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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비’가 아닌 ‘뚝배기’, 결국 끓어오른 FC서울
입력 2013-08-05 06:58 
[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어느덧 4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21라운드 만에 10승(5무6패) 고지도 밟았다. FC서울은 올 시즌을 4무3패로 시작했다. 극심하게 흔들렸던 시즌 초반을 생각한다면 박수가 아깝지 않다.
제법 페이스가 올라왔다고 생각했던 6월30일과 7월3일, 15R와 16R에서 울산과 포항에게 거푸 패하면서 올 시즌은 확실히 작년과 같지 않구나 라고 생각할 무렵, FC서울은 17라운드부터 21라운드까지 5경기를 내리 승리했다. 그야말로 대나무가 쪼개지는 듯한 기세다. 이 기운은 좀처럼 꺾이지 않을 것이다. 급하게, 인위적으로 끌어올린 것이 아니라 ‘기다림 끝에 얻은 내면의 힘인 까닭이다.
최용수 감독의 믿음의 기다림이 FC서울의 저력을 이끌어냈다. 더디긴 했으나 결국 끓어올랐다. 뚝배기처럼 끓었으니 좀처럼 식지 않을 FC서울이다. 사진= MK스포츠 DB
FC서울은 지난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라이벌 수원과의 시즌 두 번째 슈퍼매치에서 2-1로 승리를 거두고 드디어 두 자릿수 승리를 달성했다. 4만3,681명이라는 올 시즌 최다관중 앞에서, 2무6패(FA컵 포함 2무7패)로 철저하게 괴롭힘 당했던 맞수에게 멋지게 복수하면서 시즌 최다인 5연승을 내달렸다. 파죽지세다.
한때는 승리가 아닌 순위가 두 자릿수였던 서울이다. 14개팀 중 12위까지도 떨어졌다. 디펜딩 챔피언답지 않은 갈지 자 걸음에 정말 아랫동네 공기가 탁하다”는 농담으로 답답함을 표시했던 최용수 감독이다. 그렇게 비틀거리던 FC서울이 드디어 윗동네로 올라왔다. 이제야 어울리는 그림이다.

특별한 선수 영입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특별히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한 것도 아니다. 특별한 것은 없었다. 그래서 무섭다. 어떤 조치를 통해 변화를 도모한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달라진 것이라 무섭다. 서울이 달라질 수 있었던 힘은 기다림이었다.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믿음을 통한 기다림이었다.
어떤 지도자라면 장기 합숙을 지시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외려 최용수 감독은 선수들을 집으로 보냈다. 있던 합숙을 폐지한 것이다. 선수들 스스로 자발적인 컨트롤을 하지 못한다면, 프로다운 준비가 되지 않는다면 와해될 수도 있는 결정이다. 하지만, 홈경기 합숙을 없앤 뒤부터 FC서울은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선수들에 대한 감독의 믿음이 자발적인 ‘으?X으?X를 일으킨 것이다.
사실 합숙폐지는 최용수 감독의 ‘준비된 액션이었다. 난국을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결국 선수들 스스로 일어서야한다는 판단이었고, 또 꼭 그렇게 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최용수 감독은 그 믿음을 선수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행동했다.
수원전이 끝난 뒤 최용수 감독은 말이 아닌 행동으로 선수들에게 믿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합숙을 폐지한 것은 그런 의도가 깔린 선택이다. (감독이)선수들을 믿지 못하면 팀을 이끌어 갈 수가 없다”는 뜻을 전했다. 최용수 감독의 선택은 적중했다.
수비의 핵 김진규는 감독님이 우리들을 믿고 합숙을 폐지했는데 그 믿음에 대한 보답을 해야겠다는 분위기가 강했다. 관리를 스스로에게 맡겨놨는데 엉망이 되면 안 되니까 더더욱 몸 관리에 신경을 쓰게 됐던 것 같다”는 말로 긍정적인 분위기를 설명했다. 믿음에 보답하기 위한 선수들의 자발적인 노력이 결국 흐름을 바꾼 힘이 됐다.
김진규는 부진이 길어지고, 선수들의 실수가 많을 때도 감독님은 조금만 더 참으면 우리 페이스가 올 것이라며 독려해주셨다. 그 믿음이 결국 어려움을 극복하게 했다”는 뜻을 덧붙였다. FC서울의 상승세가 무서운 것은, 이렇게 올라왔기 때문이다. 어떤 자극이나, 강제적인 힘으로 바꾼 것이 아니라 믿음으로 기다려 자연스럽게 바뀌게 했다.
끓어오르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기는 했으나 냄비처럼 끓은 것이 아니라 뚝배기처럼 끓었으니 좀처럼 식지 않을 FC서울이다. ACL과 FA컵 그리고 정규리그를 병행하고 있는 클럽은 FC서울뿐이다. 디펜딩 챔프의 저력이 드디어 나타나고 있다.
[lastuncle@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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