 그쳤다. 비기고도 진 것 같은 결과였고, 이후 서울은 크게 흔들렸다.
당시 경기를 복기하며 최용수 감독은 내 실수”라는 뜻을 전한 바 있다. 크게 이기기 위한 욕심이 화를 불렀다는 자책이었다. 그것을 생각해서일까. 승기를 잡은 최용수 감독은 이번에는 끝까지 ‘성격을 숨기고 인내했다. 그 선택이 개막전과는 다른 결과를 만들었다.
상대의 조급함을 끌어내던 서울은 결국 종료 2분을 남겨두고 고명진이 쐐기골을 터뜨려 2-0으로 완승을 거뒀다. 앞서고 있는 상황에서도 끝까지 평정심을 잃지 않았던 최용수 감독의 ‘성격을 버린 인내가 달콤한 승리를 선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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