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전] 대표팀 속에서 FC서울 캡틴 하대성을 보다

[매경닷컴 MK스포츠(상암) 임성일 기자] 홍명보호 1기 멤버들의 마음이 다 그렇겠으나 하대성만큼 비장함으로 동아시안컵을 준비한 이도 없을 것이다. 배수진을 쳤다. 이것이 마지막 기회라는 절실함으로 훈련에 임했다.
지금까지의 하대성은, 대표팀에만 들어오면 가진 기량을 제대로 펼치지 못하는 유형의 선수로 분류될 흐름 속에 있었다. A매치의 중압감 때문이든 무언가 보여줘야 한다는 조바심이든, 이전까지는 FC서울의 하대성과 국가대표 하대성은 달랐던 게 사실이다. 나쁜 쪽의 다름이다. 서울에서만 못했던 까닭이다.

대표팀에서는 FC서울만 못하다는 꼬리표를 달고 있던 하대성이 호주전에서 달라진 모습을 보았다. 대표팀 속에서 FC서울의 하대성을 보았다. 사진= MK스포츠 DB

요컨대 오명을 떨치면서 동시에 브라질월드컵에 나갈 수 있는 경쟁 구도에 진입해야하는 큰 숙제를 안고 있던 하대성이다. 중요한 시험대 그중에서도 첫 분수령의 느낌이었던 20일 호주와의 1차전에서 하대성은 FC서울의 하대성에 근접한 모습을 보여줬다.
일찌감치 선발 출전이 예고됐다. 홍명보호 1기의 주장으로 선임되면서 파주 훈련 내내 가장 많은 지시사항을 전달받았던 하대성은 호주전에서 이명주와 함께 중원에서 키를 잡는 중요한 역할을 부여받았다. 4명의 수비수와 그 앞을 지키는 2명의 미드필더를 기본 골격으로 하는 홍명보 감독의 전술에서 하대성의 몫은 컸는데, 합격점을 받을 수 있는 플레이를 펼쳤다.

사실 동아시안컵에 참가하는 호주의 구성은 온전한 전력이 아니었다. 대회 최약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주전급들이 대거 빠졌다. 때문에 감안해야할 점은 있다. 하지만 경기 초반부터 종료 때까지 한국이 주도권을 잡고 경기를 운영할 수 있었던 것은 역시 중원에서의 1차적인 싸움에서 승리했기 때문이다. 하대성의 공이 적잖았다.
마인드 컨트롤을 충분히 한 모습이었다. 이전까지 대표팀 경기에서 나타났던 조바심이 줄었다. 데얀 몰리나 에스쿠데로 고요한 등을 편안하게 이용하고 중원 파트너 고명진에게 적절하게 기대던 FC서울에서의 모습이 대표팀에서도 엿보였던 하대성의 호주전이다. 심리적인 안정을 찾자 시야도 넓어졌다.
하대성은 테크닉이 화려한 선수는 아니다. 대신 판 전체의 맥을 짚는 눈과 센스에서 경쟁력을 갖는 선수다. 동료 선수들을 잘 활용하는 것은 그만큼 넓게 볼 수 있다는 방증이다. 여기에 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했다. 다소 오버페이스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많이 뛴 하대성이다. 공을 소유하고 있을 때도, 상대에게 공을 빼앗겼을 때도 가장 먼저 움직인 이는 하대성이다. 주도권을 내내 잡고 있었던 점에는 캡틴 하대성이 역할이 적잖았다.
물론 다소 아쉬운 점도 있었다. 확실히 전반의 움직임과 후반전의 그것은 차이가 있었다. 활동량이 전반에 비해 줄어들었다. 어느 정도 스스로 체력을 안배를 한다는 느낌과 함께 공격이 전개될 시 직접 가담보다는 뒤에서 다음을 도모하는 역할에 주력했다는 인상이 있었으나 체력에 대한 분배는 신경을 써야할 대목이다.
약점 중 하나로 지목됐던 중거리슈팅의 인색함도 드러났다. 특별히 슈팅을 구사할 기회가 많았던 것은 아니나 몇 차례 직접 골문을 노려봄직한 위치가 있었으나 적극성이 다소 부족했다.
요컨대, 100% 만족할 수는 없으나 소기의 성과라는 평가는 받을 수 있었던 하대성이다. 홍명보호에서의 첫 출전이라는 부담 가득한 조건을 감안한다면 꽤 괜찮았다. 홍명보 감독은 분명 FC서울의 하대성의 가치를 알고 대표팀에 불렀다. 정말 다르기만 한 것인지, 왜 달라지는지 확인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았을 것이다. 하대성에게는 다음 기회가 또 주어질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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