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사고 여객기의 탑승객 가운데 11명이 어제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습니다.
휠체어를 타고, 부축을 받고, 모자를 눌러쓰고 입국장에 들어온 그들에 무슨 말을 건넬 수 있겠습니까?
그저 살아난 것만이라도 다행이라는 말밖에요.
야속하겠지만, 그래도 언론이다 보니 그들을 인터뷰해야 했습니다.
악몽을 겪었던 탑승객들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사고 항공기 탑승객
- "경황이 없어서 말씀드리기 좀 그런데요. 다른 다치신 분들 너무 많으셔서."
▶ 인터뷰 : 사고 항공기 탑승객
- "(안내방송 잘 됐나요?) 비상탈출 방송을 들었고요. 충돌 직전에는 충돌한다는 얘기는 못 들었고요. (마지막에 상승했다는데 느끼셨어요?)그것까지 느낄 경황이 없었어요. 충격이 바로 2번 왔기 때문에."
그 큰 사고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마음은 어떨까요?
하늘이 도왔다는 말밖에 할 수 없겠지만, 그래도 그들의 생사를 가른 건 침착한 영웅들이 있었기에 가능했을지도 모릅니다.
무엇보다 승무원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컸습니다.
캐빈 메니저인 이윤혜씨는 꼬리뼈 골절을 입은 상태에서도 마지막까지 비행기에 남아 부상자들을 모두 탈출시켰습니다.
이 씨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이윤혜 / 최선임 승무원
- "손님이 우선 항공기에서 빨리 탈출하시는 것이 저의 첫 번째 목표였기 때문에 한 분이라도 더 탈출시키도록 하는 것, 그 생각만 가지고 했던 것 같습니다. 사실 랜딩(착륙)했을때 꼬리뼈가 골절됐다고 하더라고요. 그것도 모르고 병원가서 알았어요. 탈출하는 과정에서는 전혀 몰랐어요."
승무원 김지연씨도 기내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며 부상자를 부축했습니다.
다리를 심하게 다친 열두 살 어린이를 업고 달리기도 했습니다.
미국 현지 소방국장은 '승무원들이 놀라운 팀워크로 많은 이의 생명을 구했다. 이들은 영웅이다'라고 말했습니다.
▶ 인터뷰 : 조앤 헤이스 / 샌프란시스코 소방국장
- "아시아나 승무원들은 사고 상황을 승객들에게 먼저 알려줬고 모든 승객들이 안전하다는 사실이 확인될 때까지 기내에 머물렀습니다."
정말 이들은 영웅이었습니다.
또 한 명의 영웅이 있습니다.
비상구 앞에 앉았던 39살 벤저민 레비씨는 사고로 갈비뼈가 부러졌지만 비상구 레버를 당겨 승객 50명이 안전하게 밖으로 나갈 수 있게 도운 뒤 비로소 탈출해 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승객들을 대피시키느라 갈비뼈가 다친 것을 잊은 채 말입니다.
▶ 인터뷰 : 벤저민 레비(사고 승객)
- "행운이고, 다행입니다. 내 기도가 병원에 있는 승객들이나 가족들에게 전해지길 바랍니다."
항공기 사고에서는 사고 직후 90초가 생사를 가른다고 합니다.
90초 동안 이어진 이들의 헌신적인 구조활동으로 많은 사람이 죽음의 문턱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다시 한 번 이들의 희생과 노력에 찬사를 보냅니다.
다시 사고 순간으로 돌아가 시간을 재구성했습니다.
미연방교통안전위원회의 허스먼 위원장이 밝힌 조종석 녹음기록을 보면,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접근하던 사고 여객기는 적어도 충돌 7초 전까지는 아무 이상이 없는 듯 보였습니다.
그렇다면, 이 7초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충돌 7초 전.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들어선 항공기는 관제탑으로부터 너무 낮은 고도에 속도도 너무 느리다며 적절한 속도로 높이라는 지시를 받습니다.
허스먼 위원장이 속도가 '상당히 느렸다'고 밝힌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 인터뷰 : 데보라 허스먼 / 미 교통안전위원장
- "충돌하기 3초 전에 가장 낮은 속도인 103노트(109km/h)까지 떨어졌고 이때 엔진 출력은 절반으로 줄었다."
조종석 녹음에도 7초 전 조종사가 '속도를 높인다'는 말이 기록됐습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비행기는 계속 하강했고, 충돌 4초 전 조종석에서 충돌위험을 알리는 경보음이 작동됐습니다.
그리고는 충돌 1.5초 전.
기장은 관제탑에 '고 어라운드'라고 보고했습니다.
'고 어라운드'는 항공기가 착륙을 시도하다 위기에 닥쳤을 때 급히 고도를 올리는 것을 의미합니다.
다시 말해 기장이 충돌 1.5초 전 사고를 막기 위해 마지막으로 고도를 높이려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 인터뷰 : 데보라 허스먼 / 미 교통안전위원장
- "(사고 항공기가) 충돌 1.5초 전에 착륙 시도를 중단하고 다시 기수를 상승시키려 했습니다."
그러나 끝내 동체 꼬리부분은 방파제에 부딪혔고, 그 충격으로 여객기는 한 번 붕 떴다가 다시 활주로에 부딪히며 활주로를 이탈했습니다.
1초만 더 여유가 있었더라면, 항공기는 다시 고도를 높여 사고를 피할 수 있었을까요?
관제탑이 충돌 '7초' 전 고도를 높이라고 지시했는데, 왜 여객기는 계속 하강을 했을까요?
그리고 왜 처음부터 여객기는 너무 느린 속도와 너무 낮은 고도로 활주로에 접근했을까요?
미연방교통안전위원회 설명을 들어보면, 이 마지막 7초 동안 기장과 부기장의 대화에는 사고를 예상한 내용이 없습니다.
심각한 위험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데도 위험을 감지한 조종사들의 말이 없다?
중대한 의문입니다.
조종사의 과실일까요? 아니면 기체 결함일까요? 그것도 아니면 샌프란시스코 공항의 시스템 결함 때문이었을까요?
의문이 꼬리를 물고 있지만, 보다 자세한 것은 블랙박스를 분석해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섣부른 추측과 예단은 살아남은 사람들은 어쩌면 더 힘들게 할지도 모릅니다.
지금은 살아남은 것에 모두 감사해야 할 따름입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휠체어를 타고, 부축을 받고, 모자를 눌러쓰고 입국장에 들어온 그들에 무슨 말을 건넬 수 있겠습니까?
그저 살아난 것만이라도 다행이라는 말밖에요.
야속하겠지만, 그래도 언론이다 보니 그들을 인터뷰해야 했습니다.
악몽을 겪었던 탑승객들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사고 항공기 탑승객
- "경황이 없어서 말씀드리기 좀 그런데요. 다른 다치신 분들 너무 많으셔서."
▶ 인터뷰 : 사고 항공기 탑승객
- "(안내방송 잘 됐나요?) 비상탈출 방송을 들었고요. 충돌 직전에는 충돌한다는 얘기는 못 들었고요. (마지막에 상승했다는데 느끼셨어요?)그것까지 느낄 경황이 없었어요. 충격이 바로 2번 왔기 때문에."
그 큰 사고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마음은 어떨까요?
하늘이 도왔다는 말밖에 할 수 없겠지만, 그래도 그들의 생사를 가른 건 침착한 영웅들이 있었기에 가능했을지도 모릅니다.
무엇보다 승무원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컸습니다.
캐빈 메니저인 이윤혜씨는 꼬리뼈 골절을 입은 상태에서도 마지막까지 비행기에 남아 부상자들을 모두 탈출시켰습니다.
이 씨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이윤혜 / 최선임 승무원
- "손님이 우선 항공기에서 빨리 탈출하시는 것이 저의 첫 번째 목표였기 때문에 한 분이라도 더 탈출시키도록 하는 것, 그 생각만 가지고 했던 것 같습니다. 사실 랜딩(착륙)했을때 꼬리뼈가 골절됐다고 하더라고요. 그것도 모르고 병원가서 알았어요. 탈출하는 과정에서는 전혀 몰랐어요."
승무원 김지연씨도 기내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며 부상자를 부축했습니다.
다리를 심하게 다친 열두 살 어린이를 업고 달리기도 했습니다.
미국 현지 소방국장은 '승무원들이 놀라운 팀워크로 많은 이의 생명을 구했다. 이들은 영웅이다'라고 말했습니다.
▶ 인터뷰 : 조앤 헤이스 / 샌프란시스코 소방국장
- "아시아나 승무원들은 사고 상황을 승객들에게 먼저 알려줬고 모든 승객들이 안전하다는 사실이 확인될 때까지 기내에 머물렀습니다."
정말 이들은 영웅이었습니다.
또 한 명의 영웅이 있습니다.
비상구 앞에 앉았던 39살 벤저민 레비씨는 사고로 갈비뼈가 부러졌지만 비상구 레버를 당겨 승객 50명이 안전하게 밖으로 나갈 수 있게 도운 뒤 비로소 탈출해 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승객들을 대피시키느라 갈비뼈가 다친 것을 잊은 채 말입니다.
▶ 인터뷰 : 벤저민 레비(사고 승객)
- "행운이고, 다행입니다. 내 기도가 병원에 있는 승객들이나 가족들에게 전해지길 바랍니다."
항공기 사고에서는 사고 직후 90초가 생사를 가른다고 합니다.
90초 동안 이어진 이들의 헌신적인 구조활동으로 많은 사람이 죽음의 문턱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다시 한 번 이들의 희생과 노력에 찬사를 보냅니다.
다시 사고 순간으로 돌아가 시간을 재구성했습니다.
미연방교통안전위원회의 허스먼 위원장이 밝힌 조종석 녹음기록을 보면,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접근하던 사고 여객기는 적어도 충돌 7초 전까지는 아무 이상이 없는 듯 보였습니다.
그렇다면, 이 7초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충돌 7초 전.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들어선 항공기는 관제탑으로부터 너무 낮은 고도에 속도도 너무 느리다며 적절한 속도로 높이라는 지시를 받습니다.
허스먼 위원장이 속도가 '상당히 느렸다'고 밝힌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 인터뷰 : 데보라 허스먼 / 미 교통안전위원장
- "충돌하기 3초 전에 가장 낮은 속도인 103노트(109km/h)까지 떨어졌고 이때 엔진 출력은 절반으로 줄었다."
조종석 녹음에도 7초 전 조종사가 '속도를 높인다'는 말이 기록됐습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비행기는 계속 하강했고, 충돌 4초 전 조종석에서 충돌위험을 알리는 경보음이 작동됐습니다.
그리고는 충돌 1.5초 전.
기장은 관제탑에 '고 어라운드'라고 보고했습니다.
'고 어라운드'는 항공기가 착륙을 시도하다 위기에 닥쳤을 때 급히 고도를 올리는 것을 의미합니다.
다시 말해 기장이 충돌 1.5초 전 사고를 막기 위해 마지막으로 고도를 높이려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 인터뷰 : 데보라 허스먼 / 미 교통안전위원장
- "(사고 항공기가) 충돌 1.5초 전에 착륙 시도를 중단하고 다시 기수를 상승시키려 했습니다."
그러나 끝내 동체 꼬리부분은 방파제에 부딪혔고, 그 충격으로 여객기는 한 번 붕 떴다가 다시 활주로에 부딪히며 활주로를 이탈했습니다.
1초만 더 여유가 있었더라면, 항공기는 다시 고도를 높여 사고를 피할 수 있었을까요?
관제탑이 충돌 '7초' 전 고도를 높이라고 지시했는데, 왜 여객기는 계속 하강을 했을까요?
그리고 왜 처음부터 여객기는 너무 느린 속도와 너무 낮은 고도로 활주로에 접근했을까요?
미연방교통안전위원회 설명을 들어보면, 이 마지막 7초 동안 기장과 부기장의 대화에는 사고를 예상한 내용이 없습니다.
심각한 위험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데도 위험을 감지한 조종사들의 말이 없다?
중대한 의문입니다.
조종사의 과실일까요? 아니면 기체 결함일까요? 그것도 아니면 샌프란시스코 공항의 시스템 결함 때문이었을까요?
의문이 꼬리를 물고 있지만, 보다 자세한 것은 블랙박스를 분석해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섣부른 추측과 예단은 살아남은 사람들은 어쩌면 더 힘들게 할지도 모릅니다.
지금은 살아남은 것에 모두 감사해야 할 따름입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