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가을 사나이` 박정권, 육체적·정신적 지주
입력 2013-09-06 07:19  | 수정 2013-09-06 14:13
[매경닷컴 MK스포츠 표권향 기자] SK 와이번스 박정권(32)의 별명은 ‘가을 사나이다. 시즌 초반 주춤하던 성적은 중반기로 접어들면서 급상승곡선을 그린다. 그러나 성적만으로 생긴 별명이 아니다. 프로데뷔 9년 차 박정권은 팀 중심타자로서의 임무는 물론 팀 내 분위기의 중심을 잡는 역할도 하는 육체적·정신적 지주와 같다.
박정권이 타석에 들어서면 그의 카리스마에 상대팀 투수들은 순간 움찔한다고 한다. 187cm 93kg인 박정권이 상대 투수를 압도하는 눈빛을 가졌기 때문이다.
박정권은 전반기(59경기)에서 타율 2할6푼9리 9홈런 38타점을 기록했으며, 후반기(30경기)에서 타율 3할3푼3리 3홈런 16타점을 기록 중이다. 사진=MK스포츠 DB
올 시즌 박정권은 89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9푼2리 출루율 3할9푼6리 장타율 4할7푼9리 12홈런 54타점를 올리고 있다. 좌완투수(타율 0.325, 1홈런)와 우완투수(타율 0.290, 9홈런)에 관계없이 맹타를 휘두르는고 있는 박정권은 팀 내 4번 타자(타율 0.323 7홈런)로서 중심을 잡고 있다.
그러나 박정권에게도 매년 따라다니는 징크스가 있다. 시즌 전 시범경기까지 좋았던 성적은 시즌 개막과 함께 방망이의 침묵으로 성적이 떨어진다. 시즌 개막부터 5월(28경기)까지 박정권은 타율 2할1푼3리 2홈런으로 부진했다. 그러나 야구팬들은 크게 염려하지 않았다. 박정권의 성적은 6월로 접어들자 거짓말 같이 상승세를 탔다. 6월(22경기) 타율 3할1푼4리 6홈런, 7월(14경기) 타율 3할4푼 2홈런, 8월~9월(25경기) 타율 3할2푼2리 3홈런을 기록했다. 이러한 이유에서 야구팬들은 박정권을 ‘가을 사나이라 부른다.

박정권은 자신의 별명에 대해 내 이미지가 이렇게 굳어진건지 아니면 그렇게 가는건지는 모르겠지만, 나쁘진 않다”라고 대답했다. 대신 1년 동안 쭉 잘 하고 싶다”라는 소망을 넌지시 내비쳤다.
지난 5일 박정권은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4번 1루수로 선발 출전해 5타수 3안타 1타점을 기록했다. 이날 경기에서 박정권은 그라운드를 지배했다.
SK의 선취점은 박정권의 방망이에서 나왔다. 1회초 1사 1, 2루에서 박정권은 상대 선발 홍성민과의 풀카운트 승부 끝에 7구째 높은 공을 당겨 쳐, 우익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로 2루 주자 조동화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1사 2, 3루에서 3루 주자였던 박정권은 김상현의 좌익수 희생 플라이로 추가 득점을 올렸다.
수비에서도 맹활약을 펼쳤다. 3-1로 앞선 2사 상황에서 1-2루 간을 빠져나가던 문규현의 타구를 슬라이딩해 잡은 뒤 1루로 달리던 투수 김광현에게 빠르게 송구해 이닝을 종료시켰다.
타석에서는 흐트러짐이 없었다. 5-3으로 앞서던 9회초 선두타자로 나선 박정권은 볼카운트 0B-2S에서 3구째를 때렸는데 이때 타구가 자신의 발밑에서 원 바운드돼 왼쪽 얼굴과 헬맷 사이를 강타했다. 안경을 착용한 박정권으로선 부상의 위험이 염려되는 상황이었다.
박정권은 5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과 50타점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박정권은 평소에도 아픈 티를 잘 안 내긴 하지만, 당시 파울 타구에 맞았을 때 타석에서의 집중력이 살짝 흐트러졌었다. 그러나 점수 차가 2점이었다. 점수 차가 많이 나지 않았기 때문에 도망가야 했다. 아프긴 했지만 살아나가야 한다는 생각으로 집중력을 잃지 않으려고 정신을 모았다”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몇 번의 찡그림 이후 다시 타석에 나선 박정권은 좌전안타를 때렸다. 그리고 2사 1, 2루에서 조인성의 적시타로 승리의 쐐기득점을 올렸다. 이날 SK는 롯데를 6-3으로 꺾고 5위 자리를 탈환했다.
SK는 최근 10경기에서 7승3패(승률 0.700)으로 ‘가을 DNA의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앞으로 24경기를 치룰 SK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박정권은 순위권 진입보다 매 경기에 집중하고 있다. 최선을 다해 한 경기 한 경기를 하다보면 승차가 좁혀진다. 그러나 순위를 생각하다보면 몸이 경직돼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오는 것 같다”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올해 SK는 자유계약선수(FA)와 트레이드 등으로 기존 선수들의 공백을 느끼기도 했다. 박정권은 선수들은 바뀌었어도 SK의 팀 색깔은 바뀌지 않는다. 우리가 지켜온 야구와 선수단의 화합된 분위기는 없어질 수 없다. 선수들 각자 자기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잘하고 있다”라며 순위를 의식하지 않고 모두가 매 경기에 집중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박정권은 성적과 정신력에 있어 선수단에게 모범적인 모습으로 팀 승리에 앞장서고 있다.
[gioia@maekyung.com]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