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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전] ‘정직함’을 버린 윤일록, 골 가뭄 씻다
입력 2013-07-28 22:01 

[매경닷컴 MK스포츠(잠실) 이상철 기자] 기나긴 골 가뭄을 씻고, 한국축구의 자존심을 살린 건 ‘막내 윤일록(서울)이었다.
윤일록은 28일 열린 76번째 한일전에서 골을 터뜨렸다. 자신의 A매치 데뷔골을 한일전이라는 큰 무대에서 기록했다. 또한, 출항 이후 무득점 행진에 시달리던 홍명보호에 첫 골을 선사했다.
윤일록(22번)은 76번째 한일전에서 자신의 A매치 데뷔골을 터뜨렸다. 홍명보호의 골 갈증을 풀어준 의미있는 골이었다. 사진(잠실)=옥영화 기자
1992년생인 윤일록은 김진수(알비렉스 니가타)와 함께 홍명보호 1기의 막내다. 나이는 가장 어렸지만 실력은 출중했다.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필드 플레이어 가운데 유일하게 3경기 연속 선발 출전했다. 홍명보 감독의 낙점을 받았는데, 골까지 터뜨리며 제대로 눈도장을 찍었다.
기실 공격에 있어서, 더 범위를 좁혀 득점에 있어서 답답했던 홍명보호였다. 호주전(21개)과 중국전(10개)에서 31개의 슈팅을 시도하고도 1골도 넣지 못했다.

무득점과 무실점의 기록 가운데 먼저 깨진 것도 무실점이었다. 득점은 꽤나 길게 침묵했다. 그러나 윤일록이 211분의 침묵을 깨뜨렸다.
일본전 전반 32분 멋진 오른발 슈팅으로 일본의 골네트를 흔들었다. 페널티 에어리어 밖 왼쪽에서 때린 슈팅은 골문 반대편 상단으로 빨려 들어갔다. 빗줄기를 뚫고 날린 시원스런 골이었다.
과감함이 돋보였던 슈팅이기도 했다. 그동안 지나치게 정직하게 슈팅을 날렸던 윤일록이었다. 호주전과 중국전에서 몇 차례 득점 기회를 잡고도 이를 살리지 못했다. 슈팅은 번번이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는데, 골문 안으로 차려는 ‘정직함도 있었다.
중국전을 마친 뒤 윤일록은 골 운이 따르지 않았지만 슈팅도 너무 정직하게 찬 면이 있었다”고 자책했다. 그러면서 다음(일본전)부터는 이를 보완하겠다고 했는데, 그 말대로였다. 일본전에서 윤일록은 이전 경기보다 더욱 적극적이고 공격적이었으며, 슈팅에 있어서는 과감했다. 기회가 생기면 지체 없이 슈팅을 때리고, 또 때렸다.
골 결실을 본 자신감이 생긴 윤일록은 더욱 저돌적으로 일본 수비를 허물고자 했다. 쉴 새 없이 뚫었다. 후반에도 한국의 공격을 주도했다. 체력적으로 다소 떨어진 면도 있었지만, 그 날카로움과 과감성은 변함이 없었다.
76번째 맞대결에서도 패하며 최근 한일전 4경기 연속 무승이다. 하지만 윤일록이라는 진주를 찾은 것, 동아시안컵의 최대 수확이었다.
[rok1954@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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