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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한 1인 정성룡, 수문장은 난공불락인가
입력 2013-08-05 15:49  | 수정 2013-08-05 20:19
[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홍명보 감독이 6일 오전 2기 명단을 발표한다. 동아시안컵 이후 소집되는 홍명보호 2기는 오는 14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페루와의 평가전에 나서게 된다. 동아시안컵을 통해 어느 정도 선별을 마친 터라 홍 감독의 선택에 더 관심이 모이고 있다.
홍명보 감독은 동아시안컵을 위해 부른 23명의 인원 중 무려 22명을 실전에 투입하면서 모두를 점검했다. 정식 대회에서 라인업을 싹 바꾸면서 선수를 실험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만큼 홍명보 감독의 의지가 강했다는 방증이다. 그렇다면 또 갸웃하게 만든다. 유일하게 뛰지 못한 이는 골키퍼 이범영 뿐이었다. 정성룡이 3경기 모두 붙박이로 나왔다.
정성룡이 여전히 대한민국 No.1 골키퍼라는 것에는 이견이 많지 않다. 하지만 난공불락은 아니라는 반응이 커지고 있다. 수문장 자리에도 경쟁은 필요하다. 사진= MK스포츠 DB
골키퍼는 특수 포지션이다. 기둥과 같은 역할을 해줘야하기에 골키퍼는 잘 교체되지 않는다. 장갑의 주인이 한번 결정되면 좀처럼 바뀌기가 쉽지 않다. 클럽에서도 그럴진대 국가대표라면 더 실험이 어렵다. 최후방에서 전체적인 컨트롤을 해줘야하는 수문장이 자주 바뀌면 수비진 전체에 영향을 주게 마련이다.
홍명보 감독 역시 같은 판단을 내렸을 것이다. 가뜩이나 첫 경기와 두 번째 경기는 수비진이 통째로 바뀌었다. 골키퍼까지 정성룡에서 이범영으로 교체하긴 부담이 있었을 것이다. 다시 1차전 멤버로 나섰던 일본과의 3차전 역시 부담은 매한가지였다. 정성룡의 경험이 필요했던 큰 무대였다. 결국 정성룡은 동아시안컵 3경기에 모두 풀타임을 소화한 ‘유일한 1인이 됐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을 기준으로 이후는 정성룡 시대다. 허정무 감독부터 조광래 감독, 최강희 감독 등 지휘봉을 넘겨받았던 대표팀 사령탑들이 각각 숱한 선수들을 실험하는 와중에서도 골키퍼 정성룡에 대한 신임만은 확고했다. 김용대 김영광 이범영 등 경쟁자들의 면면만 바뀌었지 정성룡이 경기에 출전하는 것은 불변에 가까웠다.
정성룡 이전 대한민국의 No.1 수문장은 이운재였다. 이운재는 1973년생이고 정성룡은 1985년생이다. 띠 동갑이다. 간극이 상당히 크다. 앞서 공개했듯, 한번 뿌리를 내리면 변화가 쉽지 않은 자리라는 근거이기도 하다. 다른 포지션에 비해 체력적인 소모가 적어 상대적으로 더 오래 뛸 수 있으며, 안정된 경험이 더 높은 평가를 받는다는 특징과도 맞물린다.
아직 단정 지을 수는 없겠으나 일단 홍명보 감독에게도 1순위는 정성룡으로 보인다. 지난 런던올림픽 때도 홍 감독은 정성룡을 와일드카드로 발탁해 골문 수성을 맡겼다. 그리고 소개했듯 동아시안컵에서도 정성룡은 고정이었다.
정성룡의 기량은 여전히 톱클래스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K리그가 ‘정성룡 천하라 부를 수준은 아니라는 이야기도 심심치 않다. 한 축구 관계자는 정성룡이 좋은 골키퍼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수원에서 보여준 모습은 완벽하다는 극찬까지는 무리가 있다”면서 정성룡의 실점률이 적지 않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실제 올 시즌도 정성룡의 실점은 경기당 1점을 넘어간다. 물론, 실점의 모든 책임을 골키퍼가 질 수는 없다. 수비진의 역할과 맞물려 봐야하기에 절대적인 잣대로 볼 수는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어쨌든 정성룡은 올 시즌 19경기에서 23실점을 허용했다. 경기당 1.21골을 내준 셈이다. 준수한 기록이나 정성룡보다 앞선 골키퍼들도 많이 있다.
K리그 클래식 14개 클럽에서 주전급으로 뛰고 있는 골키퍼들 중에서 가장 실점률이 적은 수문장은 울산의 김승규다. 소속팀 선배 김영광보다 훨씬 많은 18경기에 출전한 김승규는 14실점만 내주면서 경기당 0.78의 거미손 능력을 자랑하고 있다. 리그 선두 포항의 숨은 공로자 신화용 역시 17경기에서 14골만 허용하면서 0.82실점을 보이고 있으며 전북의 철인 최은성 역시 14경기에서 13골을 내줘 역시 0점대(0.93골) 방어율을 보이고 있다.
뒤늦게 주목을 받고 있는 인천의 권정혁(21경기 22실점/1.05실점)이나 동아시안컵에 호출됐던 부산의 이범영(18경기 19실점/1.06실점) 그리고 살아있는 신화인 전남의 김병지(21경기 24실점/1.14실점)등이 모두 정성룡보다 앞선 기록을 나타내고 있다. 요컨대, 정성룡의 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나 그렇다고 무혈 입성할 수 있거나 난공불락의 이미지는 아니라는 뜻이다.
어떤 포지션이든 경쟁은 원점에서 시작한다고 강조했던 홍명보 감독이다. 정체는 곧 도태를 의미한다는 점에서도 수문장 자리 역시 어느 정도의 경쟁은 필요해 보인다. 과연 두 번째 출항에서는 골키퍼 장갑까지 만지작거릴 수 있을까. 홍명보 감독의 선택이 다가오고 있다.
[lastuncle@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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