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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야하는 박주영-기성용의 선택, ‘낮은 곳으로’
입력 2013-09-01 06:52 
[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기존 소속팀에서 입지를 다지지 못하던 박주영과 기성용의 선택은 ‘낮은 곳으로였다. 당장은 아쉬우나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지금은 뛸 곳이 필요했고, 그것이 다시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유럽 이적시장 마감(9월2일)이 임박해서 대한민국 축구계의 두 ‘뜨거운 감자인 박주영과 기성용의 새로운 보금자리가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아스날에서 이미 설 곳이 없었던 박주영의 선택은 자신에게 유럽무대 도전을 처음으로 허락했던, 성공적인 기억으로 남아있는 프랑스였다. 그리고 스완지시티에서 이상스레 꼬여버린 기성용은 아쉬움을 뒤로하고 내일을 도모하는 임대 이적을 결정했다.
거취를 결정해야했던 박주영과 기성용의 선택은 결국 ‘낮은 곳으로였다. 지금은 뛸 곳이 필요했고 그것이 다시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 있는 길이다. 사진= MK스포츠 DB
좀처럼 새로운 행선지를 결정하지 못하던 박주영이 프랑스 컴백 쪽으로 급물살을 타고 있다. ‘천재 소리를 들으면서 K리그 무대를 평정했던 지난 2008년, AS모나코의 유니폼을 입고 유럽 땅을 처음 밟았던 프랑스가 재기를 위한 새 터전이 될 전망이다.
애초 적극적인 구애를 펼친 생테티엔 입단으로 쉽게 정리되는 분위기였으나 프랑스의 유력지 레퀴프를 비롯한 현지 언론들은 생테티엔과 로리앙, 스타드 렌이 박주영 영입전에 가세했다”는 보도를 내놓으면서 3파전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나쁠 것 없는 일이다. 고무적인 것은, 지금까지의 이적설이 받아들이는 쪽에서 탐탁지 않았던 것과는 달리 이번에는 적극적이라는 것이다.

세계 최고의 무대인 잉글랜드 1부, 그중에서도 빅클럽인 아스날 소속이던 박주영 입장에서는 리그의 수준도, 팀의 네임벨류도 쉽사리 낮추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더 이상 이름값에 연연할 수 있던 상황이 아니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박주영이다. 비단 대표팀 때문이 아니라 스스로에게도 더 이상의 허송세월은 치명타가 아닐 수 없었다. 프랑스로의 회귀는 필요한 일보후퇴였다.
기성용은 매듭이 지어졌다. 완전 이적이 아닌 임대 이적만 허용한다는 스완지시티의 방침 속에서 빨리 수긍하고 새로운 길을 모색했던 기성용은 결국 선덜랜드 임대를 확정지었다. 선덜랜드 구단은 한국시간으로 31일 밤 자신들의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기성용의 임대소식을 알렸다.
스완지시티에서의 올 시즌 주전경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은 있었으나 아예 밀리는 양상이 될 줄은 자신도 몰랐을 것이다. 당황스러운 분위기, 냉랭해진 감독과의 사이, 개선되기 힘든 조건 등을 감안했을 때 팀을 옮기는 것이 낫겠다던 기성용의 빠른 판단은 나쁘지 않았다.
지지부진 시간만 흐르다 이적시장의 문이 닫히면 이도저도 아닌 상황이 될 수 있었다. 브라질월드컵을 생각하면 어떻게든 뛸 곳을 찾는 게 급선무였다. 수면 아래서의 깊은 고민과 함께 기성용의 새로운 둥지는 선덜랜드로 확정됐다. 뒤숭숭한 안팎의 상황을 생각한다면, 대표팀 후배 지동원이 뛰고 있다는 것도 나쁘지 않은 조건이다.
홍명보 국가대표팀 감독은 9월 평가전에 출전하는 명단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박주영과 기성용은 지금까지 한국축구를 위해 많은 공을 세웠고 앞으로도 해야 할 일이 많다. 지금 당장 부진하다고 절대 비난 받을 선수들이 아니다”라고 감싼 뒤 누구보다 두 선수가 가장 괴로울 것이다. 심사숙고하겠지만, 잘 뛸 수 있는 팀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진지한 충고를 전한 바 있다.
지난 관계 그리고 앞으로의 관계를 감안했을 때 박주영도 기성용도 홍명보 감독과는 사전 조율이 있었다는 게 중론이다. 박주영도 기성용도 뛰어야했고, 홍명보 감독은 뛰고 있는 두 선수가 필요했다. 결론은 ‘낮은 곳으로였다. 아쉬움이 남겠으나 필요한 결정이다. 지금은 움츠릴 때다. 머잖아 멀리 뛰어야할 때가 찾아오기 때문이다.
[lastuncle@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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