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MBN 시사데이트]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NLL 정국 '뜬 별 vs 진 별'
입력 2013-08-01 18:58  | 수정 2013-08-01 18:58
▶ 전두환 전 대통령 비자금의 핵심인물로 알려진 이창석씨의 통장 200여개를 압수한 검찰은 전두환 비자금 25년의 흐름을 역추적하고 있습니다. 존경 대신 검찰조사로 받고 있는 전직 대통령들을 그 누구보다 착잡한 심정으로 지켜보실 분을 모셨습니다. 전두환 5공 정권에서 청와대 의전·공보 비서관을 지냈고요, 노태우 정권에선 청와대 정무비서관을 역임했던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십니까.

▶ 전두환 전 대통령의 추징금 문제로 시끄럽습니다. 윤 전 장관께서 보시기에 지금 상황에서 문제를 풀 수 있는 방법은 뭐라고 보시나요?

-우선 국민감정을 누그려 뜨려야 하는데요. 추징금을 안낸 것도 안낸 거지만. 근래 전두환 전 대통령께서 생활하는 모습이 국민감정을 건드린 면이 있잖아요. 잘 모르겠습니다만 능력껏 얼마가 됐든 추징금을 내는 것이 방법이지 그 외에 무슨 방법이 있겠습니까.

▶ 본인은 돈이 없다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고.


-저도 언론 보도에서 봤습니다. 있는지 없는지는 검찰수사에서 밝혀지겠죠.

▶ 언론 보도에서 하나씩 나오는 얘기들도 국민감정에 어긋나는 거죠?

-그렇죠. 요즘 보도되는 것을 보면 가뜩이나 좋지 않은 국민감정이 더 나빠질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 윤 전 장관께선 역대 청와대에서 5공 때부터 계속 근무를 하셔서 당시 대통령과 같이 일해 보셨는데 당시에도 지금 정도로 국민적 비판을 받을 정도였나요?

-그 당시 대통령이 이른바 통치자금이라는 게 많이 필요했죠. 대통령이 명절을 한 번 지내려고 해도 공직자와 군 간부라든지 많은 사람들한테 금일봉을 내려야 하는 관행도 있었는데 제가 근무할 때 기억으로 금일봉으로 30억인가 들어간다는 얘길 들었어요. 그렇게 많은 사람들한테 금일봉이 내려간다는 것인데 통치 자금의 일부일 것이고 정치자금으로 나가는 것도 있었고 많이 있었을 거 아닙니까. 당시 정치라는 게 많은 돈이 필요한, 사람의 마음을 잡는데 물질적 보상이 관행처럼 되어 있던 시절이었죠.

▶ 그런 관행도 있을 수 있고 그 안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이나 노태우 전 대통령이 그런 것에 더 심하게 자금을 걷어 들이는 측면이 있었겠죠?

-글쎄요, 노태우 전 대통령께서도 그렇고 전 전 대통령께서도 그렇고 대통령에 물러난 다음에 가지고 있던 돈이 밝혀졌으니까 아니라고 부정할 도린 없겠죠.

▶ 지금 추징금 납부 현황만 봐도 전두환 전 대통령과 노태우 전 대통령의 차이가 많이 납니다. 실제로 가까이서 지켜보셨을 텐데 그 이유가 뭐라고 보세요?

-이유를 딱 집어서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두 분의 개인적 성품으로 봐선 전두환 전 대통령은 적극적이고 능동적이고 친화력 있고 어떻게 보면 남성적 성격을 가진 분이고 노태우 전 대통령은 대조적인 성품을 가진 분이죠. 수동적이고 여성적이랄까 꼼꼼한 성격을 가지셨던 분인데.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재임 중 저희가 봤던 모습과 성격을 봐선 저 분이 돈이 있으면 ‘가진 거 전부입니다 하고 다 낼 것 같은데 정말 저 분이 가진 돈이 없어서 저러시는 것인지 잘 모르겠어요.

▶ 오히려 노태우 전 대통령은 추징금을 많이 냈어요.

-그 분은 그런 면이 있어요.

▶ 전두환 전 대통령의 이야기를 잘 들어보면 이런 이야기들을 합니다. ‘나는 백담사도 다녀왔고 그와 관련된 처벌을 다 받았다. 그런데 왜 또다시 추징하려고 괴롭히느냐

-추징금을 내라는 사법적인 판단을 받은 거 아니에요. 법원이 판결을 받았으면 당연히 내야죠. 돈이 없다면 어쩔 수 없지만 돈이 있다면 당연히 내야죠. 내가 감옥 갔다 왔고 백담사 갔다 왔으니까 그것까지 낼 수 없다? 그건 말이 안 되죠.

▶ 당시 정치적으로 합의가 됐다고 생각하는 건가요?

-정치적인 합의야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법원의 판결이 더 우선이죠.

▶ 두 대통령을 다 보셨으니까 측근을 관리하거나 비서진을 대하는데도 차이가 있었나요?

-그렇죠. 스타일이 다르죠. 전 전 대통령은 뜨겁고 차갑고 분명해요. 아랫사람이 잘못했을 때 야단도 불 같이 치지만 그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전혀 뒤끝이 없고. 그런데 노태우 전 대통령 같은 분은 언성을 높여서 아랫사람을 화끈하게 야단치는 성품은 아니고요.



▶ 현안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민주당이 결국 장외투쟁을 선언했습니다. 국민적인 지지를 끌어낼 거라고 보시나요?

-국민적 지지를 갖긴 쉽지 않겠죠. 몇 가지 이유 때문에 그렇다고 보는데요. 우선 기본적으로 국민들이 극한적인 성격의 투쟁을 안 좋아하는 경향이 이미 오래전부터 있었죠. 그리고 지금이 8월인데 휴가 시즌이잖아요. 그래서 이런 정치적 이슈에 대해 국민이 예민하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분위기도 있을 거고. 민주당이 얼마나 기대할지 모르겠습니다만 폭넓거나 뜨거운 지지를 받길 기대하긴 쉽지 않을 거라고 보죠.

▶ NLL 정국을 거치면서 여러 인물들이 거론이 됐는데 가장 많이 거론된 인물이 문재인 의원입니다. 작년 대선 기간에서 문재인 의원의 선거 운동을 도우셨는데 NLL 정국을 거쳐 오면서 문재인 의원의 전체적인 행보를 평가해보신다면?

-상황이 진행 중이니까 아직 결말이 난 게 아니죠. 국정원의 선거 개입 사건도 그렇고 NLL 대화록 공개 문제도 그렇고 진행 중인 상황이니까 아직 뚜렷하게 평가하긴 어렵겠지만 지금까지 과정만 놓고 보면 문재인 의원이 상황 대처를 썩 잘했다고 볼 순 없겠죠.

▶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에서 어떤 게 잘못되었을까요?

-예를 들면 대화록 공개를 처음에 주장하지 않았어요. 그런 것은 하면 안 되는 주장이죠. 더군다나 대통령 후보를 지냈던 분이잖아요. 노무현 전 대통령을 공격하는 데 분노하는 심정은 이해하지만 한 번 더 국가적인 차원에서 이 문제를 신중하게 생각했어야 된다고 보죠.

▶ 조금 성급했다고 보시는 건가요?

-그렇죠. 공개를 먼저 주장한 것은 신중하지 못했다고 봅니다.

▶ 공개를 하자고 하고 정계 은퇴까지 걸었습니다. 그리고서 회의록을 발견하지 못한 상황에서의 대처는 어떻게 보시나요?

-말하자면 왜 없는지 아직 원인을 모르는 거잖아요. 일부에선 안 넘겼다는 주장이고 일부에선 넘겼는데 없어졌다는 주장이니까 규명이 안 되어 있어서 사실 자체를 우리가 모르잖아요. 대화록 원본에 그게 있다면 자기가 책임진다는 거였잖아요. 그런데 지금 원본 자체가 없잖아요. 그러니까 지금 시점에서 문 의원에게 특별히 어떤 책임을 지라고 요구하기 어렵지 않나요?

▶ 지금 상황에선 문 의원에게 책임을 거론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그렇죠. 왜냐하면 대화록이 있고 없고의 대한 책임을 지겠다는 것이 아니었잖아요.

▶ 지금 문재인 의원이 정치적인 위기에 있다는 것도..

-정치적인 위기라고 까지 보지 않지만 썩 유리한 상황은 아니겠죠. 정치를 하다보면 유리할 때도 있고 불리할 때도 있는 거죠.

▶ 민주당이 장외 투쟁을 하게 되면서 국정원 국정조사가 유야무야 끝날 거라는 얘기도 나옵니다.

-국정원에 대한 국회 국정조사는 민주당이 장외로 안 나와도 유야무야 될 거 아닙니까. 새누리당이 처음 국정조사에 선뜻 응할 때부터 다 예견되던데요. 명분상 국민 앞에 안한다고 할 순 없으니까 원칙에 선뜻 동의하는 거죠. 모양이 좋잖아요. 그런데 앞으로 여러 가지 내용을 놓고 계속해서 문제제기를 통해 결국은 안 될 거라고 봤어요. 과거에 한두 번 경험했습니까?

▶ 민주당이 이번에 새누리당의 그런 전략에 말려든 겁니까?

-국정조사를 하긴 해야죠. 그런데 여당이 응하지 않으려고 저러는 거 아니에요. 새누리당이 내세우는 구실이야 있지만 결국 따지고 보면 새누리당은 국정원에 대한 국정조사를 안 하고 싶은 거죠. 민주당이 어떻게 하든 항상 구실이야 있을 수 있는 거니까요. 과거에도 그런 수법으로 많이 했잖아요.

▶ 그런 와중에 김한길 대표도 그렇고 황우여 대표도 그렇고 리더십 문제가 많이 나왔습니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를 개인적으로 잘 알고 좋아하는 분인데 성격이 참 온순한 분이에요. 지금 온건파를 상징하는 분들이 두 당의 대표를 하고 계신데 실질적으로 힘이 없잖아요. 지금 새누리당은 황우여 대표가 하고 계시지만 사실상 박근혜 대통령의 엄격한 통제를 받는 정당이고 지금 입만 쳐다보고 있는 거 아닙니까.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하고 나서 보여준 새누리당 모습은 대통령의 입만 쳐다보는 모습 아니었어요? 그리고 민주당의 경우에는 총선과 대선에서 지고 나서 임시전당대회를 열어서 다른 대안이 없으니까 결국 김한길 이라는 대표를 뽑은 거 아니에요. 그런데 김한길 대표가 당내 아무 세력이 없는 분이잖아요. 그러니까 힘을 쓰기 어렵고. 당이 임시전당대회를 열어서 대표 체제를 바꿔야 되는 절박한 상황에서 새로운 지도부가 등장했으면 당이 그 지도부에 힘을 실어줘야 되는데 내부가 혼란스러워서 그게 안 되잖아요. 그러니까 김한길 대표인들 무슨 힘을 쓸 수 있겠습니까.

▶ 박 대통령 이야길 해주셨는데 그렇다면 지금 야당이 거리를 뛰쳐나간 상황을 빨리 해결해야 될 텐데 결국 이것은 대통령이 해결해야 될 문제라고 보시나요?

-그렇겠죠. 왜냐하면 지금 형식 논리로 하면 여야 간의 관계라고 할 수 있지만 국정의 최고 책임자는 대통령이고 지금 더군다나 새누리당이 대통령의 공식적인 직책을 가지고 있지 않지만 철저한 통제 하에 있다는 것은 천하가 다 아는 일 아니에요? 새누리당의 지도부가 스스로의 능력이나 판단으로 제대로 수습이 안 되서 야당이 국회 밖으로 뛰쳐나가는 상황이 됐으면 대통령이라도 여당 대표를 만나서 자초지종을 물어봐서 어떻게 한다든지 그런 행동이 있어야죠.

▶ 일단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일관되게 여의도 현실 정치와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요.

-과거에도 대통령이나 대통령을 모시는 참모들은 늘 그렇게 하려고 해요. 여야 간에 정쟁을 늘 심하게 했잖아요. 심하게 정쟁하는 것을 보면서 대통령은 초연한 위치에서 국정을 챙기는 모습을 국민에게 계속 보여주고 싶어 한다고요. 대통령의 권위와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서 과거에도 많이 했어요. 저도 청와대에 있을 때 그런 계획을 많이 해본 사람이고. 그런데 결국 단기적으로 보면 효과를 볼 때도 있습니다만 길게 보면 그게 안 됩니다. 결국 모든 부담은 대통령에게 가게 되어 있어요. 국정의 최고 책임자이기 때문에. 그러니까 지금부터라도 야당을 국정의 동반자로 인정하고 지금 대통령이 취임하고 나서 야당 대표와 만난 일이 있습니까? 6개월 동안 정상회담도 있었고 바빴다고 하지만. 이것도 잘못된 관행이라고 보는 거죠. 더군다나 앞으로 하반기가 시작되면 대통령이나 새누리당도 야당의 협력을 구해야 되는 일이 많이 생길 겁니다. 하반기 우리 경제가 굉장히 나빠지게 될 거라 보고 있고 그런 어려운 경제상황 속에서 국정 운영을 하려면 야당의 도움을 많이 받아야 돼요. 그러기 위해서라도 야당을 저렇게 두면 안 된다는 거죠. 그리고 우리가 87년 민주화 이후 26년이 되었어요. 그런데 지금도 야당이 국회 밖으로 뛰쳐나간다? 이게 한국 민주주의 현주소라면 부끄러운 일 아니에요? 박근혜 대통령도 여당 시절에 여당의 중요한 지도자중의 한 분이었어요. 그리고 대통령이 여의도 정치로부터 초연할 수 있다고 보십니까? 본인이 아무리 초연하고 싶어도 초연할 수 없어요. 초연해서도 안 되는 사람이고. 대통령은 정치의 꼭대기에 있는 분인데. 그러니까 저렇게 하면 안 됩니다.

▶ 박근혜 대통령은 현실 정치인이었고 그만큼 여의도 정치를 잘 알 것 같거든요. 그런데 왜 관여를 안 하려고 할까요?

-모르겠어요. 과거 박 대통령이 당에 있을 때 대통령이 하는 정치 행태에 대해서 비판을 많이 했잖아요. 그런데 자기 자신이 대통령이 되었는데 또 그러냐는 거죠. 왜 그러는지 저도 모르겠어요.

▶ 아직까지 안철수 의원이 새 정치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앞으로 뭔가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보세요?

-준비를 당연히 하고 있지 않겠습니까? 왜냐하면 연구소도 만들었고 정당정치를 오래 연구하신 최장집 교수를 이사장님으로 모셔서 하니까 당연히 준비하려고 그러는 거 아니겠어요. 그런데 국민들이 목이 빠지게 기다리는데 준비 기간이 너무 길면 좋은 일이 아니죠. 더군다나 지금 국정원 선거 개입은 한국 민주주의의 중대한 문제 아니에요. NLL 대화록 같은 경우는 국가안보의 문제이고. 이렇게 국가적으로 중요한 두 가지 첨예한 이슈로 여야 정쟁이 계속 되는데 저는 안철수 의원이 저렇게 있는 것도 이해가 안가고요. 가끔 발언을 하기도 했습니다만.

▶ 지금이 좋은 기회일수도 있지 않습니까?

-자기 자신의 공간을 확보할 수 있는 가장 절호한 기회가 주어졌는데 마당을 만들어주어도 안노네요.

▶ 현실 정치인으로서 안철수 의원이 아직..

-준비가 덜 되어서 그런 거 아닌가 싶어요. 그러고 싶은 의욕이 없겠습니까. 그런데 아직은 그럴만한 준비가 덜 되어서 그런 거 아닌가 짐작은 하는데. 그렇다 하더라도 국민을 오래 기다리게 하는 것은 안 좋다는 거죠.

▶ 알겠습니다. 장관님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박지은 인턴기자(mbnreporter01@mbn.co.kr),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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