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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인터뷰]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에겐 ‘소음’도 음악이다
입력 2013-08-05 09:22 
[MBN스타 박정선 기자] 타닥타닥”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가 가득한 사무실에 들어선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김민홍은 주변을 연신 두리번거리더니 다들 뭔가를 쓰고 계신다”며 관심을 보였다. 눈보다는 귀로 사무실을 훑어 내리는 그였다.
멤버 송은지가 도착하기 전, 잠깐의 수다를 떠는 동안에도 김민홍은 계속해서 현장에 있는 물건들에 관심을 보이며 만지작거리고, 두드려댔다. 이번 앨범의 콘셉트가 ‘노이즈라더니 이런 식으로 어필을 하려나 싶었지만, 몇 차례 대화가 오가고 나니 ‘소리는 그의 생활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사진=파스텔뮤직 제공
지난달 26일 발매된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5집 ‘슬로우 다이빙 테이블(Slow Diving Table)의 수록곡을 처음 들은 사람들의 첫 반응은 이거 뭐지?”가 대부분이다. 심지어 이날 인터뷰에 동석한 소속사 홍보팀들조차 처음 노래를 듣고 스피커에 문제가 있는 줄 알았다”고 말할 정도인데, 대중들은 오죽했으랴.

평소 소리와 공간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보통 노래를 들려줄 때 ‘이 노래 좋지가 아니고 ‘이 소리 좋지라고 물어본다. 앨범 속에 있는 드럼, 건반, 베이스 소리로 들리는 것들 역시 다 직접 만든 소리다. 모두가 흔히 쓰는 소리들을 배제하고 나만의 소리를 만들고 싶었다. 처음엔 의아해 하시지만, 지금은 다들 적응이 됐는지 잘 들어주신다.”(민홍)
이번 앨범 작업은 사운드 엔지니어 강경덕의 소품들이 대거 활용됐다. 김민홍과 함께 지난 2011년부터 ‘단편 숏컷이란 이름으로 소음을 이용한 음악적 실험을 벌여온 강경덕이 갖고 있던 소품과, 새롭게 찾은 소음들이 이번 앨범의 곳곳에 편입되어 있었다. 이 앨범은 ‘단편 쇼컷의 연장선으로 봐도 무방할 정도다.

2011년 인도 여행을 하던 중 영감을 받은 김민홍이 송은지에게 곡을 보내고, 무려 2년 후인 올해 4월에나 되어서야 완성된 곡이 바로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 ‘순간이다. 이들은 앨범의 윤곽이 잡히자 여느 때처럼 마무리를 위해 제주도로 내려갔다.(소규모아카시아밴드는 매번 음악 작업을 할 때마다 서울을 떠난다는 설명이다) 이번엔 사운드 엔지니어 강경덕도 함께였다. 그렇게 제주도에서 작업이 시작되고 이들은 ‘비 내리는 새벽, 시내의 도로 소리 ‘해안 동굴의 물소리 등 온갖 소리들을 채집해 음악에 녹여냈다.
사진=파스텔뮤직 제공
일전에 언급한 것처럼 이 같은 소리들은 일부 대중들에게 낯설게 들려왔다. 그도 그럴 것이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는 포크와 트로트의 느낌이 가미된 음악들로 대중들에게 익숙해져있었다. 특히 소위 말해 ‘언더에서 활동하던 이들이 이름을 알린 것도 가수 요조와 함께 한 아기자기하고 말랑말랑한 음악들이 계기였다. 그러나 이들은 ‘일곱날들을 발표하면서 진짜 자신들의 색을 표출하기 시작했다.

이번 앨범의 변화가 급작스러운 것은 아니다. 저에게는 모두 한 순간순간을 담아낸 음악일 뿐이다. 우리 음악을 꾸준히 들어온 사람들 중에는 이 같은 변화를 자연스럽게 느끼는 사람들도 꽤 있다. 어쩌면 이번 앨범에 대한 자신감일 수도 있지만 그간의 이미지를 조금은 닫아야겠다고 생각했다.”(민홍)
일부에겐 갑작스러울 수도 있는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앨범이 그저 ‘변화가 아닌 진짜 이들의 색깔이라는 점은 이번 앨범 수록곡들의 탄생 년도를 통해 입증됐다. ‘이프 유 리브(If You Leave)는 2008년, ‘해피 론리 데이는 2006년, ‘다가온 이야기 ‘아름다운 것은 2009년에 만들어졌다. 훨씬 오래전부터 이들은 온갖 ‘소리들을 음악에 담아내는 시도를 해왔던 것이다.

우리는 앨범을 만들 때 ‘마음을 먹고 만들지 않는다. 그냥 각자의 길을 걷다 시간이 맞으면 내가 음악을 만들고, 거기에 은지가 가사를 붙이는 식으로 곡 작업이 진행된다. 내 별명이 ‘10년째 대기 중이다.(웃음) 그만큼 곡을 쓴 후에 은지가 가사를 붙이는 데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예전에는 ‘빨리 나왔으면…하는 바람도 있었는데 지금은 서로 잘 알아서 무작정 기다린다.”(민홍)
사진=파스텔뮤직 제공
이들의 음악에서는 자연의 편안함과, 여유로움이 물씬 묻어난다. 인터뷰를 하는 중에도 시끄럽게 전화벨이 울리고, 심지어 그 전화를 받으면서 인터뷰 중이니 끊으라”며 심하게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녹음을 위해 테이블 중간에 놓아두었던 기자의 휴대전화도 만지작거리고, 종종 딴소리도 해댄다. 이렇듯 긴장이라고는 전혀 하지 않는 듯한 이들도 자신들의 음악을 선보이는 무대에서는 마음가짐이 달라진다고.

물론 긴장을 하지 않을 때도 있긴 하지만, 거의 대부분은 긴장한 채 무대에 오른다. 사실 옛날에는 의무적으로 공연을 할 때가 있었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공연 때마다 새로운 재미들을 발견하고, 기분 좋은 긴장감을 느끼고 있다. ‘이 공연은 우리랑 안 맞아라는 식의 태도가 있었지만 하면 할수록 공연은 우리를 오픈시키고, 단련시킨다.”(은지)
2년 만에 ‘우리 색깔이라고 단언할 수 있을 정도의 앨범을 갖고 나온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는 이번에도 역시 기분 좋은 긴장감을 유지한 채 팬들을 만나길 희망했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지극히 ‘소규모였다. 항상 돈이 없다”며 은근한 음반 판매량에 신경을 쓰기도 했지만 진짜 이들이 원하는 것은 김민홍, 송은지, 강경덕이라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 자신들의 음악을 많은 사람들이 들어주는 것이 가장 큰 기쁨이라고 말한다.
박정선 기자 composer_js@mkcul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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