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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응용 감독, “내가 채태인 은인이야”
입력 2013-08-29 15:19  | 수정 2013-08-29 15:31
[매경닷컴 MK스포츠 김원익 기자] 내가 채태인 은인인데 아직도 나한테 용돈을 달라고 그래.”
김응용 한화 이글스 감독이 삼성 라이온즈의 내야수 채태인(31)의 한국 복귀의 숨은 공로자였다. 28일 문학 SK전을 앞두고 취재진을 만난 김 감독은 채태인과의 인연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을 받자 사실은 내가 채태인의 은인”이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인연은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다. 채태인은 부산상고(현 개성고) 재학 시절 지역을 대표하는 좌완 에이스로 각광을 받았다. 이후 국내 프로 입단 대신 2000년 6월 메이저리그 보스턴 레드삭스와 계약금 80만 달러에 입단했다. 하지만 이듬해 스프링캠프 때 어깨 수술을 받았고 이후 거의 방치를 당하다시피 하면서 향수병에 시달린 끝에 한국으로 돌아가겠다는 의사를 구단에 전달했다. 그렇지만 자유의 몸이 되지 못했다. 2002년 보스턴이 채태인을 임의탈퇴로 묶으면서 족쇄를 찬 미아 신세가 됐다.
김응용 감독이 채태인의 한국 복귀와 관련된 인연을 공개했다. 사진=MK스포츠 DB
야구를 포기할 수 없었던 채태인은 일단 군복무를 마치자는 생각으로 2002년 12월 귀국해 2년간 공익근무요원으로 병역의 의무를 다했다. 군복무 이후에도 여전히 보스턴에 임의탈퇴로 묶인 신분. 2005년 보스턴의 극동담당 스카우트 존 디블을 만나기 위해 호주까지 건너가 임의탈퇴서 자신을 풀어줄 것을 사정했다. 그곳에서 보스턴의 마이너리그 연습 경기에도 참여했지만 투수로 더 이상 뛸 수 없는 어깨 상태라는 진단을 받았다. 그리고 2005년 9월 임의탈퇴 명단에서 풀리며 자유의 몸이 됐다.
하지만 제약은 남아있었다. KBO는 1998년 아마추어 야구 유망주들의 무분별한 해외 진출을 막기 위해 해외파 복귀 2년 유예 제도를 만들었다. ‘1999년 1월 이후부터 해외에 진출한 선수들이 대한민국 복귀를 원할 경우 2년의 유예 기간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 내용의 골자.

2년은 ‘소속팀이 완전히 없어진 시점으로부터의 2년으로 채태인은 최소 2007시즌 종료 이전까지는 국내에 복귀할 수 없었던 것. 복귀한다는 확실한 기약도 없이 2년을 기다려야 했다. 결국 채태인은 2006년 일단 한 해 동안 웨이트트레이닝에 시간을 쏟아부으며 몸 상태를 끌어올렸다. 묵묵히 기다리며 준비한 것은 빛으로 돌아왔다. 2006년 말 채태인도 삼성 2군 훈련장에서 테스트 겸 훈련을 받았다. 그리고 채태인은 삼성 경산 2군 훈련장에서 2개월간 타자로 전향해 훈련을 하는 동안 코칭스태프와 구단 관계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줬다.
타격 훈련을 하는 채태인을 유심히 지켜본 이가 있었는데, 바로 당시 삼성 라이온즈의 사장이었던 김응용 현 한화 이글스 감독. 김 감독의 부산상고 까마득한 후배이자 채태인의 부친과 함께 부산상고 시절 함께 뛰었던 인연이 있었다.
김 감독은 그때 보스턴에서 방출당한 뒤 한국에 돌아와서는 경산에서 타격 훈련을 하고 있는데 방망이를 곧 잘 치더라. 가능성이 있어 보였다. 그래서 내가 당시 하일성 KBO 사무총장을 찾아가 해외파 특별지명 명단에 포함될 수 있도록 애를 썼다”며 당시의 뒷 이야기를 공개했다.
당시 8개 구단 사이에서는 한국 프로야구 중흥을 위해 해외파 선수들의 복귀를 돕는 일시적 특별 규정을 만들자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어 2007년 초 KBO 이사회는 ‘1999년 이후 해외로 진출한 선수 중 5년이 지난 선수를 유예 기간에 구애받지 않고 복귀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해외파 특별지명 규정에 합의했다.
이사회 당시 명단에 등록된 선수는 송승준, 이승학, 추신수, 김병현, 최희섭, 류제국까지 6명이었다. 하지만 결국 김 감독의 노력과 이사회의 대승적인 결정으로 3월 뒤늦게 채태인도 명단에 포함됐다.
연고지 출신의 복수의 선수가 대상자로 나왔던 롯데(송승준, 이승학, 추신수)와 KIA(김병현, 최희섭)이 먼저 각각 송승준과 최희섭에게 지명권을 행사한 이후, 남은 5개 구단이 추첨을 통해 지명순서를 행사했다.
5명을 대상으로 추첨을 한 결과 6번을 뽑은 한화를 제외한 5개 구단은 SK(추신수), LG(류제국), 두산(이승학), 삼성(채태인), 현대(현 넥센, 김병현) 순으로 선수를 지명했다. 삼성은 자신들의 순서에 김병현이 남아있었음에도 채태인을 뽑아 물음표가 붙어있었던 ‘타자 채태인에게 신뢰를 보였다.
코칭스태프의 믿음이 있었지만 당시 사장이었던 김 감독의 의중도 반영되지 않았을 리 없다. 사실상 김 감독이 채태인의 한국 복귀에 상당부분의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은인인 셈이다.
그렇다면 어떤 보답을 받았을까. 김 감독은 보답은커녕 요즘도 나만 만나면 ‘용돈 좀 달라고 한다”며 짐짓 화난 표정을 짓더니 이내 연봉이 반토막나서 5000만원이 됐다고 하는데 별 수 있나. 용돈 줘야지”라며 미소를 지었다. 대신 채태인이 김 감독에게 보답하고 있는 것은 신뢰와 정이다. 부상으로 1군에서 말소되기 전까지 한화와의 경기가 있는 날이면 찾아와 인사를 하고 살갑게 굴었다. 야구계에서 김 감독에게 격 없이 대하는 몇 안되는 젊은 선수가 바로 채태인이다.
서운한 듯 농담을 했지만 믿었던 채태인이 긴 어둠의 터널을 지나 올시즌 좋은 활약을 펼친 것이 반가운 마음인 듯, 이야기를 하는 김 감독의 얼굴에는 시종일관 미소가 가득했다.
[one@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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