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화성) 임성일 기자] 한국 축구에 도통 ‘골이라는 단비가 내리지 않고 있다. A매치 5경기 째 침묵이다. 시간으로 환산하면 450분 이상이다. 이쯤이면 가뭄도 보통 가뭄이 아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24일 오후 화성종합경기타운에서 열린 중국과의 동아시안컵 2차전에서 0-0으로 비겼다. 무승부에 그쳤다는 것은 아쉬운 정도지만 또 골을 넣지 못했다는 것은 씁쓸한 결과다.
또 다시 비겼다는 것도 아쉽지만, 또 골이 나오지 않았다는 것은 씁쓸한 대목이다. 이쯤이면 심각한 수준이다. 한국의 골 가뭄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사진(화성)= 옥영화 기자 |
결국 ‘골이 필요했다. 골이 터지지 않고서 얻을 수 있는 최고의 결과는 0-0이라는 것을 지난 호주전을 통해 확인했던 터다. 홍명보 감독도 수비적인 면은 100점을 줘도 아깝지 않다. 하지만 공격적인 면은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고 호주전에 대한 평가를 내린 바 있다. 따라서, 전방의 어느 정도 변화는 예상됐다. 하지만 예상을 웃돌았다. 홍명보 감독은 호주전과 비교해 골키퍼 정성룡, 2선 공격수 윤일록을 제외한 9명을 바꿨다. 파격 수였다.
소집된 23명을 모두 실전에서 실험해보겠다는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결정이었다. 선수들에게 경쟁의식을 고취시키고 동시에 자신이 소집한 선수들을 눈으로 확인하겠다는 뜻으로 내린 파격이었다. 대회 3경기 중 1경기를 ‘실험에 쏟는다는 것은 보통 뱃심으로는 쉽지 않다.
의도는 충분히 이해가 됐고 또 얻을 수 있는 효과도 있었다. 그러나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그래도 할 수 없다”는 준비가 됐었다면 모를까 마지막 경기에 부담이 생길 수 있는 상황이다. 호주의 전력보다 중국의 전력이 앞선 측면이 있었으나 내용도 1차전에 비해 썩 좋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골이 또 없었다는 것은 홍명보 감독의 머리를 아프게 하는 대목이다.
홍명보 감독 체제에서의 2경기를 포함, 한국은 A매치 5경기 째 골을 넣지 못하고 있다. 최강희 감독의 마지막 경기였던 지난 6월18일 이란전은 0-1로 패했다. 스코어가 0으로 끝난 경기가 3회 연속이다. 골을 넣기는 했으나 6월11일 우즈베키스탄전(1-0 승)과 6월4일 레바논 원정(1-1 무)도 우리가 만들어낸 골은 아니다. 우즈벡전은 상대 자책골이었고, 레바논과의 경기에서는 종료직전 김치우의 프리킥이 상대 몸을 맞고 굴절된 덕이었다. 사실상 5경기 연속 무득점이다.
물론 좋은 찬스들이 없지는 않았다. 호주와의 1차전은 20개가 넘는 슈팅 중 결정적인 장면도 있었고 중국전 역시 정확한 임팩트로 골문을 노렸던 슈팅이 여럿이다. 하지만, 축구는 결과다. 제아무리 멋진 슈팅이나 운이 따르지 않은 슈팅이라고 판정에 반영되는 것은 아니다. 작은 차이가 희비를 가르는 중요한 포인트라는 점을 생각할 때, 확실히 결정력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불가피하다.
홍명보 감독은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여러 가지 진단과 나아갈 방향을 설명하며 월드컵 같은 중요한 무대에서는 ‘원 찬스 원 골이 필요하다”는 말로 결정력의 중요성을 피력한 바 있다. 월드컵에서 만날 상대는 대부분 호주나 중국보다 강하다. 꽤 심각한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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