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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보다 아름다운 `한 여름 밤의 명품수비`
입력 2013-08-14 12:10  | 수정 2013-08-14 21:55
[매경닷컴 MK스포츠 표권향 기자] 한 여름 밤에 불꽃 튀는 경기가 4개 구장에서 펼쳐졌다. 투수들은 타자들과 정면승부를 펼쳤고, 타자들은 실투를 놓치지 않고 방망이를 휘둘렀다. 하지만 무엇보다 돋보였던 건 야수들의 명품수비였다.
왼쪽부터 한화 한상훈-두산 민병헌-SK 김상현-LG 이대형 사진=MK스포츠 DB
13일 전국 4개 구장에서 펼쳐진 8팀의 경기는 공교롭게도 라이벌전이었다. 대구구장에서는 1위 삼성 라이온즈-LG 트윈스가, 잠실구장에서는 3위 두산 베어스-롯데 자이언츠가, 문학구장에서는 6위 SK 와이번스-KIA 타이거즈가, 청주구장에서는 8위 NC 다이노스-한화 이글스가 만났다.
이날 어느 한 구장 빼놓을 것 없이 인정사정 봐줄 것 없는 혈투가 펼쳐졌다. 숨 쉴 틈 없이 긴장감이 감돌던 중 야수들의 명품수비가 경기를 압도했다.
대구구장에서는 ‘미리 보는 한국시리즈가 펼쳐졌다. 막강 타선의 삼성과 LG는 서로 상대 선발 투수를 무너뜨리며 맹타를 휘두르며 득점 쌓기에 열을 올렸다.

이날 최고의 수비를 보여준 건 LG 이대형이었다. LG가 11-5로 앞선 4회말 무사 1루에서 배영섭의 깎여 맞은 타구를 잡기 위해 중견수 이대형 좌익수 이병규(7) 유격수 오지환이 좌중간으로 몰려들었다. 그러나 애매한 타구의 방향을 잃은 이병규 오지환에 반해 이대형은 빠른 발을 이용해 슬라이딩했고 이 타구는 이대형의 글러브 끝 쪽에 잡혔다. 이날 LG는 16-9로 이겨 1위 삼성과의 승차를 지웠다.
잠실구장에서는 선취점을 얻는 팀이 유리할 것이라 예상했었다. 이 때문에 양 팀은 첫 득점을 올리기 위해 첫 타석부터 방망이를 휘둘렀다. 그러나 민병헌의 호수비에 걸려 첫 타자부터 아웃시켰다.
1회초 1번 타자 황재균이 밀어 때린 공이 우익수 방향으로 높게 뜨더니 급격히 아래로 떨어졌다. 자칫 장타로 이어질 뻔한 타구를 우익수 민병헌이 달려 나와 슬라이딩해 아슬아슬하게 글러브 속으로 타구를 집어넣었다. 두산은 3-2로 이겨 4위 넥센을 1.5경기 차로 떼어 놓았다.
문학구장에서는 양 팀의 순위가 바뀌었다. SK는 KIA를 상대로 9-2 승리를 거둬 5연승 행진을 이었고, 반면 KIA는 올 시즌 처음으로 7위로 내려앉았다. 이날 승리의 주역 가운데 좌익수 김상현의 호수비를 빼놓을 수 없다.
1회초 1사 만루상황, SK선발 김광현은 경기 시작부터 대량실점 위기를 맞았다. 김광현은 이범호에게 1구째를 공략 당했고 이 타구는 좌측 담장 끝까지 뻗어갔다. 이때 김상현이 펜스 위로 손을 뻗으며 뛰어올라 담장 위쪽에서 타구를 잡았다. 이범호의 타구는 희생 플라이가 돼 KIA가 선취점을 올렸으나, 만루홈런을 막은 김상현의 일품수비에 망연자실했다.
청주구장에서는 자존심이 걸린 한 판 승부가 펼쳐졌다. 이전 경기까지 5승6패로 NC와 신(新) 라이벌이 된 한화로선 NC와의 승부는 그 어느 경기보다도 치열했다. 특히 한화는 현재 최하위팀이라 형님 체면이 말이 아니다.
그러나 이날은 한화 한상훈이 형님 수비를 보여줬다. 1-0으로 한화가 리드하던 5회초 무사 1루에서 지석훈이 번트에서 강공으로 공격을 바꿔 밀어 때린 공을 2루수 한상훈이 날아올라 정확하게 잡아냈다. 한상훈은 지석훈은을 2루수 직선타로 아웃시킨 뒤 1루에서 스타트를 끊었던 1루 주자 노진혁의 귀루를 막아 더블아웃을 만들었다.
치열한 순위경쟁에서 펼쳐지는 야수들의 호수비가 긴장감 있는 경기에 재미를 더해주고 있다.
[gioia@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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