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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출로 막내린 농구천재의 `부당 거래`
입력 2013-09-06 17:19  | 수정 2013-09-06 17:37
[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프로농구 승부조작으로 실형이 확정된 강동희(47) 전 원주 동부 감독이 농구계에서 영원히 퇴출됐다.
한국농구연맹(KBL)은 6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KBL센터에서 재정위원회를 열고 KBL 상벌규정 제 24조 17조 5항(경기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부정행위나 농구와 관련된 체육진흥투표권 구매 행위) 및 1조 7항(경기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부정행위, 담합행위, 매수행위) 등에 의거해 강 전 감독을 제명하기로 결정했다.
프로농구 승부조작으로 제명된 강동희 전 동부 감독이 지난 3월 검찰 출두에 앞서 가진 고양 오리온스-동부전 마지막 지도 모습. 사진=MK스포츠 DB
강 전 감독은 KBL 규정상 가장 무거운 중징계 불명예를 떠안았다. 한선교 KBL 총재는 강 전 감독의 승부조작과 관련해 수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실형이 확정될 경우 영구제명 조치를 하겠다”고 강경책을 내놓았다. 이에 따른 조치다. 한 총재가 최종 승인하면 강 전 감독은 남자 프로농구 사상 처음으로 제명된 지도자가 된다.
강 전 감독은 브로커에게 4700만원을 받고 지난 2010-11시즌 정규리그 막판 4경기에서 주전 대신 후보를 기용하는 방식으로 승부조작을 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의정부지법은 지난달 8일 1심 판결에서 강 전 감독에게 징역 10월에 추징금 4700만원을 선고했다. 강 전 감독은 1심 판결에 불복해 지난 달 14일 항소했지만 보름만에 항소를 취하하면서 지난 3일 형이 최종 확정됐다.

강 전 감독은 한국 농구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강 전 감독은 가드의 산실로 불리는 송도중‧고를 거쳐 중앙대, 실업팀 기아의 전성시대를 열었다. ‘코트의 마법사로 통했던 강 전 감독은 1980~90년대 허재(KCC 감독), 김유택(중앙대 감독)과 함께 ‘허동택 트리오라는 수식어도 달았다.
강 전 감독은 프로농구에서도 역사를 쓴 스타 플레이어 출신이다. 1997년 프로 출범 이후 정규리그 MVP 1회, 올스타전 MVP 1회, 어시스트상 4회, 베스트5 선정 6회 등 화려한 이력을 남긴 뒤 2004년 현역 은퇴했다.
강 전 감독은 프로농구 8시즌 통산 3738득점 938리바운드 2201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짧은 프로 경력에도 통산 어시스트 기록은 역대 5위에 해당한다. 또 프로농구 역대 최초이자 마지막인 가로채기 포함 트리플더블(득점, 어시스트, 가로채기) 기록도 갖고 있다.
이후 지도자로서도 성공 가도를 걸었다. 2004년부터 LG와 동부에서 코치 생활을 했고, 2009년부터 동부 감독을 맡았다. 천재적 가드 출신으로 가장 촉망받는 지도자로 꼽히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승부조작 사태가 불거지면서 올해 3월 자진 사퇴했다.
한국 남자농구 역사에서 승부사로 통했던 강 전 감독은 화려한 경력을 뒤로 하고 KBL 최초의 승부조작 지도자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게 됐다.
한편 여자 프로농구에서는 지난 2000년 진성호 전 현대건설 감독(선수 폭행 및 은폐 시도)과 2007년 박명수 전 우리은행 감독(성추행)이 제명을 받았다. 진 전 감독은 이듬해 제명 조치가 해제된 사례가 있다.
[min@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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