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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기 결산] 서울의 골목대장 판도가 변했다
입력 2013-07-18 10:49 

[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윤 기자] 근 10여년간 국내프로야구 서울 연고팀 중 두목 역할은 늘 두산이었다.
매년 포스트 시즌 단골손님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가시화 했던 두산에 비해 LG와 넥센은 4강에 들지 못해 가을야구를 바라만 봐야 하는 구경꾼 역할에 머물러 왔다.
그러나 올 시즌 전반기의 판도를 보면 이같은 흐름은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두산이 4강 문턱에서 허덕이고 있는 가운데 서울 막내 넥센이 선두권으로 치고 오르더니 이후에는 LG가 90년대 신바람 야구를 재현하듯 어느새 리그 2위까지 도약했다.
올 시즌 서울 연고 프로야구팀의 판세가 뒤바뀌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서울의 터줏대감 타이틀이 그동안 굳건했던 두산에서 나머지 두 팀으로 옮겨갈 수 있는 상황이 마련된 것.

넥센은 박병호와 강정호 이택근을 중심으로 강력한 타선을 구축했고 손승락이라는 든든한 마무리가 버텨주는 등 과거와는 달라진, 한층 발전된 전력을 선보이고 있다. 여기에 신임 염경엽 감독의 ‘생각하는 야구가 적절히 녹아들면서 선수들 간에 유기적인 흐름이 만들어 졌다. 특정 포지션에 문제가 생겼다 해도 다른 선수들의 도움이나 준비된 백업요원들의 활약으로 여전히 강력한 전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LG 역시 과거 뒷심 부족으로 한숨을 자아냈던 모습에서 완연히 탈피한 양상이다. 10년 이상 지속된 무기력한 모습, 역전이나 재역전은 기대하기 힘들었던 안타까운 모습에서 벗어나 끝까지 승부를 포기 하지 않는 끈질김이 상승세를 만들어 내고 있다. 과거와는 달리 8회 이후에도 점수를 뽑아 역전승을 만든다거나 경기 후반 어이 없이 무너져 쉽게 패배를 당하는 경우가 줄어든 것이 올 시즌 LG야구의 변화라고 하겠다.
반면 전통의 강호였던 두산은 올 시즌 전반기에 주춤한 모습을 보였다. 선발진이 제 몫을 다해주지 못함에 따라 극심한 부진을 겪었다. 선발의 난조는 계투진과 마무리에까지 파급력이 미쳤고, 마운드가 붕괴 직전까지 몰리는 양상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선두권에 머물던 성적은 5월 이후 급격한 추락을 겪은 뒤 5할 승률이 무너짐은 물론 순위 역시 6위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다행히 공격력과 수비력이 유지 됐고 마운드 역시 긴급하게 투입된 유희관을 비롯해 이정호, 오현택 등이 기대이상의 활약을 펼쳐 반등의 계기는 마련해 놓은 상황이다. 여기에 노경은이 살아났고, 에이스 니퍼트의 굳건함과 마무리 홍상삼의 컨디션 회복이 버물어지며 리그 4위까지 순위를 회복했다.
전반기 성적을 보면 두산이 특히 저조했다 보기는 힘들다. 선발부진이 암초로 작용했지만 여전히 강력한 공력력을 유지하고 있고 두터운 선수층이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현 상황은 오히려 LG와 넥센이 기대 이상의 상승기류를 탄 것으로 볼 수 있다. 서울의 골목대장 역할을 하던 두산은 물론 기존의 강팀들까지도 따돌리고 있는 양상이다. 때문에 전반기를 마친 현재 서울 연고의 3개 팀은 모두 4강에 포함돼 있다.
물론 앞으로도 절반의 기간이 남아있기에 향후의 판세를 속단하기는 이르다. 여전한 저력을 유지하며 1위를 고수하고 있는 삼성이나 호시탐탐 반전의 기회를 노리고 있는 KIA나 롯데, 그리고 언제 어떠한 일격을 날릴지 모르는 SK와 NC, 한화 등 수많은 변수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하지만 서울 연고지 팀으로 관심을 좁혀 봤을 때 뒤바뀐 판세는 상당히 고무적이다. 후반기 페넌트레이스에도 이같은 상황은 상당한 관심사다. 서울 안방마님 두산이 저력을 회복할 것인지, 지난해에는 중반이후 소멸됐던 LG의 신바람이 올 해에는 언제까지 유지 될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막내 넥센이 기존 강세의 틀을 무너뜨리고 반정에 성공할 것인지 등 서울 연고 3형제의 뒤바뀐 판도는 야구 팬들의 흥미를 가미 시킬 충분한 요건이 되고 있다.
[lsyoon@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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