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 상식에 도전하는 비상식적 사람들, 이석기·전두환
입력 2013-09-04 11:57 
하루가 멀다 하고 대형 뉴스가 터지니 언론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요? 불행이라고 해야 할까요?

뉴스거리가 있다는 점에서는 다행이고, 그 뉴스가 그다지 기분 좋은 뉴스는 아니라는 점에서는 불행인 듯합니다.

이석기 의원과 전두환 전 대통령.

요즘 사람들 입에 가장 많이 오르내린 사람들입니다.

두 사람의 공통점이 있을까요?

저는 국민을 상대로 비상식의 상식화에 도전하는 그 무모함이 공통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석기 의원은 체포동의안 국회 표결을 앞두고 신상 발언을 통해 억울함을 호소했습니다.

▶ 인터뷰 : 이석기 / 통합진보당 의원(9월2일)
- "혐의는 내란음모인데 체포동의안의 사유는 철저히 사상검증이다 마녀사냥이다. 내란음모에 관한 단 한 건의 구체적 내용 없다. 대한민국의 시계가 어딘지 궁금하다."

국정원이 국회 체포동의안에 적시한 혐의를 보면, 이 의원은 올해 초인 3월3일 '혁명의 결정적 시기'가 왔다며 '전쟁 대비 3가지 지침'을 혁명조직 RO에 내려 보냅니다.

1. 비상시국에 연대조직을 빨리 꾸릴 것.

2. 대중을 동원해 광우병 사태처럼 선전전을 실시할 것.

3. 미군기지, 특히 레이더 기지나 전기시설 등 주요 시설에 대한 정보를 수집할 것.

이 무렵은 남북 간 긴장이 최고조에 달하던 시기로 북한이 정전협정 파기를 선언했습니다.

▶ 인터뷰 : 김영철 / 북한 정찰총국장(3월7일)
- "형식적으로나마 유예해오던 조선정전협정의 효력을 완전히 전면 백지화해버릴 겁니다. 우리 군대가 잠정적으로 설립하고 운영하던 조선인민군 판문점 대표부 활동도 전면 중지하게 될 것입니다."

이 의원은 북한의 정전협정 파기를 곧 전쟁이 임박한 것으로 받아들였습니다.

그래서 긴급히 전쟁 대비 3대 지침을 내렸고, 5월10일과 12일 잇따라 RO 조직 전체모임을 가졌습니다.

이 의원은 이 자리에서 정세강연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국정원이 밝힌 녹취록에는 전혀 다른 말이 나옵니다.

"이 자리는 정세를 강연하러 온 게 아니라 우리가 무엇을 준비하고 싸울 것인가 결의를 하기 위해 왔다."

이쯤 되면 허황된 망상가 수준을 넘어 비상식적인 정세 판단을 통해 비상식적인 군사 행동을 준비했다는 뜻으로 밖에 해석되지 않습니다.

비상식적이지만, 절대 허술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이 혁명조직은 조직원들의 국회 입성, 그리고 정권 장악까지 치밀한 계획을 짰고 이를 단계적으로 실천에 옮겼습니다.

첫 번째는 민혁당 사건 이후 잔존세력을 모아 경기 지역 사회단체를 장악하고 민주노동당에 들어가 당시 당권을 쥐었던 노동해방 PD 계열을 몰아냅니다.

당시 이들과 같은 당 활동을 했던 노동당 박은지 대변인이 어제 시사마이크에 출연해 밝힌 내용입니다.

▶ 인터뷰 : 박은지 / 노동당 대변인(어제 시사마이크)
- "당시에 일심회라는 조작 사건이 있었죠. 그 사건 같은 경우는 북에 정보를 보낸 건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사건을 바라보는 당시 민주노동당 내에서 가장 중요하게 문제가 되었던 건 이분들이 북에 정보를 보고 할 때 민주노동당 내에 인사들, 다시 말해서 당내 활동가와 간부들에 대한 분석, 정보 또한 북에 보냈다는 것입니다."

당에서 PD 계열을 몰아낸 RO 혁명조직은 지난해 4월 총선에서 통합진보당 당권을 장악하는 데 성공하고,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이석기 의원을 비롯해 김재연, 김미희 의원 등을 비례대표로 선출합니다.

여기가 끝이 아닙니다.

혁명조직 RO는 지난해 8월 모임에서 2014년 지방선거와 2016년, 2020년 총선에서 제1 진보야당을 만들자고 다짐합니다.

또 2017년 대선에서 진보 집권시대의 서막을 올리자는 전략도 짰습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비상식적인 계획과 일들이 이들에게는 지극히 상식적인 것들이라는 뜻입니다.

국정원은 이 RO 조직원들이 미국에 있는 조직원을 통해 북한 공작원으로 의심되는 중국 기업인과 연락을 주고 받은 혐의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고 합니다.

사실이라면, 이 RO라는 조직은 우리 사회 상식을 흔드는 아주 위험한 세력이 되는 셈입니다.

비상식의 상식화에 도전하는 무모한 이는 또 있습니다.

바로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입니다.

검찰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차남 재용씨를 어제 소환했습니다.

부인인 탤런트 박상아 씨가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은 지 닷새 만입니다.

검찰은 외삼촌 이창석 씨의 오산 땅 매각과 정과 재용 씨가 지난 2003년과 2005년 미국 캘리포니아주와 LA에서 구입한 고급 저택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 저택들은 박상아 씨 명의로 구입됐지만, 얼마 안 돼 박 씨 어머니 앞으로 명의가 이전돼 차명관리 의혹을 받아왔습니다.

재용 씨가 어제 조사를 마치고 나오면서 한 말입니다.

▶ 인터뷰 : 전재용 / 전두환 전 대통령 차남(어제)
- "심려를 끼쳐 드리게 돼서 거듭 사과 말씀드립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자진 납부 의사 말씀해 주세요.) 조만간 입장을 정리해서 말씀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재용 씨는 추징금을 자발적으로 내겠다는 의사를 검찰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검찰은 재용 씨에 이어 셋째 아들 재만씨, 그리고 장남 재국 씨에 대해서도 전방위 압박을 가하고 있습니다.

자식들의 줄소환과 처벌 앞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은 어떤 선택을 할까요?

지금까지는 돈이 없다며 추징금을 낼 수 없다고 버텼지만, 국민의 일반적인 상식 앞에 결국 손을 들게 될까요?

자식들이 모두 구속되고, 있는 재산도 모두 강제 압류당해야 비로소 자신들의 행동이 상식적이지 않았음을 깨닫게 될까요?

이석기 의원과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

비상식을 상식으로 아는 이들이 있기에 오늘도 우리 언론들은 다룰 뉴스거리가 있나 봅니다.

세상이 하 수상하니그들에게는 비상식이 상식이 되나 봅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김희경 이민경 신민희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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