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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급루키’ 조지훈, “주무기는 한가운데 직구”
입력 2013-08-08 06:04 
[매경닷컴 MK스포츠(청주) 김원익 기자]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 300승을 달성한 대 투수 톰 글래빈은 내 야구에 대한 열정은 스피드건에 찍히지 않는다”는 명언을 남겼다. 야구격언 중 가장 많이 회자되는 이 말은 투수에게 중요한 것이 공의 속도뿐만이 아니라는 속뜻을 내포하고 있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특급루키 조지훈이 당찬 각오와 마음가짐을 밝혔다. 사진=MK스포츠 DB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특급 루키 조지훈에게도 공의 ‘속도는 중요하지 않았다. 어떤 ‘방향으로 타자들을 제압할 수 있을지에 대한 생각만이 가득했다. 공의 구속과 같은 겉으로 드러난 화려한 외피보다는 타자를 효율적으로 제압하는 내실과, 본인의 성장에 더 열정을 쏟는 조지훈이었다.
7일 청주 SK전을 앞두고 김응용 한화 이글스 감독은 루키 조지훈, 송창현과 3년차 좌완 유창식까지 신예 3명을 경쟁시켜 향후 선발로테이션을 꾸리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훈련을 마치고 돌아와 더그아웃에서 굵은 땀방울을 흘리는 조지훈에게 경쟁에 대한 자신감을 물었다. 쑥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답변을 꺼리던 조지훈은 이내 당찬 목소리로 자신 있다”고 답했다.
올 시즌 조지훈은 선발로 2경기에 등판해 8⅓이닝 동안 5피안타(2홈런)를 맞고 7개의 볼넷을 내줘 7실점을 했다. 평균자책점은 7.56으로 구원 9경기 1.46에 비하면 많이 높은 편. 만루홈런을 맞는 등, 실투로 많은 점수를 내줬지만 내용은 그리 나쁘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스스로에게는 아쉬움이 남았던 2번의 선발 이었다. 조지훈은 앞선 1일 넥센전 부진과 김민성에게 맞은 만루홈런에 대해 회상하며 만루홈런은 선수 생활하면서 처음 맞아봤다. 홈런을 맞은 상황에서 (엄)태용이 형이 슬라이더 사인을 냈는데, 사인을 착각해서 한가운데 직구를 던졌다. 그때는 직구를 던져서는 안됐는데 아쉽다”며 입술을 깨물었다.
1일 경기 3회 볼넷, 안타, 볼넷으로 만루에 몰린 이후 홈런을 맞았지만 긴장했던 것은 아니었다. 조지훈은 피해가려고 하다가 볼넷을 내준 건 아니었다. 그날 중반부터 컨트롤이 조금씩 안되면서 공이 자꾸 빠졌다. 그러면서 조금씩 몸의 템포가 빨라졌고 서두르면서 몰리는 실투가 나왔던 것 같다”고 당시 부진을 설명했다.
루키답지 않은 대담한 투구를 펼치며 이승엽, 최형우 등의 슬러거를 상대로도 거침없는 한가운데 승부를 했던 조지훈이었다.하지만 1일 넥센전서는 박병호를 상대로 2개의 볼넷을 내주며 위기를 자초한 경향이 있었다. 조지훈은 박병호 선배가 타석에 들어서니까 무섭긴 하더라. 홈런을 맞으면서도 배운 것이 많은 것 같다”며 위기 상황에서는 무턱대고 한 가운데 직구를 던져서는 안되겠더라”며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본인의 주무기를 묻는 질문에는 조지훈은 망설이지 않고 거침없이 한 가운데 직구”라고 답했다. 조지훈이 이런 생각을 가진 데는 이유가 있다. 조지훈은 직구 최고구속이 145km에서 147km까지 나오지만 평균구속은 주로 140km 초반에서 형성된다. 특히 지난 겨울 스프링캠프서는 구속이 좀처럼 오르지 않으면서 고민이 깊었다. 그때 팀내 선배 안승민이 해준 조언이 조지훈에게 용기를 줬다.
공의 구속과 같은 겉으로 드러난 화려한 외피보다는 타자를 효율적으로 제압하는 내실에 더욱 관심이 많은 조지훈이었다. 사진=MK스포츠 DB
조지훈은 안승민 선배가 특히 많이 조언을 해줬는데 그게 기억에 많이 남았다. 내가 구속이 안나와서 힘들어하고 있으니까 선배가 ‘투수는 직구 구속이 다가 아니니까 자신있게 던져라. 가운데 보고 던져라고 조언을 해줬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스프링캠프때 같은 방을 썼던 마무리 투수 송창식이나, 좌완 셋업맨 박정진도 적응을 위해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조지훈은 선배들이 1군 적응을 위해 좋은 말도 많이 해주고 스파이크나 옷도 많이 챙겨주신다”며 거듭 감사한 마음을 드러냈다.
그렇다면 이제 빠른 공에 대한 욕심은 없을까. 조지훈은 지금은 구속을 늘리는 것에 대한 관심이 없다. 프로에서 계속 공을 많이 던지고 밸런스를 잡으면 자연스럽게 구속은 더 늘어날 것 같다는 생각도 있다. 일단은 지금 구속보다는 타자와의 승부를 잘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더 중요한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조지훈은 타자를 잘 잡으면 장땡이지 볼이 빠르다고 타자를 잘 제압하는 것은 아니지 않냐”고 되물으며 구속보다는 타자들을 효율적으로 상대하는데 집중하겠다는 뜻도 전했다. 사실 조지훈의 투구는 구속보다 묵직한 직구의 볼끝과 예리한 슬라이더와 커브의 변화가 좋은 평을 받고 있다. 자신의 장점을 누구보다 스스로가 더 잘 알고 있는 셈이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초구 스트라이크를 많이 던지는 것과 선두타자에게 볼넷을 내주지 않는 것. 조지훈은 그 두가지를 가장 많이 신경쓰는데 자꾸 못 할때가 많다”며 거듭 아쉬운 자신의 투구에 대해 반성하기도 했다.
7일 조지훈은 8회 팀의 다섯 번째 투수로 등판했다. 유격수 실책과 폭투로 주자를 2루에 내보내며 다소 흔들릴 수도 있었지만 1이닝 동안 탈삼진 2개를 솎아내며 깔끔하게 이닝을 마쳤다. 이제 다시 선발이다.
이날 구원 등판으로 실전 감각을 끌어올린 조지훈은 이르면 다음 주중 경기서 다시 선발로 등판할 가능성이 높다.
[one@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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