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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페르시와 긱스의 ‘급’, 맨유는 건재하다
입력 2013-08-18 10:34 
[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2013-14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우승판도를 바라보는 시선은 주로 첼시와 맨체스터 시티에 맞춰지고 있다. 현지 언론과 베팅 전문 업체들은 첼시와 맨시티의 우승가능성을 디펜딩 챔피언 맨체스터유나이티드보다 높게 보고 있다.
세 팀은 새 시즌을 앞두고 모두 감독이 바뀌었다. 바뀐 세 감독 모두 자신의 입지가 굳건한 명장들이다. 하지만 무리뉴가 지휘봉을 잡은 첼시나 페예그리니 체제로 전환한 맨시티와 비교해 모예스 감독의 맨유는 다른 느낌을 준다. 기대 뒤 불안감이다. 그만큼 알렉스 퍼거슨이라는 지도자와 맨유의 연결고리는 크고 깊었다는 방증이다.
‘퍼거슨이 떠난 맨유에 대한 우려뿐 아니라 전체적인 전력보강 측면에서도 첼시와 맨시티가 더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지속해서 미드필더진의 보강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으나 아직 이렇다 할 소식이 없는 맨유이고, 모예스 감독과의 끊이지 않는 잡음과 함께 루니의 이적설이 가시지 않고 있다는 것도 달갑지는 않다. 요컨대 맨시티와 첼시가 강해진 측면도 있으나 맨유 자체의 내공이 약해졌다는 것이 디펜딩 챔프에게 후한 점수를 주지 못하고 있는 이유다. 하지만, 맨유는 건재했다.
맨유가 한국시간으로 18일 열린 스완지시티와의 2013-14시즌 프리미어리그 개막전에서 4-1로 대승을 거뒀다. 모예스 감독의 정규리그 데뷔전이자 원정으로 펼쳐졌던 부담스러운 경기에서 반 페르시와 웰백이 각각 2골씩 터뜨리면서 값진 승리를 따냈다. 측면으로 치우쳐 확실한 결정력을 보여준 웰백의 공도 간과할 수 없으나 이 경기에서 가장 돋보인 인물은 반 페르시였다. 그리고 라이언 긱스의 아우라를 빼놓을 수 없다.

실상 불안요소들이 보였던 맨유다. 전반 초중반까지는 스완지시티가 강하게 맨유를 압박했고 주도권도 스완지가 많이 잡고 있던 흐름이다. 이 흐름을 끊어낸 것은 급이 달랐던 긱스의 노련함과 반 페르시의 결정력이었다.
전반 34분, 하프라인과 상대 페널티박스 중간에서 공을 잡은 긱스는 상대 수비라인 사이에 있던 전방의 반 페르시를 향해 로빙 패스를 시도했다. 꽤 먼 거리였고 타이밍이나 방향을 잡기가 쉽지 않았으나 긱스의 눈과 왼발은 여전히 오차가 없었다. 다음은 반 페르시의 몫이었다. 트래핑이 좋지는 않았다. 공이 허리보다 높게 튀었다. 하지만 프리미어리그 득점왕 2연패의 주인공의 결정력은 남달랐다. 몸을 쓰러뜨리면서 시도한 타점 높은 슈팅은 정확한 임팩트로 공을 맞췄고 스완지시티의 골망을 흔들었다.
급이 달랐던 장면이다. 이 실점장면 이전까지 잘 싸우던 스완지시티는 갑작스레 흔들렸고 불과 2분 뒤 웰백에게 추가골을 허용하면서 사실상 무너졌다.
긱스의 나이는 마흔이다. 한창때와 비교할 수는 없는 몸놀림이다. 스완지시티전에서도 ‘예전 같으면이라는 말이 어쩔 수 없이 나오던 아쉬운 장면들이 있었다. 하지만, 긱스는 올해 마흔이다. 희끗한 머리칼로 조카뻘 아니 아들뻘 선수들과 손색없이 뛰는 모습만으로 경외감을 준다. 노련함은 따라올 자가 없다. 오랜 리더 퍼거슨이 떠났으나 필드 위에는 여전히 리더가 있다.
반 페르시는 그야말로 물이 오른 모습이다. 아스날을 떠나기 직전에, 그리고 맨유로 오자마자 득점왕을 거푸 차지했던 반 페르시는 확실히 맨유의 간판으로 자리매김했다. 후반 27분 반 페르시의 추가골은 첫 골 이상의 클래스를 보여줬다.
좁은 공간에서의 컨트롤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것으로 잠시 슈팅공간이 만들어졌을 때는 어떻게 슈팅을 해야 하는지 정석을 보여줬다. 빠르고 간결하고 정확했다. 반 페르시는 커뮤니티실드에서도 2골을 터뜨리면서 모예스에게 첫 트로피를 안겼고 개막전에서도 2골로 정규리그 첫 승도 선사했다. 현재 맨유의 간판은 응당 반 페르시다.
객관적인 전력을 놓고 봤을 때 맨유가 첼시나 맨시티에 비해 무게감이 떨어져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모예스의 첫 시즌이라는 것도 시행착오를 예상케 하는 요소다. 현지 전문가들의 평가는 딱히 이상할 것 없다. 하지만, 맨유는 여전히 우승후보다. 급이 다른 반 페르시의 결정력과 급이 여전한 라이언 긱스만으로도 그들은 건재하다.
[lastuncle@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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