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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농구 유망주, 아마는 좁고 프로는 멀다
입력 2013-08-22 09:43 
[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국내 프로농구에서 미국프로농구(NBA) 슈퍼스타 르브론 제임스(마이애미 히트)의 탄생은 불가능한 일일까.
프로의 수난시대다. 프로-아마 최강전에서 프로팀들이 모두 탈락하는 이변이 일어났다. 아마의 반란이다. 프로에서 바로 통할 대학 선수들이 줄을 섰다. 이미 아마 무대는 좁다. 신선한 스타 탄생이다. 그런데 프로로 가는 길이 너무 멀다.
지난 21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13 KB 국민카드 프로-아마 최강전" 고려대와 울산 모비스의 4강전에서 고려대 이종현이 울산 모비스 함지훈에 앞서 리바운드를 잡아내고 있다. 사진=김영구 기자
최근 국내 농구에서 가장 뜨는 별들은 프로가 아닌 아마추어 선수들이다. 지난 필리핀 아시아농구선수권대회에서 깜짝 스타로 등장한 대학 선수들은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리고 있는 프로-아마 최강전에서 인기 몰이를 하고 있다. 경희대 졸업반 김종규(22, 207cm), 김민구(22, 191cm)를 비롯해 고려대 1학년생 이종현(19, 206cm), 3학년 이승현(21, 197cm) 등은 최고의 화제를 몰고 온 유망주들이다.
김종규와 김민구는 올해 10월 열리는 프로농구 신인 드래프트에 나온다. 강력한 1순위 후보들이다. 이들을 뽑기 위해 지난 시즌 고의 6강 플레이오프 탈락 의혹이 불거졌을 정도로 프로 무대에서도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두 선수는 대학 4년을 꼬박 채우고 프로에 도전한다.

최근 프로농구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김종규, 김민구보다 이종현, 이승현이 더 큰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대부분의 관계자들은 이종현과 이승현은 당장 프로에 와도 충분히 통할 선수들”이라고 입을 모았다.
립서비스가 아니다. 이번 대회에서 가치를 입증하고 있다. 이종현과 이승현 트윈타워가 버티는 고려대는 고양 오리온스를 시작으로 부산 KT, 울산 모비스 등 프로팀들을 차례로 격파하고 결승에 진출했다.
이종현은 3경기 평균 22.7점 14.7리바운드 2.3블록을 기록하는 괴력을 뽐내고 있다. 프로 최강 모비스전에서는 무려 27점 21리바운드를 쓸어담았다. 이승현도 3경기 평균 15.0점 12.0리바운드 3.3어시스트를 올리며 프로 선수들을 상대로 기량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제2의 서장훈이라고 불리는 이종현에 대한 기대감은 유독 크다. 현재 206cm의 신장을 갖췄지만, 210cm까지 더 클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특히 윙 스팬(양팔 길이)이 220cm에 달해 농구선수로서는 엄청난 이점도 갖고 있다. 농구선수 출신인 아버지 이준호씨로부터 농구 유전자를 물려받아 농구 센스도 탁월하다. 기본기가 잘 닦여 있다.
이종현은 아마 무대에서는 이미 견줄 상대가 없다. 유재학 모비스 감독은 고려대 패배 후 이종현에 대한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유 감독은 국내에서 평가해서는 안된다. 프로에 와서 외국인선수들과 대결을 해야 한다. 그래야 냉정하게 평가를 내릴 수 있다”며 이종현이 포스트업으로 슛을 성공 시킨 것이 없다. 또 점퍼로 성공 시킨 것도 없었다. 그래서 센터들도 드리블 능력 등을 키워야 한다”고 뼈 있는 말을 남겼다.
이종현은 잠재력이 풍부하다. 아직 완성형 선수가 아니다. 자칫 자신보다 신장이 한참 아래인 아마 선수들을 상대로 기량이 정체될 가능성이 짙다. 이종현은 하드 트레이닝이 필요한 선수다. 체계적인 관리도 필수다. 대학 시스템은 부족하다. 이종현도 웨이트가 부족한 것이 약점인데, 대학 진학 후 웨이트 트레이닝을 할 시간이 없어서 체중이 10kg 이상 줄었다”고 털어놨다. 또 ‘대학 4년 동안 어떤 것을 배울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는 잘 모르겠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승현도 같은 질문에 즉답을 피했다.
이종현은 경복고 3학년이었던 지난해 4월 연맹회장기대회에서 한 경기 42리바운드를 잡아내 전산 집계 이후, 역대 최다 리바운드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기록적인 것을 제외하면 의미가 없다. 이후 일부 대학들의 스카우트가 지나치게 과열 양상을 보이면서 프로 직행 가능성도 내비쳤다. 하지만 결국 이종현의 선택은 고려대 진학이었다.
지난 21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13 KB 국민카드 프로-아마 최강전" 고려대와 울산 모비스의 4강전에서 고려대 이승현이 울산 모비스 문태영을 제치고 골밑슛을 던지고 있다. 사진=김영구 기자
지난 2011년 프로에 데뷔해 신인상과 플레이오프 최우수선수(MVP)를 석권한 오세근(26, 안양 KGC인삼공사)도 중앙대 시절 무대가 좁았다. 오세근은 대학 시절 이미 배울 것이 없다. 정체 된 느낌”이라고 했고, 프로 데뷔 이후 빨리 프로에 오지 않은 것이 후회된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한국농구연맹(KBL)은 얼리 엔트리 제도를 개방했다. 고교 졸업 후 프로 직행이 가능하다. 단 정상적인 코스인 대학 4년을 모두 마치지 않을 경우 학교장 승인을 거쳐야 신인 드래프트에 나올 수 있다.
NBA에서는 초고교급 선수의 프로 직행이 보편화 되어 있다. 1970~80년대부터 대학 과정을 모두 마치지 않고 프로에 진출하기 시작했고, 1990년대 이후 고교 선수들의 프로 직행이 본격적으로 이뤄졌다. NBA 최고의 스타로 꼽히는 케빈 가넷(브루클린 네츠), 코비 브라이언트(LA 레이커스), 드와이트 하워드(휴스턴 로키츠), 르브론 제임스 등은 고교 졸업 후 프로에 직행한 모범 사례들이다.
현실적으로 이종현과 이승현이 당장 10월 신인 드래프트에 나올 가능성은 희박하다. 대학에서도 우승 보증수표를 내줄 이유가 없다. 아시아선수권에 이어 프로-아마 최강전으로 한껏 달아오른 농구 열기를 이을 수 있는 기회가 또 하나 사라지는 것이다. 한국 농구의 미래를 위해서도 손해다. 대승적 차원의 얼리 엔트리를 권한다.
[min@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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