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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혁민과 홈런타자들의 씁쓸한 레이스
입력 2013-09-02 06:34 
[매경닷컴 MK스포츠 김원익 기자] 김혁민(27)과 홈런 선두권 주자들이 기록 경쟁을 펼친다? 한화팬으로서는 웃을 수 없는 씁쓸한 현실이다.
김혁민은 올 시즌 피홈런 25개로 2위 장원삼(16개)에 9개 차 앞선 독보적인 부문 1위를 기록 중이다. 32경기(선발 20경기)에 등판해 거의 0.78경기 당 1개꼴로 홈런을 맞고 있다.
그런데 묘하게도 홈런 부문 선두인 박병호(넥센, 26개), 2위 최형우(삼성, 24개) 최정(SK, 24개)과 함께 꾸준히 비슷한 페이스를 기록하고 있어 원치 않는 경쟁(?)이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김혁민으로서는 가뜩이나 올 시즌 부진한데 설상가상, 피홈런 기록이 세간의 이목을 끌고 있으니 답답할 노릇이다.
김혁민과 홈런 타자들이 씁쓸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실제로 많은 피홈런은 김혁민의 부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올해 김혁민은 총 허용한 88실점 중 홈런으로만 59실점을 했다. 특히 1경기서 다수의 홈런을 내준 경기가 잦았다. 3경기에서 3홈런 이상을 기록했고, 1경기 4홈런을 허용하며 무너진 적도 있었다. 홈런이 김혁민의 가장 큰 적이었던 셈이다.

역대 한 투수가 단일 시즌 기록한 최다 피홈런은 2009년 안영명(한화)이 허용한 34개다. 당시 안영명이 지금보다 훨씬 작은 대전구장을 홈으로 썼고, 리그 전체 홈런 숫자가 훨씬 많았던데다 김혁민이 올 시즌 구원으로 12경기에 나섰음을 감안하면 현재 페이스는 기록적이다.
피홈런과 홈런 기록이 함께 주목을 받는 것은 상대적인 영향도 있다. 유독 비슷한 시기나 같은 날 이들의 홈런이 나오고 있기 때문인데, 김혁민은 박병호와 최정을 상대로 많은 홈런을 허용하고 있다.
올 시즌 김혁민은 넥센을 상대로 가장 많은 6개, SK를 상대로 두 번째로 많은 5개의 피홈런을 각각 기록했다. 특히 박병호에게 내준 안타 4개 중 3개가 홈런이다. 최정 역시 마찬가지로 안타 3개 중 2개가 홈런이었다. 이에 비해 최형우는 5타수 무안타로 꽁꽁 틀어막았다. 알고 보면 김혁민이 숨겨진 ‘홈런 킹 메이커였던 것이다.
그렇다면 김혁민이 많은 홈런을 맞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화 코칭스태프는 힘으로 승부하려고 하면 제구가 안되고, 스피드를 줄여 볼카운트를 유리하게 잡으려고 던진 공은 실투가 많다”고 분석했다. 정민철 코치는 구위가 한창 좋았을때에 비해 떨어지고 지금 제 3구질인 커브의 완성도가 떨어진다. 아무래도 레퍼토리의 문제도 있다. 본인이 장타 허용에 대한 고민이 많은 상태”라며 현재 떨어진 컨디션과 단순한 구질을 원인으로 봤다.
실제로 김혁민이 홈런을 맞은 공 25개 중 직구가 17개에 달한다. 특히 대부분의 공이 높거나 가운데로 몰린 실투성이었다. 특히 초구에 허용한 홈런이 7개, 1B 상황에서 내준 홈런이 7개로 타자를 상대로 볼카운트를 유리하게 잡으려고 던진 공이 홈런으로 연결된 경우가 가장 많았다. 또한 1B-2S, 2B-2S, 3B-2S 등, 아웃카운트를 잡아야 하는 순간 결정구로 던진 공들이 홈런이 된 것도 7개에 달했다. 올해는 볼카운트를 잡거나, 결정구로 활용되어야 할 직구가 위력이 떨어지고 실투가 되고 있는 것이다.
모 해설위원은 이런 김혁민의 투구에 대해 볼배합이 단순하고 제구력면에서 보완할 점이 많다. 올해는 구위가 지난해만 못한데다 실투가 잦다. 지나치게 공격적인 투구를 펼치는데 이것이 독이 되는 경우를 많이 봤다. 변화구의 완성도가 높지 않다보니 결정구도 부족하다”고 분석했다.
김혁민 역시 문제점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구위가 지난해에 비해서 떨어져 있는데다 제구력의 문제점도 쉽게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거기에 위기 상황에서는 몸에 힘이 들어가면서 제구가 더욱 나빠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최대한 낮게 제구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가끔씩 나오는 실투가 문제다.
김혁민은 풀타임 2년차였던 2009년 이미 24개의 피홈런을 허용하며 같은 어려움을 경험했다. 이후 2011년 19개, 2012년 9개로 피홈런 숫자를 떨어뜨리며 스스로 해법을 찾은 바 있다. 지금의 씁쓸한 홈런레이스가 김혁민이 가진 능력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이제는 해법을 찾아야 할 때란 것도 분명하다.
[one@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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