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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설국열차’, 제작비·캐스팅·이야기 모든 것이 다 혁명
입력 2013-07-24 09:46 

18년째 1년에 세계를 한 바퀴씩 돌도 도는 유일한 열차의 맨 끝 화물칸이라는 좁아 보이는 장소. 사람이 들어찼으니 더 좁아 보인다. 이 화물칸에서 반란이 일어난다. 꼬리 칸에서 살던 이들이 좀 더 나은 삶을 위해 오랜 기간 준비한 혁명이다. 행복을 위해, 사람답게 살기 위해 변화와 혁명을 꿈꾼다.
꼬리칸 사람들을 통제하고 강압하기 위해 들른 가진 자들은 풍족하고 여유로워 보인다. 꼬리칸의 혁명가들은 이들 ‘세상을 궁금해하며 앞쪽으로 열차 칸을 하나씩 나아간다. 그때마다 우리 사회의 축소판 같은 모습이 드러난다. 혁명을 주도한 커티스(크리스 에반스)나 동료들의 눈빛부터 깜짝 놀란다. 또 누구나 애초에 정해진 자기 자리와 위치가 있다는 가진 자들의 말은 꼬리칸 사람들뿐 아니라 관객의 신경도 곤두서게 한다.
하지만 열차 설계자 남궁민수(송강호)와 그의 딸 요나(고아성)과 함께 힘들게 도달한 엔진 칸 앞에서 드러난 사실 앞에 혁명 지도자 커티스는 절망의 눈빛으로 흔들거린다. 이제까지 혁명 세력들의 진실은 충격적이다. 지구 온난화 현상을 막기 위해 살포한 CW-7의 부작용으로 세상을 집어삼킨 혹독한 암흑기에 추위를 피하고자 기차에 올랐으나, 먹을 것 없이 서로 살육해야 했던 과거를 참아낸 뒤 다가온 진실이라 충격은 더하다. 반란이 돼버린 이유는 섬뜩할 정도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설국열차는 개봉 전부터 관객의 기대감을 높였다. 국내 영화 사상 최고인 4000만 달러(450억 원)에 달하는 제작비와 현대판 ‘노아의 방주라는 소재, 송강호와 고아성을 비롯해 크리스 에반스, 에드 해리스, 존 허트, 틸다 스윈튼, 제이미 벨, 옥타비아 스펜서 등을 열차에 태운 것도 눈길을 사로잡았다. 또 여러 예고편으로 점점 형체를 드러내는 영화는 기대치를 더 높이기에 충분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인데, 영화는 봉 감독의 연출 실력이 온전히 녹아 있다.

‘봉테일이란 별명답게 상황과 설정을 섬세하게 담았다. 좁은 열차 안 액션과 난투신은 피튀기는 것까지 치밀하다. 혁명군과 진압군의 절체절명의 대치 상황에서 에카테리나 다리를 지나가며 새해를 축하하는 아이러니한 모습과 함께 창밖 풍경을 구경해야만 한다는 복선을 깔아놓은 것도 신선하게 다가온다. 길리엄(존 허트)과 남궁민수, 요나의 과거가 조금 더 궁금해지긴 하지만 이들의 이야기도 충분히 유추해볼 수는 있다. 혁명의 기폭제로 작용한 어린 소년들의 차출 이유 등 대부분의 궁금증도 결말에 풀린다.
극 초반 열차 안의 상황은 혼란스러워 보이긴 했지만 천재지변의 위기와 참혹함을 덜 실감 난 듯 보였다. 하지만 봉 감독은 처음부터 지배계급에 항거한 이의 한쪽 팔을 열차 밖으로 내밀게 해 얼게 만든 뒤 깨버리는 형벌을 담아 지구의 섬뜩한 위기를 전한다. 혁명가들이 전진하면 할수록 열차 안 계급 사회의 무시무시함도 더불어 전해진다. 다만 초반의 가혹한 형벌이 결말에 드러나는 바깥 온도와는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게 조금 아쉬울 따름이다.
튀는 배우들이 없다는 것도 영화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게 만든다. 열차 안 총리 메이슨을 연기한 틸다 스윈튼의 연기가 인상적이긴 하지만 대부분이 있는 듯 없는 듯, 없는 듯 있는 듯 필요할 때 치고 빠진다. 온전히 인간과 계급사회라는 전하고자하는 메시지에 도달하게 만든다.
봉 감독의 유머감각도 빼놓을 수 없다. 계급주의의 당위성을 일장 연설하는 메이슨이 7분밖에 시간이 없으니 통역할 필요가 없다고 하고, 교실 칸에서 열차 창조자 윌포드(에드 해리스)의 업적과 고마움에 대해 콩트 혹은 노래 형식으로 전하는 방식, 영어를 한국어로 한국어를 영어로 통역해주는 기계 등에서 웃음 코드를 찾을 수 있다.
프랑스 만화를 원작으로 한 ‘설국열차는 공개 전 이미 프랑스, 일본 등 167개국에 선판매됐다. 125분. 15세 이상 관람가. 8월1일 개봉.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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