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한국 남자농구가 필리핀에 분패해 결승행이 좌절됐다. 16년 만의 우승 단꿈은 물거품이 됐다. 이란에 설욕할 기회도 놓쳤다. 유재학호를 탓할 수 있을까.
유재학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농구대표팀은 지난 10일 필리핀 마닐라 몰오브아시아 아레나에서 열린 2013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남자농구선수권대회 준결승전에서 개최국 필리핀에 79-86으로 졌다.
경기 내내 접전 끝에 뒷심에 밀렸다. 결승 진출에 실패했지만, 아직 희망이 남아 있다. 한국은 11일 오후 6시(한국시간) 대만과 3-4위전서 승리할 경우 마지막 1장 남은 내년 스페인 농구월드컵 진출권을 얻는다. 그러면 목표 달성이다.
우려가 현실이 됐다. 유재학 감독은 홈팀의 응원 영향을 받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이라며 마지막 수비 집중력이 흐트러져 아쉽지만 어려운 여건 속에서 우리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다. 고맙다”고 밝혔다. 이승준도 필리핀의 농구 열기는 확실히 뜨거웠다”고 했다.
약 2만명의 필리핀 관중이 가득찬 경기장은 엄청난 중압갑이 있었다. 개최국 필리핀의 일방적인 응원 열기와 선수들의 승리를 향한 의지가 한국을 뛰어넘었다. 한국은 210cm의 귀화선수 마커스 다우잇이 부상으로 빠진 필리핀에 리바운드 싸움에서 11개나 뒤졌고, 공격 리바운드는 무려 17내나 허용했다. 결국 이날 한국의 패배는 한 발 더 뛰지 못한 정신력에서 뒤진 결과였다.
한국전 극적인 승리를 결정지은 뒤 필리핀 코칭스태프 및 선수단, 관중들은 눈물을 왈칵 쏟아냈다. 결승 진출에 대한 간절함이 그대로 묻어났다. 필리핀은 1985년 말레이시아 대회 이후 28년에 정상을 노리게 됐다.
11년 전 감동의 순간이 오버랩된다.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필리핀과 맞붙은 준결승전. 한국은 경기 종료 직전 66-68로 뒤지며 패색이 짙었다. 마지막 공격서 방성윤이 놓친 공을 전희철이 넘어지면서 잡아 이상민에게 극적으로 연결했고, 이상민은 필리핀 수비 두 명을 페이크로 따돌린 뒤 짜릿한 역전 3점 버저비터를 폭발시켰다. 중국을 넘어 금메달 획득을 가능하게 만든 가려진 명승부였다. 개최국 한국은 엄청난 홈 관중의 일방적인 응원을 등에 업고 기적의 드라마를 일궈냈다. 지금까지 회자되는 명승부들이다.
필리핀이 꼭 그랬다. 필리핀은 11년 전 뼈아픈 역전패를 설욕하듯 독을 품고 한국을 상대했다. 이번 대회 유치를 위해서도 혼신의 힘을 기울였다.
한국의 현실은 어떤가. 열악한 환경과 싸워야 했다. 번듯한 평가전이나 해외 전지훈련 한 번 없이 진천 선수촌에서 손발을 맞춘 것이 전부다. 상대 정보를 얻기 위한 전력분석원도 없었다. 시쳇말로 맨 땅에 해딩이었다. 인풋 없이 아웃풋을 기대하는 것은 너무 잔인했다.
한국은 잘 싸웠다. 유 감독은 짧은 기간 대표팀을 역대급 수준으로 바꿔놨다.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금메달 멤버인 김승현(삼성)은 이번 대표팀의 선전을 보면서 역대 대표팀 중 최고인 것 같다”고 했다.
필리핀전에서도 첫 국제 대회에 나선 어린 선수들이 감동을 선사했다. 대학생 가드 김민구(경희대)는 양 팀 최다인 27점을 폭발시켰다. 완패를 당할 뻔한 경기를 고비 때마다 3점슛 5개를 터뜨려 경기 막판 극적으로 승부를 뒤집는데 엄청난 역할을 해냈다. 대표팀 막내 센터 이종현(고려대)도 10점을 기록하며 가능성을 확실히 보여줬다. 졌지만 박수를 받기 충분한 경기였다.
스포츠는 결과로 말한다. 한국은 필리핀에 졌다. 그러나 유재학호는 진짜 실력이 아닌 무관심에 완패했다. 센세이션을 일으키고도 벼랑 끝에 몰린 유재학호는 과정 없이 결과만 바라보고 있는 한국 농구의 현주소에 대한 위태로운 외침이다. 필리핀 현지에 있는 대한농구협회장과 한국농구연맹 수장만 왜 듣지 못할까.
[min@maekyung.com]
유재학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농구대표팀은 지난 10일 필리핀 마닐라 몰오브아시아 아레나에서 열린 2013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남자농구선수권대회 준결승전에서 개최국 필리핀에 79-86으로 졌다.
경기 내내 접전 끝에 뒷심에 밀렸다. 결승 진출에 실패했지만, 아직 희망이 남아 있다. 한국은 11일 오후 6시(한국시간) 대만과 3-4위전서 승리할 경우 마지막 1장 남은 내년 스페인 농구월드컵 진출권을 얻는다. 그러면 목표 달성이다.
한국 남자농구가 지난 10일 2013 FIBA 아시아남자농구선수권대회 준결승전에서 필리핀에 분패한 뒤 고개를 숙이고 있다. 사진=아시아선수권 공동취재단 |
약 2만명의 필리핀 관중이 가득찬 경기장은 엄청난 중압갑이 있었다. 개최국 필리핀의 일방적인 응원 열기와 선수들의 승리를 향한 의지가 한국을 뛰어넘었다. 한국은 210cm의 귀화선수 마커스 다우잇이 부상으로 빠진 필리핀에 리바운드 싸움에서 11개나 뒤졌고, 공격 리바운드는 무려 17내나 허용했다. 결국 이날 한국의 패배는 한 발 더 뛰지 못한 정신력에서 뒤진 결과였다.
한국전 극적인 승리를 결정지은 뒤 필리핀 코칭스태프 및 선수단, 관중들은 눈물을 왈칵 쏟아냈다. 결승 진출에 대한 간절함이 그대로 묻어났다. 필리핀은 1985년 말레이시아 대회 이후 28년에 정상을 노리게 됐다.
11년 전 감동의 순간이 오버랩된다.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필리핀과 맞붙은 준결승전. 한국은 경기 종료 직전 66-68로 뒤지며 패색이 짙었다. 마지막 공격서 방성윤이 놓친 공을 전희철이 넘어지면서 잡아 이상민에게 극적으로 연결했고, 이상민은 필리핀 수비 두 명을 페이크로 따돌린 뒤 짜릿한 역전 3점 버저비터를 폭발시켰다. 중국을 넘어 금메달 획득을 가능하게 만든 가려진 명승부였다. 개최국 한국은 엄청난 홈 관중의 일방적인 응원을 등에 업고 기적의 드라마를 일궈냈다. 지금까지 회자되는 명승부들이다.
필리핀이 꼭 그랬다. 필리핀은 11년 전 뼈아픈 역전패를 설욕하듯 독을 품고 한국을 상대했다. 이번 대회 유치를 위해서도 혼신의 힘을 기울였다.
한국의 현실은 어떤가. 열악한 환경과 싸워야 했다. 번듯한 평가전이나 해외 전지훈련 한 번 없이 진천 선수촌에서 손발을 맞춘 것이 전부다. 상대 정보를 얻기 위한 전력분석원도 없었다. 시쳇말로 맨 땅에 해딩이었다. 인풋 없이 아웃풋을 기대하는 것은 너무 잔인했다.
한국은 잘 싸웠다. 유 감독은 짧은 기간 대표팀을 역대급 수준으로 바꿔놨다.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금메달 멤버인 김승현(삼성)은 이번 대표팀의 선전을 보면서 역대 대표팀 중 최고인 것 같다”고 했다.
필리핀전에서도 첫 국제 대회에 나선 어린 선수들이 감동을 선사했다. 대학생 가드 김민구(경희대)는 양 팀 최다인 27점을 폭발시켰다. 완패를 당할 뻔한 경기를 고비 때마다 3점슛 5개를 터뜨려 경기 막판 극적으로 승부를 뒤집는데 엄청난 역할을 해냈다. 대표팀 막내 센터 이종현(고려대)도 10점을 기록하며 가능성을 확실히 보여줬다. 졌지만 박수를 받기 충분한 경기였다.
스포츠는 결과로 말한다. 한국은 필리핀에 졌다. 그러나 유재학호는 진짜 실력이 아닌 무관심에 완패했다. 센세이션을 일으키고도 벼랑 끝에 몰린 유재학호는 과정 없이 결과만 바라보고 있는 한국 농구의 현주소에 대한 위태로운 외침이다. 필리핀 현지에 있는 대한농구협회장과 한국농구연맹 수장만 왜 듣지 못할까.
[min@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