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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일 것을 대비한 풀어짐, 홍명보호의 폭풍전야
입력 2013-09-04 06:52 
[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홍명보호가 소집 이틀째 훈련을 실시했던 3일 파주의 날씨는 참으로 맑았다. 청명하다는 표현이 딱 어울렸다. 가뜩이나 사방이 푸른 잔디구장으로 둘러싸인 파주NFC에서 쳐다본 하늘은, 모든 일상을 잊게 만들면서 몸도 마음도 편안하게 이완시켜줬다.
이날은 선수들 역시 긴장의 끈을 다소 느슨하게 풀어 놓을 수 있었다. 그저 날씨 덕분에 ‘힐링이 됐던 것은 아니다. 홍명보 감독의 배려가 있었다. 홍 감독은 이례적으로 훈련을 오전에 실시한 뒤 오후에는 외출을 허락했다. 홍 감독은 선수들 모두 몸도 마음도 지쳐있는 상태다. 바깥 공기 한 번 쐬고 오라고 지시했다”는 말로 휴식을 준 배경을 설명했다.
선수들에게 몸도 마음도 충분하게 이완시켜 놓으라는 보이지 않는 지시가 포함된 휴식이 주어졌다. 몰아치기에 앞선, 폭풍전야 같은 고요함이다. 사진= MK스포츠 DB
언뜻 이해되지 않는 결정이었다. 아이티전은 6일에 열린다. 물리적인 시간이 많지가 않다. 하지만 홍 감독은 아이티전까지는 이틀의 시간이 더 남아있다. 여유 있다”는 뜻을 전했다. 2일 소집 때는 형식적인 회복훈련에 그쳤고 3일 훈련도 기본적인 포지셔닝 훈련에서 끝났다. 하루를 쪼개 써도 부족하다는 대표팀의 빡빡함을 생각했을 때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여유롭게 지난 이틀을 보낸 홍명보 감독이다.
하지만 마냥 허비하는 시간일 리 만무하다. 응당 계획된 포석일 가능성이 높다. 해석은 어렵지 않다. 팽팽하게 조여질 것을 앞두고 몸도 마음도 충분하게 이완시켜 놓으라는 보이지 않는 지시가 포함된 휴식이었다. 몰아치기에 앞선, 폭풍전야 같은 고요함이다.

지금은 선수들이 경직될 수 있는 조건들이 많다. 한창 시즌 중이라 몸은 피곤한 상태다. 그런데 하필 이때 브라질월드컵을 향한 본격적인 대표팀 경쟁이 시작된다. 지난 7월과 8월 실험을 통과한 국내파들과 유럽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이 처음으로 팀으로 묶여 손발을 맞추는 경기가 아이티전과 크로아티아전이다. 홍명보 감독과 처음 대면하는 선수들도 적잖다. 요컨대, 의욕이 지나칠 수 있는 이유들이 다분하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은 분명 ‘릴렉스다. 너무 경직되면 가진 기량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 법이다. 괜한 오버페이스 속에서 부상이 나올 수도 있다. 적정 수준의 긴장이야 필요하지만 너무 팽팽해서 끊어진다면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이를 풀어주는 것도 지도자의 몫이고, 결국 홍명보 감독의 ‘이완 지시는 이런 선수들의 상태를 파악했기 때문이다.
겉으로 보여 지는 몸의 근육부터 보이지 않는 생각과 마음가짐까지, 경직되어 있는 모든 것들을 풀고 시작하자는 뜻이었다. 현명한 판단일 수 있다. 혹은, 냉정한 결정일 수 있다. 4일 훈련부터 크로아티아전이 끝나는 10일까지 일주일은 강하게 조일 것을 암시하는 휴식이었다. 폭풍전야 속의 고요함. 현재 홍명보호의 느낌이 그러하다.
[lastuncle@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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