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 청와대-민주 '신경전' 왜? 문재인 '트위터' 왜?
입력 2013-08-08 20:49 
뜨거운 여름만큼이나 요즘 정치권이 뜨겁습니다.

좋은 의미에서가 아니라, 서로 신경전을 벌이느라 그렇다는 뜻입니다.

청와대와 민주당은 '5자 회담'을 할 것인지, '양자 회담'을 할 것인지를 놓고 기싸움을 벌이고 있습니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꽉 막힌 정국을 풀기 위해 박근혜 대통령에게 2자 회담을 제안했습니다.


하지만, 사흘 만에 나온 청와대의 답은 '노'였습니다.

청와대가 '2자 회담'보다는 대통령과 여야 대표, 여야 원내대표가 참석하는 5자회담을 갖자고 역제안한 겁니다.

민주당 노웅래 비서실장이 전한 김한길 대표의 말입니다.

▶ 인터뷰 : 노웅래 / 민주당 대표 비서실장
- "김한길 대표는 제1야당 대표의 단독회담 제안에 대해 대통령이 3일만에 5자로 답한 걸 아쉽게 생각한다. 현 정국의 심각성을 직시하고 해법 진지하게 고민한 결과가 이같은 5자 역제안일 수는 없을 것이다. 김한길 대표는 단독 회담을 다시 한 번 제안한다."

김한길 대표는 왜 박근혜 대통령의 5자회담을 거절했을까요?

아니, 그 보다 그러면 왜 청와대는 김한길 대표의 '2자 회담'을 거절하고 '5자 회담'을 역제안했을까요?

현재 꼬인 정국의 최대 현안은 '국정원 국정조사'문제입니다.

그걸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단둘이 만나 풀자고 하는 것은 '국정원 선거개입'의 책임이 박 대통령에게도 있다는 걸 의미하지 않을까요?

2자회담이 성사됐다면 김 대표는 국정원 선거개입에 대한 박 대통령의 책임을 자연스레 만방에 알리는 효과를 거뒀을지도 모릅니다.

어부지리로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제1야당 대표의 위상도 높이는 효과를 얻었을 지 모릅니다.

김한길 대표의 말입니다.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 담판을 짓자는 건데, 여러 명이 둘러앉아서 하는 담판이 어디 있느냐."

그런데, 이걸 청와대가 모르지 않겠죠.

그래서 어쩌면 청와대는 이런 양자회담을 거절하고 5자회담을 역제안했을 법합니다.

국정원 선거개입에 대한 책임이나 관심이 박 대통령에게 쏠리는 것을 피할 수 있으니까요.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의 말입니다.

"여야 당대표로부터 대통령과 회담 제의가 있어 대통령께서 회담을 하자고 했는데 ㅇ번에도 또 민주당이 거절해 유감스럽다."

2자회담을 수용했다가는 국정원 선거개입과 정상회담 회의록 실종문제만 부각될 뿐 시급한 국정 현안 해결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을 법합니다.

서로 다른 청와대와 민주당의 속내.

과연 접점을 찾을 수 있을까요?

'왜'라는 의문점을 던지는 사람들은 또 있습니다.

문재인 의원과 안철수 의원, 그리고 박원순 서울시장입니다.

야권의 차기 유력 대선 후보인 세 사람은 싫든, 당분간 좋든 싫든 엮이고 섥힐 수 밖에 없을 듯합니다.

요즘 가장 곤궁한 처지에 있는 사람은 아마도 문재인 의원인 것 같습니다.

느닷없이 회의록 원본 공개를 주장해 민주당에 우세했던 국면을 180도 바꿔놓은 문 의원에 대해 민주당 내 시선이 곱지만은 않습니다.

당 지도부와 상의 없이 트위터를 통해 불쑥 던지는 화법도 논란입니다.

문 의원은 지난 6일 밤 박근혜 대통령을 겨냥해 트위터에 또 글을 올렸습니다.

"NLL 논란의 본질은 안보를 대선공작과 정치공작의 수단으로 악용한 것이다"

박 대통령이 '사초가 증발한, 국기를 흔들고 역사를 지우는 일'로 규정한 데 대한 반박 글이었습니다.

민주당 내에서는 문 의원이 툭하면 트위터를 통해 당과 조율없는 사견을 불쑥 꺼내는 것에 대한 불만도 있는 것 같습니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2자회담을 제안한 상황에서 문 의원이 박 대통령과 대립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결코 달갑지 않다는 뜻입니다.

문 의원은 왜 트위터 정치를 하는 걸까요?

대선 후보였던 문 의원이 개인적 의견을 피력할 공간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현 지도부 역시 비주류가 장악하다 보니 문 의원이 지도부를 통해 의견을 내놓기도 쉽지 않습니다.

결국, 문 의원은 국민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트위터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밝힐 수 밖에 없습니다.

트위터는 지금 문 의원이 개인적 생각을 밝힐 수 있는 유일한 선택지인 셈입니다.

물론 모두에게 그 선택지가 환영받는 것 아니지만 말입니다.

안철수 의원과 박원순 서울시장에게도 왜라는 꼬리표가 따라 붙습니다.

두 사람은 어제 오후 만났습니다.

박 시장의 저서 '정치의 즐거움' 출판 기념 행사에 안 의원이 온 것입니다.

이 자리에서 박 시장은 안 의원에게 물었습니다.

"안 의원이 아주 저보다 인기가 있었는데 후보를 양보했다. 지금도 후회하지 않느냐?"

무슨 말일까요?

'이제 자신도 2년 전 5% 지지율을 받던 박원순이 아니라 서울시장 재선이 유력한데다, 차기 대권주자로도 거론될 만큼 컸다. 이제 안철수 당신과도 겨뤄볼 만 하다'

뭐 이런 뜻일까요?

너무 과한 해석이고, 지나친 상상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박 시장의 물음에 대해 안철수 의원은 '2년도 안됐는데 저는 10년 전 인 것 같다. 많은 세월이 흐른 것 같은데 믿어지지 않는다. 그 순간이 또 와도 같은 결정을 했을 것이다'

두 사람이 늘 입버릇처럼 말하는 '아름다운 양보'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뜻일까요?

속내가 어떤 지는 모르겠지만, 겉만 보면 두 사람은 여전히 연대의 끈을 이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민주당을 결코 떠나지 않겠다는 박 시장의 말이 지켜진다면 언젠가 두 사람은 서로 대치되는 정치적 지형에서 만나게 될 지 모릅니다.

동지보다는 경쟁자로서 말입니다.

지금은 그저 두 사람의 선한 모습만 보이고 있지만 말입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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