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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업은 ‘조범현호’…전사적 전권 일임 ‘립서비스’ 아니다
입력 2013-08-08 06:58 
[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감독한테 모든 권한을 다 줄 것이다.”
프로야구 10구단 초대 사령탑의 전권 일임에 대한 설명은 필요없었다. 권사일 KT스포츠 사장은 지난 5일 조범현 KT 위즈 신임 감독 취임 기자회견에서 단칼에 잘라 말했다. 본격적인 출발을 알린 ‘조범현호를 향한 든든한 신뢰와 지원을 보장한 한 마디였다.
KT는 지난 2일 조 감독과 3년간 15억원에 계약을 맺었다. 초대 사령탑에 대한 고위층 내부 결정을 내리자마자 당장 발표했다. 불필요한 하마평이 쏟아지기 전에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KT의 깔끔한 구단 운영 방식이다.
조범현 KT 위즈 초대 감독이 지난 5일 취임 공식 기자회견을 갖고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했다. 사진=옥영화 기자
가까운 사례는 부산 KT 프로농구단에서 엿볼 수 있다. 전창진 감독 선임 이후 KT의 행보는 타 구단의 부러움을 샀다. 전폭적인 KT 구단의 지원 때문이다. 전 감독은 무서워서 말을 못하겠다. 입 조심을 해야 한다”고 했다. 카리스마 넘치는 전 감독이 못할 말이 뭐였을까.
구단의 간섭 때문이 아니다. 전 감독의 말 한 마디에 이뤄지는 손 큰 지원이 부담스러워서다. 전 감독은 지난 2009년 취임 당시 이석채 KT 회장과 단 10분의 미팅을 가진 뒤 거침없이 요구사항을 말했다. 그 결과는 화끈했다. 300억원 규모의 최신식 농구전용체육관 ‘올레 빅토리움이 수원시에 건립됐고, 최신형 대형 버스가 지원됐다. 프로농구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전폭적인 투자였다.

외적 투자가 전부가 아니었다. 프로농구 2010-11시즌 KT 소속이던 포워드 김도수가 경기 도중 요추와 손가락뼈 골절로 큰 부상을 당했다. 이 회장은 중계 방송을 보다가 직접 분당서울대학병원에 후송 조치를 취했고, 자신이 직접 치료를 받았던 척추 분야 최고 권위의에게 수술을 부탁하는 등 세심하게 배려했다. 며칠 뒤 직접 병문안까지 가서 선수를 격려하는 뜨거운 관심도 잊지 않았다. 이후 김도수의 쾌유를 비는 대형 플래카드를 KT 본사 외벽에 걸기도 했다. 선수 한 명을 위한 구단을 넘어선 모기업의 전사적 지원이었다.
2012-13시즌에는 은퇴 위기에 놓인 한국농구의 ‘국보센터 서장훈의 명예 회복을 위해 대승적 차원의 영입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전 감독의 결정을 그대로 따른 것이다. KT는 외국선수는 물론 국내선수 영입, 트레이드와 관련해 일체 간섭하지 않고 감독의 결정을 전적으로 존중했다. 눈앞의 성적보다 과정과 프로구단으로서의 대승적 이미지를 최우선으로 생각한 결과였다.
프로야구 10구단 출범 이후 KT의 구단 운영 방향은 자연스럽게 묻어나고 있다. 조 감독에게 전권을 위임하고 전폭적인 지원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권 사장은 선수 영입과 관련해 조 감독의 의견을 수렴해 과감한 투자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조 감독은 취임 기자회견서 열정과 패기, 프로 의식을 강조했다. 선수 육성 시스템에 대한 전문가다. 현장 경험이 풍부하고 야구에 대한 열정이 가득한 지도자다. KT가 원하는 색이다.
조 감독은 2003년 SK 사령탑에 부임한 뒤 약체로 평가받던 팀을 페넌트레이스 4위에 올려놓은 뒤 포스트시즌에서 삼성과 KIA를 누르고 한국시리즈 준우승의 성과를 냈다. 이어 2006년까지 4년 동안 SK를 두 차례 포스트시즌에 진출시켰다.
2008년 KIA 사령탑을 맡은 뒤에도 이듬해 모래알 조직력을 하나로 뭉치게 만드는 카리스마 지도력으로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을 일궈내며 지도자로서 능력을 인정받았다. 2010년에는 광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 사령탑에 올라 금메달을 따내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KT가 조 감독을 최종 선임한 이유는 그동안 쌓아온 업적도 중요한 잣대가 됐지만, 30년 야구 경험에서 나오는 선수 장악력이 뛰어난 인품도 큰 몫을 차지했다.
권 사장은 조 감독과 처음 만났을 때 말한 ‘30년 동안 야구를 해서 야구밖에 모릅니다라는 말을 생생히 기억한다. 강함과 약함을 모두 갖고 있는 조 감독의 인간적인 면을 많이 느꼈다”고 했다. 또 주영범 단장도 첫 느낌에서 단단한 산을 보는 것 같은 강인한 인상을 받았지만, 대화를 하면서 상당히 호흡이 잘 맞을 것 같다는 느낌도 받았다”고 강한 신뢰를 드러냈다.
권 사장은 지금까지도 전 감독과 스스럼 없이 지내는 사이다. 프로농구 원정 경기가 있는 날이면 감독 호텔방을 연락도 없이 깜짝 방문해 말벗을 하기도 할 정도다. 그만큼 소통을 중요하게 여긴다. 조 감독에게 보낸 KT의 전권 일임에 대한 신뢰가 ‘립서비스 차원이 아닌 현실적인 기대를 갖게 하는 이유다.
조 감독은 오는 26일 열릴 예정인 프로야구 2차 신인지명회의를 앞두고 지난 25일 구의야구장 트라이아웃 현장을 찾는 등 신인 발굴을 위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min@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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