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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인터뷰] 봉준호 감독 “‘설국열차’ 속 낯섦… 즐겨달라”
입력 2013-08-05 09:25 
[MBN스타 여수정 기자] 지난 2003년 80년대 경기도 화성 부녀자 연쇄 강간살인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살인의 추억을 시작으로 ‘괴물(2006년) ‘마더(2009년) 등의 작품을 통해 대한민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감독으로 우뚝 선 봉준호 감독이 신작 ‘설국열차로 대한민국은 물론, 전 세계를 놀라게 할 준비를 끝냈다.
최근 진행된 언론시사회 후 한국 관객들은 ‘역시 봉준호다 ‘기존의 봉준호 스타일과 다르다 등의 상반되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러나 해외 언론들은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호평 세례로 흥행을 예고 중이다.
메이킹 영상에서 (‘설국열차에 출연하는 할리우드 배우) 존 허트 할아버지가 ‘이 영화는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이다라고 하는데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할 수 없다 뭐 어쩌겠냐. 논란이 없는 것은 물론, 다들 (영화를 보고) 좋다고 하는 것도 오히려 이상할 것 같다. 이 같은 반응을 예상하긴 힘들었는데 막상 닥쳐보니 그럴 만도 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설국열차는) 마냥 싱거운 영화도 아니고 경건하면서 복잡하기도 한 영화다.”
봉준호 감독이 신작 ‘설국열차로 한국은 물론, 전 세계를 매료시킬 준비를 끝냈다. 사진=이선화 기자
‘설국열차에 대한 봉 감독의 애정과 확신 덕분인지 영화는 봉 감독 특유의 느낌이 드러날 듯 말 듯 밀고 당기기를 하며 익숙함과 낯섦 사이를 오가고 있기도 하다.
사실 배우 송강호와 고아성을 제외하면 새로운 배우와 언어, 이상한 기차가 달리니 낯선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나 역시 낯설고 싶었고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싶었다. 이번에는 ‘살인의 추억이나 ‘마더 속의 사고 등이 없다. 찍을 때 애를 먹었지만 그렇기에 나로서는 ‘설국열차가 새로운 도전이었다. 그러니 (관객들이) 낯설음을 오히려 즐겨주면 좋겠다.”
낯설음도 즐겁게 봐달라는 귀여운 당부까지 하는 봉 감독은 어쩌면 자신의 새로운 도전이 깃든 ‘설국열차로 제2의 전성기를 누리게 될지도 모른다. 특히 이번작품은 그의 첫 할리우드 진출작이기에 더욱 관심을 받고있는 상황이다.

‘설국열차는 80년대의 사건, 한강 등 구체적인 좌표가 나오는 ‘살인의 추억 ‘마더와 달리 독특하고 추상적이다. 시공간에 달리는 기차가 바로 들어가니까 더욱 극대화 시키는 것 같다. 한국적인 좌표가 아니라 좌표 자체가 이미 본질적으로 SF적인 공간이자 한 사회의 축소판인 기차로 보여지는 것이니 이것이야말로 SF의 매력인 것 같다.”
봉준호 감독이 ‘설국열차의 매력에 대해 언급했다. 사진=이선화 기자
영화를 통해 SF의 매력에 단번에 매료된 듯한 봉 감독의 설명대로 ‘설국열차는 새로운 빙하기 인류 마지막 생존지역인 열차(기차) 안에서 억압에 시달리던 꼬리칸 사람들의 반란을 그렸다. ‘설국열차 원작만화를 보고 영감을 받아 새로운 스토리와 인물을 재창조해 봉준호표 설국열차를 만든 그. 과연 관객들이 무엇을 느끼길 바랄까.
빈부격차뿐 아니라, 꽉 짜인 시스템 안(기차)에서 인간들은 발버둥 친다. 시스템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는 때려 부수거나 벗어나야하는데, 이에 대한 커티스(크리스 에반스 분)와 남궁민수(송강호 분)의 방법이 각각 다르다. 과연 탈출하는데 무엇이 가장 진정한 방법일까. 또 탈출에는 대가를 치르기 마련이므로 쉬운 것만은 아니다. 그러나 인간은 어느 한계치에 도달하면 탈출하고자 한다. 이는 단순한 진리지만 SF영화라는 단순화되고 극단적으로 표현된 기차라는 세계에서 이를 드러낸다는 핑계로, 좁은 공간의 액션 혈투극을 찍은 것이다. 영화에서 이것이 어떻게 표현되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아무리 좋아하는 일에도 장·단점이 있듯 촬영에 대한 노력과 집중이 있다면 반대로 거기에 따른 고통도 있었을 것이다.
(‘설국열차는) 2개월 4주 동안 촬영을 한 것이다. 이는 좋게 말하면 합리적, 나쁘게 말하면 타이트하게 시간과의 싸움을 벌인 것이다. 한국에서 ‘마더를 찍었을 당시 그동안 찍은 것들을 보면서 김혜자와 의논은 물론, 색다른 시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럴 여유가 없었다. 오랫동안 세밀하게 준비했기에 (‘마더)보다 규모가 컸지만 빠르게 진행됐다. 빡빡하게 짜인 촬영 진행의 어려움이 있었지만 이것 역시 나에게는 새로운 도전이었다. 실제 산안지대에서도 찍고, 야외촬영도 있었지만 거의 대부분은 기차 세트장에서 촬영했다. 때문에 출퇴근이 힘들더라.(하하)”
봉준호 감독이 촬영 당시의 장·단점 언급과 함께 배우들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사진=이선화 기자
기차 세트장에서 촬영한 장면이 많은 만큼 영화에서 기차는 중요하다. 더불어 이를 더욱 빛내주는 존재는 봉 감독과 호흡을 맞춘 배우들이기도하다. 봉 감독 역시 배우들에 대한 애정을 보이며 자랑 삼매경에 빠졌다.
송강호와 고아성은 나오는 장면은 적지만 예측하기 어려우면서 재미있고, 중요한 역할을 하는 캐릭터로 등장한다. 즉 양보다는 질을 보여주는 배우다. 할리우드 배우 중에서 가장 먼저 캐스팅된 틸다 스윈튼과는 그녀의 배역인 메이슨에 대한 (심도있는) 이야기를 자주 나누기도했다. 에드 해리스는 무섭게 생각했지만 막상 만나보니 상냥하고 귀여웠다. 크리스 에반스 역시 곱상한 외모 때문에 선입견이 있었지만 진지한 연기를 하는 모습에 색다른 면모를 발견하게 됐다.”
개성만점 동·서양 배우들의 열연이 빛을 발할 ‘설국열차는 봉 감독에게 어떤 존재일까.
(‘설국열차는) 돌직구처럼 앞으로 직진하는 영화니까 단순하고 통쾌한 느낌으로 감상해달라. 또 사회적 메시지가 담긴 SF이므로 ‘기차가 곧 사회라는 강렬한 설정이 있어 주제나 메시지를 드러내는 기회라고 생각해본다. (내가) 언제 이런 걸 해보겠냐. (하하)”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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